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일으킨 이른바 12.3 내란 사태로 인해 잠시 여론의 주목을 피했던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9월 휴관일에 서울 종묘에서 종교인들과 차담회를 연 사실이 11일 밤 JTBC 단독 보도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날 행사를 위해 종묘관리소 직원들이 인근 궁궐에서 가구를 빌려왔다는 증언도 나와 충격은 배가 되고 있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3일 오후 김건희 여사 일행이 종묘를 찾았는데 문제는 종묘는 매주 화요일이 휴관일로 정해져 있고 이 날은 휴관일이라 일반인의 관람이 제한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김 여사가 외국인 남녀 두 명, 그리고 통역사와 함께 종묘 내 망묘루를 방문했다고 했다.
JTBC와 인터뷰를 한 종묘 관계자 A씨는 김 여사 방문을 당일에야 알았고 어떤 내용인지는 자신들도 몰랐으며 외국인 2명과 통역사 등 4명이서 같이 다니는 것을 봤다고 했다. 즉, 김 여사의 방문 사실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당일까지 보안에 부쳐졌다는 것이다.
또한 김 여사 일행은 당시 망묘루로 향했는데 문제는 망묘루 역시 평소엔 일반 방문객의 관람이 제한되는 곳이란 점이다. 종묘관리소 측은 김 여사 일행이 망묘루에서 스님과 신부님을 만나 총 6명이 차담회를 했다고 JTBC 측에 증언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요청으로 장소만 제공했을 뿐, 구체적인 참석자나 방문 목적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종묘 직원들은 국가 공식 행사라면 참석자와 내용 등을 미리 알려왔을 것이라며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이렇게 김 여사가 공식 행사가 아닌 사적인 용도로 종묘를 이용했을 경우 특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편,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 측은 행사 목적과 참석자에 대해 "대통령 내외의 방문 목적과 취지는 경호와 보안상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역대 정부와 현 정부 모두 대통령실 행사의 경우 궁능 장소사용에 있어서 관례적으로 예외를 적용해왔다"고도 했다.
JTBC와 인터뷰를 한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전북 전주갑)은 "국가의 주요 사적을 개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며 "김건희 씨는 어떤 목적으로 국가의 주요 사적을 이용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JTBC는 문제의 차담회 행사를 위해 종묘관리소 직원들이 인근 궁궐에서 가구를 빌려왔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전했다. 현장 직원들은 차담회 장소로 종묘를 선택한 것은 물론 행사 준비를 주로 한 건 대통령실이라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데 김 여사 방문 직전까지 극비리에 준비됐던 걸로 보인다.
JTBC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가 종묘를 방문 당시 차담회가 열렸던 망묘루 내부 모습을 보면 방 한 가운데 원형 찻상이 있고 주변으로 다리가 3개인 의자 6개가 놓여 있고 한 쪽엔 병풍을 세워뒀다. 종묘관리소 관계자 A씨는 JTBC에 찻상과 의자는 관리소 측이 이 날 행사를 위해 인근 궁궐에서 빌려온 것들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시 고가의 가구들로 보여 직원들도 옮기는 걸 꺼려한 것으로 안다고도 전했다. 이 날 김 여사가 초청한 차담회를 위해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각각 가구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창덕궁 자문위원인 B씨는 JTBC에 "자문회의에서 해외 귀빈용 의자 제작을 결정한 적이 있다"며 "설계도상 다리가 3개인 의자였다"고 증언했다.
행사 이후 찻상은 반환했지만 의자는 현재도 망묘루 안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묘관리소 측은 장소만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대통령실이 행사 준비를 담당했고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로부터 김 여사 방문 준비 요청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궁릉능유적 본부장은 "차담회 내용에 대해서 알 수 없다"면서도 "장소 사용 허가에 따른 사용료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상의 사실로 볼 때 국가문화유산을 김 여사가 함부로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JTBC는 대통령실이 행사 목적과 이용 규정, 참석자 등을 묻는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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