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의 제106주년 3.1절 기념사 대상이 도민에서 국민으로 바뀌면서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도정 우선’ 원칙을 밝혀온 김 지사가 생각을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
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충남을 비롯한 충청권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보수 진영을 대표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어 당분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앞서 김 지사는 ‘개헌과 통합으로 국가 대전환을 이루어 나갑시다’라는 제목의 3.1절 기념사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폐기와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 도입, 지방분권, 행정 체제 개편 등을 골자로 한 개헌 필요성을 역설했다.
극심한 진영논리와 양극화, 정치 실종 상태에 대해서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고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3번 사용했다. 그동안 3.1절 기념사나 8.15 광복절 경축사의 대상이 도민이었다는 점과 분명한 대조를 보이는 대목이다.
<굿모닝충청> 취재를 종합하면 이런 변화는 국민의힘 당내 상황 및 향후 정치 일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내 유력 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소위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에 휩싸이고 있는 만큼 갈수록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36 하계 올림픽 개최지 후보 선정에서 김 지사가 오 시장이 아닌 김관영 전북지사의 손을 들어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무리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이유는 없을지 몰라도 ‘비(非)수도권 연대’를 통한 사상 초유의 역전극(?)을 만들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정계 복귀가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한동훈 전 대표 역시 검찰 출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일 거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 이대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여야 모두 충청권을 대변할 인물이 단 한 명도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김 지사의 입장 변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과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제2서해대교 건설, 육군사관학교 논산 이전 등 굵직굵직한 대선공약이 윤석열 정부에서 대부분 좌초된 가운데, 그 추동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타 시·도지사와 해당 지역 언론의 대응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부산일보>는 지난 2월 26일(인터넷판)자 ‘보수 잠룡 불안감 속 떠오르는 박형준 대선 출마론’ 기사에서 박 시장 역시 ‘명태균 게이트’와는 무관한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출마 여론이 높다는 점을 은근히 부각시켰다.
대선이라는 일종의 큰 장이 서는데 정작 550만 충청인의 목소리를 대변할 인물이 없다는 점은 정치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설령 조기 대선 시 국민의힘 경선에 뛰어들어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충청권 현안을 적극 피력하고, 이에 대한 실행을 약속하는 주자를 물밑 지원함으로써 실리를 챙기겠다는 차원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김 지사 역시 이와 유사한 취지의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김 지사는 지난해 12월 23일 송년 기자회견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충청권의 이익을 누군가는 대변하고 극대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가 걱정”이라며 이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속내를 내비친 바 있다.
김 지사 주변도 이런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청권의 여론”이라며 군불(?)이 제대로 지펴지길 바라는 눈치다.
복수의 측근은 최근 통화에서 “현재로선 조기 대선에 대한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당내 주요 대선 주자들이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 있다는 보도가 속속 나오면서 보수진영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김 지사는 그런 리스크가 전혀 없고 타 주자에 비해 중도 확장성도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또 “각 정당마다 권역별 대표 주자들이 앞다퉈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마당에 정작 충청권에서는 그 역할을 할 인물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이는 김 지사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출마를 고려하는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선에 못 나갈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