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

전투식량, 통조림 공급 늘리라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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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육군 15사단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사진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지난 17일 육군 15사단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사진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속담 중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는데 현재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다.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은 강원도 화천군에 위치한 육군 15사단을 방문해 "(군인들이) 잘 먹어야 훈련도 잘하고, 전투력도 생기는 법"이라며 부대들에 전투식량이나 통조림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스피커 노릇을 하는 조선일보가 빠질 수가 없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근래 들어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전투 식량을 직접 인터넷에서 구매해 먹은 것으로 안다"면서 "젊은 장병들을 잘 먹여야 한다는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대해 네티즌들 대다수는 "미필 티 낸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군인들의 주식은 전투식량이 아니라 흔히 '짬밥'이라 불리는 병영식이다. 전투식량이란 전시에 취사 여건이 좋지 않을 때 긴급하게 먹기 위해 개발된 것이고 그보다 더 급박한 상황에서 먹는 것이 비상식량이다. 군인들이 잘 먹고 잘 쉬어야 훈련도 잘 하고 전투력도 더 생기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면 전투식량 보급을 더 늘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병영식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전투식량이나 통조림 따위는 각 부대에 남아돌 정도로 가득 쌓여 있으며 오히려 유통기한이 임박한 폐기 직전 전투식량을 취식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판이다. 그냥 "(군인들이) 잘 먹어야 훈련도 잘하고, 전투력도 생긴다" 정도로만 끝냈으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괜히 쓸데없는 뒷말을 붙여서 '화사첨족(畵蛇添足)이 된 셈이다.

그러니 필자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이번 오피니언 제목을 정한 것이다. 그 밖에 윤석열 대통령은 초급 간부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앞서 15사단 사단장은 윤 대통령에게 "당직근무비 인상, 특수업무수당 신설 등 대통령께서 장병들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셔서 특히 초급간부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아부를 떨었다. 이것이 아부인 이유는 통계를 통해 입증이 된다.

2023년 간부들의 당직근무비는 평일 1만 원, 휴일 2만 원이었고 2024년에는 평일 2만 원 휴일 4만 원으로 인상됐다. 언뜻 봐서는 2배나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초급간부들은 15시간 근무에 2끼 식대 2만 원가량을 공제하면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즉, 실질적으로 인상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29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의 봉급 및 단기 복무 간부들의 장려금을 인상하겠다"며 "시간 외 근무수당, 당직수당, 주택수당도 확실히 늘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 당직근무비, 초급간부 임관 및 5년 미만 전역자 이사화물비, 장교 단기복무장려금, 학군단 생활지원금은 올해와 동일하게 편성됐다.

뿐만 아니라 인상하겠다는 하사 호봉승급액이나 초급간부 성과상여금 기준호봉 상향, 특수지근무수당 가산은 아예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도 않았고 오히려 간부훈련급식비는 133억 원에서 124억 원으로, 부사관 단기복무장려수당은 337억 원에서 207억 원으로 삭감됐다. 안 그래도 현재 초급간부들 사이에선 병사들보다 급여가 적다며 불만이 많은 상황이고 이 때문에 임관자 숫자가 줄고 있는 판이다.

오마이뉴스 임병도 기자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인용해 "초급 간부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하며 장병들이 주식으로 먹지 않는 전투식량을 충분히 보급하라는 문제적 발언이 나온 건, 윤 대통령이 군대를 갔다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경호처장 출신 김용현 국방장관이나 장군이자 국방장관 출신 신원식 대통령 안보실장이 곁에 있다는 점에서 참모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지 않거나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필자는 이런 임병도 기자의 지적이 옳다고 본다.

대다수 옛날 장군 출신들치고 병사들 처우 개선에 진심을 다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군대는 힘든 것이 당연하며 병영 복지를 개선하는 것을 두고 "당나라 군대로 만든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젊은 병사들을 잘 먹이고 싶다면 전투식량을 더 보급할 것이 아니라 흔히 '맛없는 짬밥'으로 통하는 평시 주식인 병영식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추석 같은 휴일에 '사기 진작'이라는 미명 하에 대통령이 부대를 방문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대통령은 잠시 부대에 왔다 가지만 그 때문에 병사들은 대청소부터 시작해서 준비해야 될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즉, 그건 병사들의 휴식을 빼앗는 행위다.

또 추석 전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지적했듯이 올해 윤석열 정부는 국군의날 행사 예산으로 99억 4,000만 원을 책정했고 열병식에 6,779명의 장병을 동원할 것이라 했는데 이 돈이면 초급 간부 수당을 조금이라도 더 올려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보여주기 열병식 행사를 그렇게 비웃던 사람들이 왜 북한이 하는 짓을 따라하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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