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 인근에서 차벽을 세우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봉준 투쟁단의 상경 시위를 봉쇄했던 경찰이 트랙터를 몰고 온 농민들에 대해, 소환을 통보하고 조사에 착수해 논란을 일으켰다. 법원이 허용한 시위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무슨 권리로 '불법'이라 우기는 것인지 아리송하게 한다.
전농 전봉준 투쟁단은 트랙터 30여 대와 화물차 50여 대 규모로 지난 16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출발해 21일 광화문 집회 참석과 한남동 대통령 관저 진출을 목표로 서울 진입을 시도했다. 이 집회는 법원도 허가했다. 그러나 경찰이 갑자기 ‘교통체증’과 ‘공공의 이익을 훼손할 교통불편을 야기’할 것이라는 핑계를 대고 차벽을 설치하며 서울 진입을 봉쇄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시민들이 직접 남태령 인근으로 달려가 경찰을 향해 "차 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철수를 촉구했고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도 나서 힘을 보탰다. 결국 대치 32시간 만인 22일 오후에야 경찰은 결국 트랙터 10대에 한해 서울 진입을 허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남태령이 뚫린 후 국민의힘 의원들의 선동이 시작됐다. 최근 들어 부쩍 '윤석열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윤상현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동 세력에게는 몽둥이가 답"이라는 망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고 24일엔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가세했다.
권 원내대표는 "트랙터로 시민 이동에 극심한 혼란을 야기하고 경찰 버스를 들어 올리는 물리력을 행사하고 경찰을 폭행하며 시위 현장에서 음주까지 한다면 이는 시위가 아니라 난동이다"며 법원도 허가한 시위를 멋대로 '난동'이라고 낙인을 찍으며 선동에 나섰다.
여기에 수구 언론들까지 가세했는데 조선일보는 1면에 <부활하는 불법시위>란 제목의 기사를 실어 법원이 허가한 시위를 '불법'으로 재단했고 <불법에는 법대로 대처하라>는 사설을 내 역시 선동에 나섰다. 국민의힘과 수구 언론이 농민들의 시위를 '불법'으로 몰아가자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24일 오전 트랙터 시위를 주도한 전농 지도부 2명에 대해서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경찰은 이미 법원이 집회에 트랙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례로 인정했다는 입장인 반면, 집회 주최 측은 경찰의 자의적 해석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김상은 변호사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판례의 취지는 집회를 본질적으로 금지하지 않도록 상황에 따라서 트랙터 행진을 제한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남태령에서 차벽을 세운 건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게 되는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즉, 경찰이 판례를 아전인수(我田引水)로 곡해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또 다시 '권력의 지팡이'가 되어 정부, 여당에 보조를 맞추고 또다시 입틀막 대응으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미 경찰청장인 조지호와 서울지방경찰청장인 김봉식이 나란히 내란 동조 혐의로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경찰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공권력감시대응팀' 소속 박한희 변호사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예전보다 더 심하게 집회를 못하도록 압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며 "조직 전체가 내란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거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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