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0일 오후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통 미주지역 자문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발언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을 향해선 또 다시 험악한 언사를 한 것은 물론 그보다 더 심각한 단어가 나왔는데 바로 '반대한민국 세력'이란 단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북한 정권은 아직도 무력에 의한 적화 통일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우리 사회의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 자유주의의 가치 체계와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살포하며 거짓 선동을 일삼고 있다"고 북한 정권을 향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이어 "그런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러한 세력에 맞서 우리가 똘똘 뭉쳐야 되고, 하나된 자유의 힘으로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11일 한민수 대변인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 정당한 비판을 ‘반대한민국 세력’으로 매도하려고 합니까?'란 제목의 논평을 내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 도대체 뭔가?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세력은 '반 윤석열 세력' 국민뿐이다"고 질타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반대한민국 세력'이란 곧 자신을 향해 비판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볼 수밖에 없으며 그들을 모두 싸잡아 북한 정권의 선전, 선동에 동조하고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우선 과거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전성기를 다진 태양왕 루이 14세가 떠오른다.
프랑스의 절대왕정 전성기를 연 루이 14세는 백성들을 향해 "짐이 곧 국가다!"고 선언하며 프랑스란 국가와 국왕인 자신을 등치시켰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그 루이 14세를 동경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윤 대통령의 태도를 보아하니 요즘 야권을 중심으로 '계엄령'에 대한 경계가 나오는 것도 단순한 음모론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 자신이 곧 대한민국이고 자신에게 비판적인 무리들을 싸잡아 반국가세력 혹은 적성국과 내통한 세력이라 매도하고 있는 사람이니 군대를 동원해서 때려잡아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법하다.
대통령실은 지금도 야권의 계엄령 주장에 대해 '음모론' 혹은 '괴담'이라며 발뺌하고 있지만 사람의 심리는 그 언행을 통해 조금씩 배어나오기 마련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반대한민국 세력' 발언을 하는 것을 보니 정말 한민수 대변인의 말대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국민을 ‘싸워야 할 세력’과 ‘무너뜨려야 할 적’으로 여기는 것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혈통에 따라 세습되는 국왕과 달리 대통령은 엄연히 국민의 선출을 받아 정해진 임기 동안 제한적으로 위임받은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일 뿐이다. 윤 대통령 본인이 지금 휘두르는 권력은 모두 국민들에게서 잠시 위임받은 것일 뿐이고 임기를 마치면 고스란히 반납해야 하는 것이다. 왕처럼 죽을 때까지 내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도 국왕과 대통령의 차이를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본인이 말한 '반대한민국 세력'은 도대체 누구이고 왜 그런 말을 꺼낸 것인가? 정말 자신에게 비판적인 사람들을 모두 싸잡아 일컬은 말이라면 더 이상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을 비난할 때마다 꼭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마치 자신이 그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신이라도 되는 양 발언했다. 자유민주주의란 국민들의 자유를 보장하며 국민이 주권을 가진 체제를 말하는 것이다. 그 자유에는 윤석열 대통령 본인을 비판할 자유도 들어가 있고 실정을 거듭할 경우 강제로 권좌에서 끌어내릴 자유도 들어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민주주의에 보장된 국민들의 저항권 때문이다.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주권을 가진 자는 국민이니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할 수도 있지만 도로 회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자신을 지지하지 않고 비판하는 국민들을 향해 '북한의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라고 서슴없이 발언하는 것이 과연 '자유민주주의'가 맞는지 의문이다.
문제의 '반대한민국 세력' 발언이 나온 그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그런데 아직도 한반도 북녘땅에는 주민의 민생은 뒷전인 채 권력 세습에만 골몰하는 공산전체주의 정권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공산전체주의'란 단어 자체가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만들어낸 정체불명의 신조어에 불과하다.
공산주의는 '공동 생산', '공동 분배'를 표방하는 경제 이념이고 전체주의는 집단,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는 것을 표방하는 정치 이념이다. 따라서 둘은 절대 같이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진짜배기 통치 이념은 공산주의가 아닌 '주체사상'이며 주체사상은 진짜 마르크스-레닌식 공산주의와는 억만 광년이나 떨어져 있는 이념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반대한민국 세력'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가장 훌륭한 '전체주의'적 마인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 왕국, 일본 제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이 추축국(樞軸國)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했던 이념은 전체주의인 파시즘이었다.
이 파시즘은 '파쇼'에서 나온 것인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단결'이다. 하나의 강력한 지도자가 권력을 틀어쥐고 국가를 통치하며 그를 중심으로 굳게 단결하는 것을 강조하는 체제가 파시즘이다.
나치 독일은 퓌러(Führer) 아돌프 히틀러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정치 체제를 완성했고 이탈리아 왕국 또한 두체(Duce) 베니토 무솔리니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정치 체제를 완성했다. 또한 아돌프 히틀러와 베니토 무솔리니 두 사람 모두 자신들에게 반대되는 세력들은 가차 없이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제거, 숙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했던 발언 또한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다시 그의 말을 반추해 보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러한 세력에 맞서 우리가 똘똘 뭉쳐야 되고, 하나된 자유의 힘으로 나라의 미래를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즉, 북한이란 적대 세력에 맞서 우리가 굳건히 단결해야 하며 자신에게 비판적인 세력들은 모두 적대 세력인 북한의 선전, 선동에 동조하는 세력이라고 하는 전형적인 파시즘적인 발언이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단결의 구심점에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있다는 뜻이다.
북한을 향해서 '공산전체주의' 체제라고 매도하지만 정작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야말로 과거 히틀러, 무솔리니 등과 같은 전체주의적 사상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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