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뉴스타파가 20일 지난 대선 당시 명태균이 다수의 공표용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에게는 유리하게, 이재명 후보에게는 불리하도록 질문 문항을 편집해 윤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이미 명태균이 국민의힘 경선 시기 다수의 '비공표 여론조사' 샘플을 조작한 사실은 알려졌지만 '공표용 여론조사'에도 부당한 영향력을 미친 사실이 워치독 보도에 이어 추가로 보도됐다.
명태균은 지난 대선 당시 후보에게 제기된 ‘고발사주 의혹’, ‘대장동 의혹’ 등을 묻는 여론조사 질문 항목을 만들면서 이재명 후보 측에 부정적인 문항을 적극 반영한 반면, 윤석열 후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문항은 우회하는 방식 등을 활용했다. 이런 편파적인 여론조사 문항 편집은 국민의힘 경선 기간 뿐만 아니라 대선 본선에서도 이어졌다.
뉴스타파는 새롭게 확보한 명태균의 육성 전화 녹음 파일을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었던 2021년 9월 21일 명태균은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 씨에게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명태균은 강 씨에게 "정치 공작이다 뭐야 고발사주, 윤 총장 문제. 거기 보니까 '정치 공작' (응답)이 많이 나왔더라고 정치 공작이냐, 그 두 가지, 그 두 가지 질문이 들어가야 돼"라고 지시했다. 이에 강 씨가 "공표 조사 말씀하시는 거냐?"고 묻자 명태균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 측에 민주당 인사 및 비판적 언론인들을 형사 고발하도록 했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때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당시 손준성 대검 수사기획관이 김웅 전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시 윤석열 후보 측은 고발사주 의혹의 핵심 제보자 조성은 씨와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과의 접촉 사실을 트집잡아 고발사주 의혹이 여권(민주당)의 정치공작이라고 맞불을 놨다. 윤석열 후보 측의 고발사주냐, 민주당 측의 정치 공작이냐를 두고 공방이 가열되자 이 사안에 대한 민심을 확인하기 위해 여론조사 기관들이 조사를 벌였다.
당시 리얼미터 역시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명태균이 언급한 2021년 9월 14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문항은 이렇다.
"지난해 총선 직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측이 범여권 인사 및 언론인들에 대한 형사고발을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윤석열 예비후보와 국민의힘 측은 여권의 정치공작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는 고발사주 의혹이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십니까?"
이렇듯 리얼미터는 고발사주의 주체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측'이라 했고 고발사주의 표적이 '범여권 인사 및 언론인'들이란 사실도 알렸다. 또한 이 같은 고발사주 의혹을 정치 공작이라 주장하는 쪽이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 측'이라는 사실도 분명히 적시했다.
그럼 당시 명태균이 리얼미터 조사 문항을 참고해 만들라고 지시를 내린 후 작성된 여론조사 문항은 어땠을까? 2021년 9월 23일 뉴데일리와 시사경남(명태균이 실질 운영한 언론사) 의뢰로 실시한 PNR 측 여론조사 문항은 아래와 같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시 검찰에서 여권인사 등에 대한 고발을 당시 야당인 미래통합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다음 중 어느 의견에 더 공감하십니까?
① 검찰과 야당이 결탁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② 야당 대선 후보를 흠집내기 위한 정치 공작이다
③ 잘 모름, 무응답"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듯이 고발사주의 주체가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 시 검찰'이라고 되어 있어 윤석열 후보 본인과는 무관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아울러 고발사주의 표적이 누구인지도 빠져 있다. 또한 '고발사주 의혹은 민주당 측의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주체가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라는 사실도 누락됐고 저 양쪽의 주장을 병렬적으로 나열한 보기를 나란히 줬을 뿐이다.
이렇게 고발사주의 주체 및 표적, 그리고 이른바 정치 공작설의 진원지를 밝힌 리얼미터 여론조사와 그렇지 않은 명태균 씨 측의 여론조사 결과는 공교롭게도 정반대였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등 여권의 정치공작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자는 42.3%,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43.7%로 오차범위 이내지만 윤석열 후보 측의 주장을 믿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반면 명태균 측의 지시를 받아 만들어진 여론조사에서는 야당 대선후보(윤석열)를 흠집내기 위한 정치공작이라는 응답이 40.1%, 검찰과 야당이 결탁한 국기문란 사건(민주당 측 주장)이라는 응답은 38.7%로 윤석열 후보 측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명태균식 편파 질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2021년 9월 23일 강혜경 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들어보면 그는 대장동 논란 초기만 해도 이재명 전 성남시장에게 불리한 사안이라고 인식한 듯 특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문항을 추가하라고 강혜경 씨에게 지시했다.
그는 "대장동 문제 있죠. 질문 하나 했잖아요. 그죠? 그 다음에 또 하나 질문은 뭐냐 하면 특검을 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특검 수사에서 명백하게 밝혀야 되느냐 그 부분을 하나 넣죠"라고 하며 의도적으로 대장동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다분히 담은 질문을 삽입하려 했다.
