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이 27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번 일로 그가 이미 갈 데까지 갔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명징하게 드러났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재를 뿌린 것도 모자라 또 다시 설치고 있는 그의 행태는 정말 추하기 그지 없다.
이런 그의 행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일제히 규탄 논평을 내며 '배신과 야합'이라고 일갈했고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포럼 사의재' 또한 같은 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열고 이낙연 고문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최근 이낙연 고문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서울 구로을)은 "이낙연 전 총리의 이런 행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 전 총리는 평산에 계신 문 전 대통령과 어떤 상의도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문 전 대통령은 그의 최근 행보에 깊은 우려를 표하셨다"고 전했다.
다시 한 번 그의 기자회견 내용을 복기해 보면 그는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괴물 독재국가 출현을 막고 새로운 희망의 제7공화국을 준비하는 데 협력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했다. 먼저 그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이 도대체 누가 괴물인가? 이낙연 당신의 눈에는 12.3 내란 사태를 일으켜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윤석열과 그를 '방탄'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괴물로 안 보이고 이재명 후보만 괴물로 보이나?
괴물은 명백히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자신만의 독재정권을 수립하려 애를 썼던 윤석열과 '정권 상실'이 두려워 민의를 배반하고 내란 수괴 방탄에 나섰던 국민의힘이다. 오히려 이재명 후보는 당시 제1야당 대표로서 죽음을 각오하고 국회로 달려가 비상계엄 해제를 통해 윤석열의 내란을 진압하려 했던 인물이었고 하마터면 계엄군의 손에 잡혀 죽을 뻔했던 피해자였다. 누구에게 괴물 운운하고 있는가?
돌이켜 보면 이낙연이란 인물은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빙자한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을 당시 그에 대한 비판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였음에도 '노상원 수첩' 명단에 오르지 않는 '영광(?)'을 누렸다. 또 그의 소속 정당인 새미래민주당은 '윤석열·이재명 동시 청산론'이란 말 같지도 않은 양비론을 들먹거리는 행태를 보였다.
이번 김문수-이낙연 야합은 아마도 1997년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극적인 승리를 이끈 DJP 연합을 어설프게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자민련 총재였던 김종필과 연정을 하는 승부수를 띄웠는데 이로서 경합지인 충청권의 표심을 얻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상대로 1.53%p 차 신승을 거두는 계기를 만들었다.
2000년 16대 총선 이후 자민련과의 연정이 깨지긴 했지만 국민의정부 초반에는 대선 당시 약속대로 대통령 김대중-국무총리 김종필이란 연정 체제가 가동됐다. 그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김문수-국무총리 이낙연이란 연정 체제를 가동해 국민의힘의 절대 열세 지역인 호남의 표를 끌어당겨보겠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를 통해 김문수 후보는 호남 표를 끌어모으고 이낙연 전 총리는 호남에서 자신의 입지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재확인하며 정계에서 부활을 모색하고자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석패한 원인으로 서울과 충청권에서의 석패가 결정타였다고 지적하는데 호남에서의 저조한 득표도 한몫했다.
호남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항쟁 이후 반세기 가까이 민주당의 텃밭이 된 지역인만큼 이곳에서 90% 이상은 득표해야 열세 지역인 영남에서 기록한 표차를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이재명 후보는 광주에서 84.82%, 전남에서 86.1%, 전북에서 82.98% 득표에 그쳤고 3곳 모두 윤석열이 1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곧 이재명 후보가 원래 받아야 할 표보다 최소한 5%p 이상 못 받았다는 뜻이다.
이같은 원인에는 이낙연의 대선 경선 불복이 한몫했다고 본다. 아직 그 당시엔 이낙연이란 인물이 호남에서 완전히 영향력을 상실하기 전이었고 호남 내 이낙연 전 총리 지지층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를 행사하지 않으며 이같은 결과가 초래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니 국민의힘이 제2의 DJP 연합을 구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같은 김문수-이낙연 야합은 도리어 역풍을 부를 것이라고 본다. 우선 DJP 연합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충청권에서 김종필이란 인물의 영향력이 아직 건재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지금 이낙연 전 총리는 '호버남(호남도 버린 남자)'이란 별명이 돌 정도다. 그 단적인 예시가 바로 작년 총선이다.
이 전 총리는 작년 22대 총선 당시 새로운미래 소속으로 광주 광산구 을에 출마했으나 13.84% 득표율에 그치며 선거비용 전액 보전도 못 받았다. 새진보연합의 오준호 후보가 험지 중 험지인 대구 수성구 을에서 15.56%를 득표해 선거비용 전액 보전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이낙연이란 인물이 얼마나 호남에서 철저하게 버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 전 총리를 통해 호남 표를 끌어당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며 오히려 이 때문에 호남 사람들이 더욱 이재명 후보에게로 결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아울러 호남 출신 이주민들이 많은 수도권 지역 표심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호남 출신 이주민 비율이 높은 수도권 지역은 호남 표심과 연동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 공학적 전망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일로 이낙연은 더 이상 '민주당'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본인이 5선 국회의원을 하고 도지사도 하고 국무총리까지 오를 수 있게 한 게 누구 덕이었는가? 바로 호남 덕분이었다. 그는 5선 중 4선을 호남에서 했고 도지사 역시 고향이 있는 전라남도에서 했다.
본디 비문계였던 그가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가 됐던 것도 당시 안철수가 이끈 국민의당이 줄곧 떠들었던 '호남 홀대론'에 맞설 목적으로 '호남 껴안기'를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즉, 호남 지역민들의 덕택으로 그 자리까지 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대선 당시 경선 불복으로 정권 재창출에 재를 뿌린 것도 모자라 이번 대선에선 김문수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자신을 그 자리까지 올려준 호남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철저하게 배신했다. 호남의 아픈 상처인 5.18 광주 민주화항쟁 당시 학살을 주도했던 자들이 누구였으며 그 자들이 지금까지도 그에 대해 반성을 한 것이 무엇이었나? 오히려 뻔뻔하게 역사 왜곡을 저지르며 전두환을 옹호했던 자들이었다.
그런데 오직 '이재명의 집권'을 막겠다는 일념으로 호남에 아픈 상처를 준 자들과 손을 잡았다. 이는 곧 자신의 알량한 정치적 이득을 위해 부모를 죽인 원수와 손을 잡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패륜이다. 필자의 눈에는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이렇게 질투심에 눈 멀어 패륜을 저지르는 이낙연 전 총리 당신이야말로 진짜 괴물 중 괴물로 보인다.
아무리 상대가 미워도 지켜야 할 선이란 것이 있다. 도대체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전 총리 본인에게 뭘 그리 잘못해서 아직도 뒤끝을 부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무리 그가 밉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고향 사람들 원수와 손을 잡는 패륜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필자가 이낙연이란 인물을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는 단지 그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패륜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낙연은 단지 '호버남'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이제 문재인 정부 출신 식구들에게도 버림받으며 '문버남'이 됐고 앞으로는 대한민국 전체에서 버림받는 '대버남'이 될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는지 의문이다. 그토록 대권에 탐이 났다면 본인이 잘 하지 그랬나? 21대 총선 당시 180석을 획득해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던 정당을 단 1년 만에 암흑기로 몰아넣은 그 순간부터 이미 이낙연이란 인물에 대한 국민적 평가는 끝이 났다.
왜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고 남의 발목만 잡아채려 하는지 의문이다. 제발 남은 생은 심보를 곱게 먹고 현실을 바로 보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