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0대 대선 당시 있었던 미스터리한 사건 중 하나를 꼽자면 단연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갑작스러운 '백기 투항'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손가락 발언이 있고 며칠 지나지도 않아 갑작스럽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23일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 갑작스러운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과정에도 명태균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2022년 2월 경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안 후보의 경우 유세 과정에서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지금까지 자른 손가락이 10개도 넘어서 더 자를 손가락이 없다. 이번에 또 그래서야 되겠는가?"라며 완주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재외투표가 끝나고 사전투표가 실시되기 직전에 갑작스럽게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는 윤석열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사퇴했다. 이런 황당하고도 미스터리한 사건의 배경에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존재가 있음이 2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JTBC 단독 보도에 의하면 2022년 2월 무렵에 명태균이 안철수 후보 캠프의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을 찾았다고 한다.
최진석 당시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명태균 씨가) 단일화를 중간에 자기가 (윤석열 후보의) 메신저를 하고 싶다. 그런데 그때는 우리 당에서도 단일화에 대한 그게 아직 결정이 안 돼 있었다"고 답했다. 또 최 위원장은 명태균을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는데 당시 명태균은 자신을 '윤석열 후보와 잘 아는 사이다'고 소개했다고 한다.
다만 만남은 30여 분만에 끝났는데 그 이유는 명태균이 "자기가 다 할 수 있다" 혹은 "다 얘기가 된다"는 식으로 과도하게 자신만만한 반응을 보였기에 그가 허풍선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만남이 짧게 끝났다고 한다. JTBC는 명태균이 윤석열 후보 캠프에도 최 위원장과 만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당시 윤 후보 캠프 핵심 관계자는 "명씨가 '최 위원장을 만나 단일화에 심각한 역할을 했다'고 해서 의아해했다. 아직 후보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던 시기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 한 달 뒤 두 후보는 실제로 단일화를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안철수 후보가 백기투항하는 식으로 단일화를 했다.
JTBC는 당시 후보 단일화를 담당했던 장제원·이태규 전 의원에게 명태균에 대해 질의했지만 그들로부터 "명태균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또 명태균에게도 관련 내용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JTBC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당시 안철수 후보의 의문스러운 백기투항은 많은 비판을 낳았다. 재외투표가 실시되고 사전투표가 실시되기 직전에 갑작스럽게 후보 사퇴를 했기에 안 후보에게 투표한 재외동포들의 표를 모두 사표(死標)로 만들었고 이제 막 안 후보에게 투표를 하려 했던 국내 거주 국민들까지도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철수 후보의 이 백기투항은 또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낳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민주-진보 진영에선 정의당 후보 심상정이 끝까지 명분 없는 완주를 해 '분열'되어 있다는 인상을 남겨준 반면 보수 진영은 단일화를 통해 '단합'된 모습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또 당시 안철수 후보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3위, 2018년 7회 지선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3위에 그치며 정치 생명이 위기에 몰리게 됐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국민의당은 숨줄만 연명하는 수준에 그쳐 있었다. 그러나 백기투항 이후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갑에 공천을 받아 5년 만에 원내로 입성하는데 성공했고 올해 4월 총선에서도 재선에 성공했다.
명태균이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으나 이번 보도를 통해 어느 정도 미스터리한 부분의 비밀이 풀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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