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일 열렸던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발표한 기념사 전문을 읽어보면 "우리 군은 강력한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즉각 응징할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입니다"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대놓고 '전쟁 불사'를 외치는 위험천만한 수위의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군사정권 시절 반공 교육에 세뇌된 70대 이상 노년층들의 귀에는 이런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이다'처럼 느낄지 모르지만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다. 진정한 국가 안보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예방하는 것에 있는 것이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조차도 자신의 책에서 강조했던 것은 자신이 설파한 병법이 아닌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철 지난 반공투사 놀이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최근 이탈이 가속화된 70대 이상 노년층들을 자극해 지지층 결집을 노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또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연대하여 우리의 안보 태세를 더욱 강력하고 확고하게 다져나갈 것입니다"고 했는데 이는 곧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주겠다는 발언이나 다름 없다.
일본은 예부터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대를 보유하려는 시도를 틈만 나면 벌여왔다. 그리고 군대를 보유하는데 가장 '합법적인 근거'가 돼준 것이 북한이었다.
그 밖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자랑스러운 국군 장병과 내외 귀빈 여러분, 적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적이 넘볼 수 없도록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며 또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이는 아마도 전임 민주 정부 시절의 대북 유화책을 비난하는 의도로 넣은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힘에 의한 평화'로 얻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떠오르는 것이 없다. 오히려 북러관계 밀착, 오물풍선 살포 등으로 인한 안보 불안만 가중됐을 뿐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평화통일을 이루어야 할 책무를 지닌 사람이고 영토 보전의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그렇게 반공정신이 투철하고 애국심이 넘치는 사람이 왜 젊었을 때는 부동시를 핑계로 군대를 안 간 것인지 모르겠다. 필자는 부동시가 아닌데도 당구를 못 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부동시인데도 500을 친다고 들었다.
또 하나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번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진행된 대규모 열병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군 장병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자유와 번영의 길,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을 걸어 왔지만, 북한 정권은 여전히 퇴행과 몰락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소위 자유진영 국가들 중에서 열병식을 이렇게 대규모로 진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대체로 열병식을 화려하게 진행하는 나라는 윤 대통령 본인이 그토록 비난을 퍼부었던 구 공산권 국가들인 러시아, 중국과 북한 등이다. 그렇게 북한을 비난해대면서 왜 북한이 하는 짓을 똑같이 하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북한의 조선인민군은 정말 열병식만큼은 철저하게 준비하며 규모도 화려하다. 하지만 그런 조선인민군의 실상은 참으로 열악하기 그지 없다. 우선 북한의 인구 자체가 남한의 절반이 채 못되는데 반해 군대 규모는 120만에 육박해 우리보다 2배 이상 더 많다. 그 말은 곧 머리수를 채우기 위해 마구잡이로 아무나 다 징발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120만 대군 중 약 1/4은 건설부대인데 이 건설부대는 말이 군인이지 실제는 그저 북한 정권이 싸게 부려먹이는 건설 노무자에 불과하다. 인민군 병사 1인당 교탄 소모량이 1년에 3발 정도라고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은 10년이 넘는 복무기간 동안 총 한 번 안 쏴보고 제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의 경제 규모는 매우 열악하다. 그 열악한 경제 규모 속에서 군의 규모가 비대화됐으니 당연히 물자 보급부터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실제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량이 줄어 인민군이 민가를 약탈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군수물자를 빼돌려 암시장에 팔아먹고 그 돈으로 식량을 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 조선인민군은 '주적'이라고는 하지만 전투 불능에 가까울 정도로 운영되고 있어 그 존재 자체가 신기한 군대라 할 수 있다. 그들이 매년 화려하게 열병식을 벌이는 것 또한 그 빈껍데기 군사력을 포장하기 위해 벌이는 쇼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열병식은 어디까지나 '전시 효과'만을 기대한 것이기에 열병식에 차출된 병사들은 실전과 무관한 열병식 준비 훈련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은 정작 그렇게 화려한 열병식을 벌이지 않는다. 구태여 요란하게 열병식을 벌여 군사력을 과시할 필요가 없는 최강자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미 남북한의 국력 차는 북한이 더 이상 남한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는데 무엇 때문에 "북한에 본때를 보여준다"는 명분으로 요란하게 열병식을 벌이는 것인가?
윤 대통령 본인이 추석 당일 육군 15사단을 방문해 "(군인들이) 잘 먹어야 훈련도 잘하고, 전투력도 생기는 법"이라고 말하며 통조림과 전투식량 보급을 늘리라는 지시를 했는데 윤 대통령의 말 자체는 틀린 것이 아니다. 군대는 잘 먹고 잘 쉬어야 훈련도 잘 하고 전투력도 생기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저런 '전시 효과' 외엔 기대할 것이 없는 열병식은 하지 않거나 축소하는 것이 맞다.
국군의날 행사 준비를 위해 차출된 병사들의 휴식을 박탈하는 행위이며 실전과는 전혀 무관한 행사 준비 훈련에 소모되기 때문이다. 소위 자유진영 국가들이 요란한 열병식을 지양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윤 대통령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요란하게 국군의날 행사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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