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6일 윤석열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사는 이전 국경일 기념사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반공교육의 재탕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리라 생각한다. 현충일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밝은 나라가 됐지만, 휴전선 이북은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암흑의 땅이 됐습니다”는 말로 운을 떼며 또 다시 북한을 겨냥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바로 이곳에서 불과 50km 남짓 떨어진 곳에, 자유와 인권을 무참히 박탈당하고 굶주림 속에 살아가는 동포들이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역사의 진보를 거부하고 퇴행의 길을 걸으며,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고 북한 정권을 규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또 윤 대통령은 “평화는 굴종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며 “우리의 힘이 더 강해져야만,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인권을 되찾는 일, 더 나아가 자유롭고 부강한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일도, 결국 우리가 더 강해져야 가능한 것입니다”며 또 다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했다.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해법은 없었고 오히려 도발을 자극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성토만 가득했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일견 속시원해보이지만 아무런 해법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북한의 도발 명분이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이 자랑하는 ‘힘에 의한 평화'엔 힘도, 평화도 없습니다”고 혹평하며 “실질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대책은 내놓지도 못하고 북한을 자극하는 말폭탄, 입안보만 반복하며 사태를 악화시키고만 있습니다”고 일침했다.
조국혁신당 역시도 “현충일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윗대의 열사’인 순국선열을 기리며, 현충, 즉 ‘충렬을 높이 드러내는’ 날입니다. 반공일, 반북일이 아닙니다”고 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를 두고 “1970대 반공 만화영화 <똘이장군>을 보는 것 같습니다”고 혹평했다.
또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혼자만의 세상 속에 갇혀 사는 것 같습니다”고 비꼬며 문재인 정부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노력은 ‘굴종’이었다고 우기고 자신은 힘으로 평화를 지키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한반도 비핵화’에 진전이 있었습니까? 북한이 동해로, 서해로 미사일을 쏴대는 것이 일상이 되지 않았습니까?”라고 비꼬았다.
이렇게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모두 윤 대통령의 기념사를 케케묵은 반공 논리라고 지적했다.
필자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사를 듣고 느낀 생각은 “군대도 안 갔다 온 양반이 왜 저렇게 설치나?” 하는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같이 군 복무 경험도 없고 참전 경험도 없으면서 강경하게 전쟁 불사를 떠드는 사람을 두고 나온 미국 정계 속어가 바로 ‘매 흉내내는 닭’이란 뜻의 ‘치킨 호크(Chicken Hawk)’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폭탄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필자는 지지층 결집에 있다고 보고 있다.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108석에 그친 참패를 기록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잘 나와봐야 30%이고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한국갤럽의 경우는 21%까지 나오며 20%대도 위태위태한 수치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과반 남짓의 지지율을 보내주고 있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으니 바로 70대 이상 노년층들이다. 아직도 이 계층에서 50% 이상의 지지율이 나오니 그나마 20%대 지지율이라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70대 이상 노년층들은 유년기에 6.25 전쟁을 겪었고 그 이후 군사독재정권 치하에서 반공 교육을 받으며 그에 세뇌됐다. 어렸을 때 학습을 통해 형성된 가치관은 어지간해선 바뀌기가 힘들며 오히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기 고집이 강해져 더욱 깨기가 힘들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달리 나온 것이 아니다.
지금도 70대 이상 노년층들은 북한을 적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통일을 위한 대화와 화해 무드 조성조차도 ‘굴종’이라 여기는 시각이 강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현충일 기념사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이들이라도 끌어모아 지지율을 높여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것 같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70대 이상 노년층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하기 위해 국가 안보를 볼모로 잡는 위험천만한 발언이라 볼 수밖에 없다. 현재 국력을 고려할 때 남북 간에 전쟁이 발생한다면 남한 단독으로도 북한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은 경제력이 파탄 수준이고 그 연장선으로 군사력 역시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반면에 남한은 군사력과 경제력이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나라다. 강자는 약자를 지배할 수도 있고 보호할 수도 있다. 이미 우리가 북한의 국력을 아득히 초월한 이상 강자로서 대범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의 철학자 에라스무스가 지적했듯이 전쟁은 겪어보지 않은 자에게나 달콤한 법이다. 아무리 남북한이 전쟁을 하면 남한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피해를 입는 것은 매한가지다. 왜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가 최선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 했는지 윤석열 대통령은 알고 있을까?
입만 열면 국가 안보를 요란하게 떠들고 북한을 향해선 온갖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보수 정권 인사들 중에 태반이 군 미필이니 '치킨 호크'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비단 윤석열 정부 뿐 아니라 역대 보수 정부들은 남북 간의 관계를 험악하게 만들어 자신들의 정권 유지에 악용했다. 70대 이상 노년층들은 최신 정보에 어두운데 반해 어린 시절 전쟁의 경험으로 인해 막연하게 북한의 군사력을 두려워 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을 천신(天神)처럼 숭배하며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남한은 무조건 북한에 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럼 이들에게 바른 정보를 제공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 위정자의 도리인데 어째서 이들의 불안감을 선동하고 부추겨 정권 유지에 악용하려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위정자의 도리 아닌가?
일전에도 지적한 적이 있지만 한국의 수구 정권들은 입으로는 북한을 목청 높여 성토하며 전쟁을 불사할 것처럼 떠들지만 실상은 누구보다도 북한이 무너지길 바라지 않는 세력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70년 넘게 반공 논리와 색깔론으로 연명해온 집단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무너지면 이제 그들이 집권을 위해 대체할 이데올로기를 찾기는 힘들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나온 말이 바로 ‘적대적 공생’이다.
설령 적대적 공생이 아니라면 무책임하게 입으로만 내뱉는 안보는 집어치우고 남북 통일을 위해 진정성을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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