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사전투표가 지난 30일 저녁 6시로 끝이 났다. 첫 날 사전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과 비교해 2.01%p 더 높았으나 둘째 날엔 그에 미치지 못하며 결국 최종 34.74%를 기록해 지난 20대 대선보다 2.19%p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투표율을 비교해 보면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곳은 전남으로 무려 56.5%를 기록했고 지난 대선 대비 4.05%p 더 증가했다. 뒤이어 2위 전북이 53.01%를 기록, 역시 지난 대선 대비 4.38%p 더 증가했으며 3위 광주 역시 52.12%를 기록해 과반을 넘겼고 역시 지난 대선 대비 3.85%p 더 증가했다. 그 밖에 제주도도 지난 대선 대비 1.33%p 더 투표율이 증가했다.
지난 대선 대비 사전투표율이 증가했던 곳은 호남과 제주도 등 대체로 더불어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지역이다. 그와 반대로 국민의힘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지역에선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왔을 뿐 아니라 지난 대선 대비 사전투표율이 더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에 전국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곳은 대구로 고작 25.63%에 그쳐 전국을 통틀어 유일하게 투표율 30% 미만이었는데 지난 대선과 비교해서도 8.28%p나 감소했다. 뒤이어 부산이 30.37%에 그쳤는데 역시 지난 대선 대비 3.88%p 감소했고 경북 역시 31.52%에 그쳐 지난 대선 대비 무려 9.5%p나 감소해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것으로 나왔다.
경남 역시도 31.71%에 그쳐 지난 대선 대비 4.2%p 더 감소했고 울산도 32.01%에 그쳐 영남권 중에선 그나마 높았으나 지난 대선과 비교해 보면 3.29%p 더 줄어들었다. 그나마 부울경(PK) 지역에선 감소폭이 그래도 3~4%p 정도로 수도권, 충청권 지역의 낙폭과 비슷했으나 대구·경북(TK)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낙폭이 두드러지게 컸다.
수도권에서도 보수 정당 강세 지역의 투표율이 대체로 낮은 편이었는데 서울의 경우 가장 투표율이 높았던 곳은 정치 1번지 종로구로 37.92%를 기록했다. 뒤이어 은평구가 37.16%, 동작구가 36.43%, 성북구가 36.33%, 관악구가 35.79% 등을 기록했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들은 대체로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지역이며 지금도 동작구 을 1곳을 빼면 모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는 곳이란 점이다.
반면 서울에서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강남구로 27.21%에 그쳐 10%p 이상 차이가 났고 서초구 역시도 28.69%, 송파구 역시 32.89%에 그쳤다. 이 지역들의 공통점들은 대체로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였던 지역이며 소위 이 강남 3구 내 8개 선거구 중 송파구 병 1곳을 빼면 지금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현역으로 있다.
종합해 보면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에서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왔고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에서 사전투표율이 낮게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나타난 이유는 우선 민주당 지지층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의 의지가 매우 강했기에 투표일을 학수고대했고 하루라도 더 빨리, 더 먼저 해야겠다는 욕구가 강하게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일부 여론조사기관에서 보수 과표집이 심하게 이뤄진 여론조사를 발표하며 마치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더 좁혀진 것처럼 언론들이 보도하니 더더욱 결집해 투표장으로 달려간 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경우 12.3 내란 사태로 인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됐고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윤석열 방탄' 행태를 벌이며 패색이 짙어진 탓에 투표를 할 만한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과 혹여나 벌어질지 모를 보수 단일화 후보 등 여러 이슈들을 끝까지 다 지켜본 다음에 투표를 하겠다는 심산으로 관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 하나의 이유로 보수층 일각에서 확산 중인 부정선거 음모론의 영향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이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사전투표가 '조작'이 가능하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확산되고 있기에 사전투표에 대한 불신이 쌓일대로 쌓여 사전투표에는 참가하지 않고 본 투표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이러한 이유로 인해 대체로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인 지역에서 사전투표율이 낮게 나왔다고 판단된다.
물론 아직 선거는 끝나지 않았고 본 투표가 남아 있다. 지금 영남 지역의 투표율이 호남 지역에 비해 절반 정도 수준에 불과하지만 본 투표에선 어떻게 될지 모르며 기본적으로 영남의 인구는 호남보다 3배 정도 더 많으므로 누가 이긴다는 예단을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선거의 승패를 예측하기 위해선 본 투표일 영남 지역 투표율이 어떤 추이를 보이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영남 지역이 사전투표 때처럼 전국 평균에 비해 저조한 투표율을 보인다면 이는 그만큼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기본적으로 확보해야 할 표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사실상 게임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영남 지역이 본 투표에 대거 결집해 투표율을 끌어올린다면 이는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늘 '보수의 텃밭'이라고 가볍게 넘기기엔 이번 선거에서 영남의 비중이 많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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