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명예훼손 재판부, 檢 향해 "공소장 다시 써라" 일갈

- 허재현·봉지욱 등 윤석열 저축은행 무마 의혹 관련
- 재판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변경해서 제출하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작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리한 허위 보도를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받는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가 2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사진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인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과정에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의 범죄를 눈 감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한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와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송평수 변호사에 대해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를 씌워 재판에 넘긴 가운데(일명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지적하며 공소장 변경을 명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서류 외에 재판부에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을 기재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법 상의 규정으로, 위배됐다고 인정될 경우 공소기각의 사유가 된다.

재판부는 앞서 김만배 화천대유 회장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 등에 대한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공판준비기일에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 "윤석열 명예훼손과 이재명의 공산당 프레임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검찰의 공소장에 '빨간펜'을 긋고 변경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허 기자와 봉 기자, 송 변호사의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검찰이 애초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0일 시민언론 민들레의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허경무 재판장은 지난 2일 허 기자와 봉 기자, 송 변호사 등 피고인과 검찰 쪽에 석명준비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석명준비명령이란 재판부가 변론기일 전 소송 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소송 관계인들에게 미흡한 부분을 증거나 답변서 제출 등으로 보완하도록 내리는 명령이다.

재판부가 이번에 내린 명령은 사실상 검찰을 겨냥한 내용들이었다. 허 재판장은 검찰을 향해 "① 피고인들이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충분히 특정되었는지 검토하고, ② 피고인들이 위 기한까지 제출한 내용을 토대로 현재의 공소사실 중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부분을 다시 검토하라"며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제출하기 바란다"고 했다.

즉,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도록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허 재판장은 특히 "공소사실 1~5항 기재가 각 피고인에 대해 처벌대상으로 삼고자하는 행위(구성요건적 행위)의 증명을 위해 어떻게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하는 등 사건에 관해 법원에 불필요한 예단을 생기게 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설명하기 바란다"며, 허 기자와 송 변호사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의) 공모·가담 관계를 어떻게 보아 기소한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기 바란다"고 했다.

다시 말해 검찰의 공소장에 판사에게 예단을 줄 수 있는 불필요한 내용이 있고, 피의자들의 공모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시민언론 민들레의 분석에 따르면 검찰이 작성한 67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재판부에서 불필요한 예단을 내릴 만한 내용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 허 재판장이 지적한 '공소사실 1~5항'에는 피고인의 신상과 사건의 배경 설명 등이 담겨 있다.

우선 검찰은 허 기자에 대해 "이재명 후보의 지지를 공표한 사람"이라며 재판부에 예단을 주도록 검찰의 주관적인 판단을 기술하고, 2항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및 그와 관련된 개발비리 의혹의 제기 경과"라는 제목으로 사건과 관련된 없는 내용들까지 모두 적어놨다.

이 중에는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그룹 부실대출 사건 수사 진행 경과'라는 제목 아래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과 관련해 "검사실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을 뿐 담당 부서장인 당시 윤석열 중수2과장실에서 조사를 받거나 윤석열 중수 2과장을 직접 대면한 사실이 없다"며,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은 배제하고 검찰의 주장을 마치 사실인 것마냥 적기도 했다.

이 외에도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이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해 경기경제신문의 대장동 관련 첫 보도를 비롯해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경율 회계사의 페이스북, 이재명 대표의 조선일보 인터뷰, 김만배 씨의 대장동 개발 비리 관련 내용 등 윤 대통령의 저축은행사건 무마 의혹과 직접 연관이 없는 내용까지 모조리 적었다.

또 공소장에는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으로 사실상 거짓임이 밝혀진 이재명 대표의 소위 '그분' 논란까지 검찰은 공소장에 언급했다. 허 기자, 봉 기자, 송 변호사에 대한 공소장이 아니라 사실상 이 대표의 공소장이라고 해도 될 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또 허 재판장은 석명준비명령서 말미에 "검사가 각 피고인에 대해 처벌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행위(경위사실이 아닌 구성요건적 행위)가 무엇인지를 범행 시일, 장소 방법으로 나누어 특정해 설명하라"면서 다음 달 1일까지 공소장을 변경해 제출하라고 했다.

아울러 피고인을 향해서도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에 위배되는지를 검토해, 현재의 공소사실에서 삭제돼야 할 것으로 판단하는 부분을 공소장 쪽수와 행수로 특정해달라"며 오는 16일까지 제출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양쪽의 의견을 종합해 공소장을 변경하는 쪽으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법조계의 전언을 인용해 재판부가 형사 사건에서 석명준비명령을 내린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인터뷰에서 "석명준비명령이 민사에서는 종종 나오지만 형사에서는 사실 거의 없다"며 "사법부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형사 사건에서 굳이 나서서 판단하는 경우가 없는데,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석명준비명령을 내리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장이 보기에도 공소제기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사건과 관련없는 내용까지 공소 사실로 기재한 데 대해선 "피고인들은 자신들과 관련 없는 내용에 대해 반박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데, 이중에서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몇 개 사실만 판결문에 기재되어도 사실로 인정되어 버린다. 하지만 이 대표는 소송 당사자가 아니니까 다툴 방법도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공소제기가 상당히 엉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엘리트라 불리는 검사들이 말도 안되게 할 리는 없고 이 대표와 관련한 목적이 있어서 이런 식으로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창간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굿모닝충청. R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