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경찰이 작년 2022년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던 시민단체 촛불행동에 후원금을 보낸 사람들의 계좌 정보를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한 사실이 14일 MBC 단독 보도로 확인됐다. 이는 작년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면서 통신 사찰을 자행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금융기관을 통해 단순 후원한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 주소까지 모두 확보한 것인데 후원자들은 자신의 정보가 일종의 '블랙리스트'로 악용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MBC는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가 작년 10월 각 금융기관에 보낸 압수수색 통지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금융계좌 추적용이라는 영장과 함께, 지난 2022년 8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시민단체 '촛불행동'에 후원금을 보낸 계좌의 고객정보 조회를 요청했다.
촛불행동은 2022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를 벌였던 단체인데 경찰이 요청한 정보 목록에는 이름과 연락처, 생년월일 그리고 자택과 직장 주소도 포함됐다. MBC는 한 금융기관에서만 약 2000여 명의 개인정보가 경찰에 제공됐으며 경찰이 3개월간 통지 유예를 신청해 일반 후원자 대부분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조회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후원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MBC에 해당 사실을 제보한 제보자는 "계엄 선포 이후에 이 개인정보를 뭐로 이용하려고 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전두환 시절 때 데모에 참가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반공 분자로 몰아서… 그렇게 악용되지 않을까…"라며 불안한 심경을 밝혔다.
이보다 앞서 경찰은 작년 9월 기부금품법 위반 의혹을 수사한다면서 촛불행동 회원 명단을 압수했는데, 단순 후원자들의 계좌와 개인정보까지 압수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촛불행동은 "과잉수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촛불행동 측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이제일 변호사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에 제출한 자료들만으로 충분히 확인될 수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 확인한 것은 누가 과연 촛불행동에 후원했는가 이런 것을 일일이 따져보려고 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같은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비회원 모금액이 1000만 원을 넘으면 기부금품법 위반"이라면서 "회원 명단과 비회원 입금 내역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확인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23년 말부터 경찰이 수시로 촛불행동 측 집회에 비상식적인 대처를 해온 것은 물론 수구 단체 신자유연대 측이 시비를 걸고 물리적 충돌을 유발하려 했는데도 소극적으로 제지했던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이런 경찰 측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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