이어 다른 통화에서는 이재명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특혜 의혹과 관련하여’라는 문구가 문항에서 빠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같은 날 진행된 명태균 측의 여론조사에서는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과 관련해, 특검 등이 필요한지, 특혜 의혹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고, 응답자 과반이 동의한다는 결과를 내놨다.
그로부터 닷새 후인 9월 28일에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이재명 후보를 압박했다.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도 “특검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범인”이라며 가세했다. 물론 그랬던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와선 '김건희 방탄'에 치중하며 '특검을 거부하고 있다.
뉴스타파 측에서 지적하는 명태균 여론조사의 편파 질문은 또 있었다. 2021년 10월에 들어선 윤석열 후보에게도 불리한 정황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대장동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그 유명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이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당시 대검 중수부 소속 주임검사였던 윤석열 당시 중수2과장이 대장동 일당의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대장동 사건을 키운 게 아니냐는 이른바 ‘윤석열 대검 중수부 수사 무사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로 인해 대장동 사건의 책임이 이재명 후보에게 있는지, 윤석열 후보에게 있는지를 다투는 구도가 새롭게 설정됐다. 명태균은 이 같은 당시 상황을 싸그리 무시한 채 엉뚱한 문항을 작성해 여론조사를 비틀어 진행했다. 2021년 10월 24일 공표된 뉴데일리, 시사경남 의뢰 PNR 여론조사 문항은 이렇다.
"선생님께서는 최근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논란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① 이재명 게이트이다
② 국민의힘 게이트이다
③ 잘 모름, 무응답"
대장동 개발 의혹의 쟁점을 과거 성남시장 이재명과 대검 중수2과장 윤석열의 구도로 두고 질문을 한 것이 아니라, ‘이재명 대 국민의힘’이라는 엉뚱한 구도를 설정한 것이다.
이처럼 뒤틀린 질문을 통해 나온 여론 조사 결과는 이재명 게이트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4.3%로 국민의힘 게이트(33.3%) 응답자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왔다. 또한 뉴스타파는 명태균이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노골적으로 설계한 정황을 보여주는 통화 내용도 새롭게 확인해 전했다.
그는 2021년 10월 30일 강혜경 씨와의 통화에서 특정 조건 하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응답을 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윤석열 총장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어 뉴스타파는 명태균이 여론조사 질문 문항을 교묘히 편집해 윤석열 후보를 지원했던 흔적은 국민의힘 경선 뿐만 아니라 대선 본선 기간에도 확인된다고 했다. 대선 본선 기간 김건희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과 윤석열 후보의 잇따른 말실수 등으로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자 국민의힘은 2022년 1월 3일 선대위 전격 해체를 선언했다.
그런데 명태균은 그 날 강혜경 씨에게 윤석열 후보와 김건희 여사가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국민의힘에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전격 해체를 발표했다. 그리고 또 지금 당직자들, 주요 당직자들이 책임을 묻고 사퇴를 하게 됐다. 그렇게 ‘김종인’이라는 말이 들어가야 되고, 일반 사람들이 얘기하면 못 알아듣거든. 거기에 매우 잘했다, 잘했다… 이렇게 네 가지로 물어봐야 된대요"라며 '김종인 당시 선대위원장의 선택’을 강조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그가 "이렇게 네 가지로 물어봐야 된대요"라고 한 것은 윤석열 캠프 관계자 등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렇듯 명태균은 지난 대선 시기, 고발 사주 의혹이나 대장동 의혹과 관련 대검 중수부의 수사 무마 의혹, 윤석열 선대위 해체까지 주요 고비 때마다 국민들에게 공개되는 여론조사에서 편파적인 문항을 설계해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든 것으로 의심된다.

또한 굿모닝충청과 시민언론 민들레, 리포액트 등이 합작해 결성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팀이 보도했듯이 편파적인 설문 문항 외에 조사일시도 1시간 50분 혹은 3시간 50분, 5시간 10분 만에 끝내버리거나 평일 낮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해 고의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층들의 응답을 높이는 수법도 병행했다.
아울러 양자대결에서도 윤석열 후보의 경우 이재명, 이낙연 등 민주당 후보와 대결해 모두 승리하는 결과를 낸 반면 홍준표 후보의 경우 이재명 후보와만 대결을 붙이고 그마저도 지는 결과를 반복해서 내보냈다. 윤 대통령 부부와 각별한 관계를 이어갔던 명태균이 각종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뉴스타파는 이번 보도 말미에 "그러나 사건을 1년 가까이 수사 중인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와 선거 전반의 의혹을 비켜가면서 명태균 씨와 일부 정치인이 벌인 ‘지역 토착 비리’에만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비판했다.
이제 검찰에 대한 불신 여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김건희 특검법을 넘어 '윤석열-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자는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조작된 여론조사를 토대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윤석열 대통령은 정통성마저도 뒤흔들릴 수도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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