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회복지원금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총 21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런데 작년 윤석열 정부는 무려 56조 원이 넘는 역대급 세수 결손을 일으켜 '건전 재정'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그것도 모자라 작년 국회 예산안 심사를 우회해 대통령 해외순방비 등 정상외교 비용,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련 비용, 특수활동비 증액에 예비비를 끌어다 써 논란이 되고 있다.
예비비는 정부가 비상시에 제한적으로 써야 할 돈인데 쌈짓돈처럼 필요할 때마다 뽑아쓴 셈이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비는 안 아깝고 전 국민들에게 25만 원씩 지급하는 것은 아깝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거기다 세수 펑크는 무리한 법인세 인하로 인해 올해 역시 이미 예고된 상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27~29일 2023 회계연도 결산 심사에 돌입하고 다음달 2~3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상대로 종합 정책 질의를 한다. 이어 4일엔 경제부처, 5일엔 비경제부처를 상대로 부별 심사를 한다. 9~12일 소위원회에서 결산 심사를 완료한 후 결산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논란이 되는 대상은 ▲세수 결손 부담을 지방 정부에 전가 ▲예산 돌려막기 ▲ 우체국보험 적립금 대출 ▲용산 이전 관련 비용 예비비 지출이다. 우선 세수 결손 부담부터 살펴보면 정부가 작년 지방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줘야 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8조6000억원을 ‘불용’(예산을 쓰지 않음) 처리하고 보내지 않았다.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은 각각 내국세의 19.24%, 20.27% 비율로 지방정부와 시도교육청에 의무로 할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교부세를 정부가 임의로 감액했기에 국회의 예산 심의권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치재정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예산 돌려막기 부분은 정부가 세수 결손이 커지자 작년에 갚아야 할 채무 상환이나 국채 이자 지급을 뒤로 미룬 것에 있다. 경향신문은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3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정부가 일반회계 부족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통해 국채를 발행해놓고 이에 대한 이자 7조 8,000억원을 미지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지급분에는 3.79%의 가산이자가 붙어 미래세대에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 밖에 기획재정부가 환율 급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에서 19조 9,000억원을 끌어와 세수 부족분을 메운 것도 ‘예산 돌려막기’로 지적됐다. 외평기금의 원화·외화 재원이 줄어들면서 외환시장 안정성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정부가 세수결손을 메우려다 우체국보험 적립금에서 2500억원을 빌려 쓴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정부는 정보통신진흥기금 수입이 부족해지자 우체국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 적립금에서 2500억원을 연 4.04% 이자로 빌렸다. 우체국보험 적립금은 예산총칙에 명시되지 않기에 국가재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
정부가 본 예산에 편성했어야 할 비용들을 예비비로 돌려쓰면서 국회의 예산심사를 회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3년 결산 예비비 심사 기조’ 자료를 보면, 지난해 대통령 해외순방과 정상외교 관련 업무에 역대 최고 수준인 예비비 532억원이 편성됐다.
또 대통령실 용산 이전 관련 비용으로도 예비비 86억 7,000만원이 쓰였다.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한 경호·경비시스템 강화 사업’이 그 명목이다. 특히 대통령경호처는 예비비 중 11억원을 특활비로 배정했다.
예비비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쓰는 국가의 비상금이다. 본예산이 국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과는 달리, 예비비는 사후 승인만 얻으면 된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대통령실 이전 완료 후 1년이 지난 시기에 예비비를 지출한 것은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축소하려는 눈속임”이라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논란을 일으켰다. '건전 재정'을 표방했지만 부자 감세 남발로 인해 오히려 역대급 세수 부족이 초래된 것도 모자라 비상 상황에 써야 할 예비비마저 쌈짓돈처럼 빼 써놓고 국민들의 민생회복을 돕는 자금 지원엔 인색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경향신문이 입수해 보도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서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법에 대해 6가지 문제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이미 총 25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세웠고, 물가 관리 대응 예산을 11조원 가까이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한 내용이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에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애초에 역대급 세수 부족의 이유가 지나친 법인세 감세였고 거기에 더해 종부세 폐지, 상속세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까지 했으니 국민들의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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