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28일 뉴스타파 단독 보도를 통해 알려진 정치 브로커 명태균의 지난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여론조사 조작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짜 응답완료 샘플을 통해 경합이었던 결과를 '윤석열 우세'로 바꾸는 등 광범위한 여론조작 사실이 드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정통성부터 뒤흔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그간 명태균의 전화통화 녹음 외에 뚜렷한 물증이 없어 의혹만 무성했던 여론조사 조작 행태를 입증할 물증을 확보했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명태균은 조사 전화 자체를 걸지 않고서 ‘가짜 응답완료 샘플’을 무더기로 만들어내는 수법을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를 통해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홍준표 후보에게 3%p 앞서게 하는 등 윤 후보 쪽에 유리한 쪽으로 여론조사 결과값을 조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에 뉴스타파가 확인한 명태균의 여론조사 조작은 2021년 9월 국민의힘 당내 경선이 한창이던 시점에 저질러진 것이었는데 대통령실이 명태균과 윤석열 대통령 간 접촉 사실을 인정한 시기와 정확히 겹친다.
뉴스타파는 "때문에 당시 윤석열 후보 또는 윤 후보 캠프 측이 명 씨의 조작 여론조사를 활용했는지, 또는 조작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나아가 명 씨와 함께 여론조사 조작을 공모한 것은 아닌지, 추가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을 살펴보면 9월 15일 윤석열 후보를 포함해 8명의 후보가 1차 컷오프를 통과했고 10월 6일에 경선 본선 진출자 4명을 추리는 2차 컷오프가 진행됐다. 당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는 막상막하의 백중세를 형성하고 있었다.
공표일을 기준으로 2021년 9월 29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는 모두 4건이었는데 윤 후보와 홍 후보가 각각 2번씩 1위를 나눠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명태균이 실질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가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이 날 명태균이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 씨와 통화했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살펴보면 명태균이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통화에서 명태균은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추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그거 한 번 해갖고 한 (응답 샘플을) 2000개 만드이소. (중략) 돈 얼마 들어갔어요?"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또 이 날 통화에서 명태균은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중략) (윤석열 후보가) 2~3% 홍(준표)보다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조작해야 하는 수치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당연히 이는 중대한 불법 행위이기에 강혜경 씨도 놀라며 반문했지만 명태균은 거듭해 조작을 지시했고 여론조사 보고서 작성 역시 독촉했다. 이에 대해 명태균은 “보정 작업을 지시했을 뿐”이라며, 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작의 심증은 있으나, 그의 육성 외에는 조작 사실을 입증할 물증이 없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문제의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와 원본(RAW) 데이터 자료를 입수해 검증한 결과 명태균의 여론조사 조작은 사실이었음이 드러났다.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 자료에는 응답자의 숫자와 전화번호, 응답자별로 통화를 시작한 시각과 종료 시각, 지지 후보자 등에 대한 응답 결과까지, 여론조사 기초 정보가 전부 담겨 있다.
다시 2021년 9월 29일 명태균-강혜경 통화 녹취록으로 돌아가면 명태균이 뜬금없이 돈이 얼마 들어갔는지를 물었는데 강 씨는 40만 원 정도 들어갔다고 답했다. 이 40만 원의 의미에 대해 강혜경 씨는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40만 원 정도의 전화비라 하면 500개에서 많게는 600개의 (여론조사 응답자) 샘플이 추출됐을 때 40만 원 정도가 이제 (경비로) 소요가 됩니다"고 증언했다.
즉, 당시 실제 여론조사 응답완료 샘플은 500개 정도에 불과했는데 명태균은 이를 4배나 뻥튀기해서 샘플이 마치 2000개인 것처럼 조작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1500개의 응답완료 샘플을 가짜로 만들어냈다는 뜻이 된다.
실제 뉴스타파가 문제의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 자료를 분석해 1522개의 응답완료 샘플이 아예 여론조사 진행 없이 만들어낸 '가짜 샘플'임을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이 사실을 원본 데이터 엑셀 자료의 '응답레벨' 입력값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진행 시 응답 데이터를 수집·기록하는 시스템에 따라, ‘응답완료 샘플’ 앞에는 조사가 다 마무리됐다는 의미의 엔드(End)를 뜻하는 알파벳 대문자 ‘E’가 표기된다. 중요한 것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 않거나 조사 중간에 전화를 끊어버릴 경우엔 샘플 앞에 E자가 표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2021년 9월 29일 여론조사 원본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E가 표기된 응답완료 샘플은 516개에 불과했는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 나와 있는 응답완료 샘플 수는 2038개로 되어 있어 명태균이 지시한 대로 1522개의 가짜 응답완료 샘플이 만들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그 예시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고 돼 있는 ‘경기·인천 지역의 40대 남성’의 경우 미래한국연구소는 이 남성에게 여론조사 전화를 건 적조차 없었으며 전화 응답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자”라고 돼 있는 ‘부산·울산·경남 거주의 60대 여성’도 실제론 여론조사 없이 가공된 조작 샘플임을 들었다.

이런 응답자 조작 샘플이 무려 1,522개나 만들어졌으므로 명태균이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명백한 증거를 통해 처음으로 입증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가짜 샘플을 통한 여론조작으로 경선 순위마저 뒤바뀌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실제 여론조사가 이뤄진 응답완료 샘플 516개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31%)과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30.6%)은 불과 0.6%p 차로 오차범위 내 경합이었지만 가짜 조작 샘플 1522개를 더한 총 합산 결과는 윤석열 후보의 경우 33%로 2%p 오른 반면 홍준표 후보는 29.1%로 1.3%p 하락했다고 밝혔다.
응답 샘플 조작으로 두 후보 간 격차가 0.6%p에서 3.9%p로 더 벌어진 것이다. 이 ‘3.9%p’라는 조작 수치 역시, 명태균이 강혜경 씨에게 전화로 조작을 지시한 내용과 일치한다.

명태균은 문제의 여론조사 결과가 외부에 발표되는 것이 아닌 내부적으로만 공유하는 비공표 조사였으므로 조사 결과를 조작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명태균이 강혜경 씨에게 여론조작 지시를 내린 그 날에 자기 입으로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외부에 유출하는 거”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작된 여론 조사가 당원들 투표에 영향을 미쳤다”며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명태균 씨의 조작 여론조사가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측이 공식 유튜브 계정에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를 올려 홍보하는 등 명태균의 여론조사를 활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지난 27일 뉴스타파는 윤석열 캠프가 대선 막판까지 '명태균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를 보고받아 선거 전략을 짜는데 활용했다는 신용한 교수의 폭로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로 볼 때 명태균의 조작된 여론조사가 윤석열 캠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됐다는 뜻이 되기에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8년 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보다 현재가 더 심각한 것은 최소한 당시 박근혜 씨는 대통령 직무수행 과정에서 무자격자 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허용해 논란이 됐을 뿐 대통령 당선에 있어서 정통성이 뒤흔들릴 만한 사실은 없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브로커의 여론조작이 직접적으로 있었음이 드러났기에 그의 정통성부터 뒤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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