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을 권리, 멈춘 시간들 ①] 공공이란 이름의 책임 실종

정부의 무책임
지자체의 침묵
환자들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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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받을 권리, 멈춘 시간들>은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전면 파업 사태를 계기로 기획한 3부작 연속 보도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 소아재활 전문병원이 개원 2년여 만에 치료 중단 상황에 직면했다.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은 장애 아동과 가족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으나, 정부와 지자체, 병원, 노동자 누구도 온전히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나 재정 분쟁이 아닌, 공공의료 정책의 구조적 한계와 장애 아동의 건강권 문제로 바라보고자 한다.
3편에 걸친 연재를 통해 병원의 설립 배경과 운영 구조, 현장의 목소리, 그리고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차례로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편 공공이란 이름의 책임 실종

2편 병원을 떠날 수 없었던 사람들

3편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중부권 유일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치료 중단 상태에 놓였다. 병원을 살리자는 목소리는 높지만, 누구도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출처=자료 사진 합성/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중부권 유일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치료 중단 상태에 놓였다. 병원을 살리자는 목소리는 높지만, 누구도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출처=자료 사진 합성/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중부권 유일의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치료 중단 상태에 놓였다. 병원을 살리자는 목소리는 높지만, 누구도 실질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공’이라는 이름 아래 설립된 이 병원은 국비로 세워졌고, 시비로 운영되지만, 구조의 틈마다 책임이 분산되며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장애 아동의 집중재활을 위한 전국 최초의 공공 전문병원이다. 2023년 5월 대전 서구 관저동에 개원했으며, 대전시가 보건복지부 국비 지원을 받아 건립하고, 충남대병원에 위탁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병원은 개원 직후부터 만성 적자에 시달려왔다. 대전시에 따르면 2024년 적자 규모는 약 34억6000만 원, 올해에는 40억9000만 원에 이른다.

적자의 원인은 구조적이다. 소아재활·소아치과 등 필수진료과는 수가가 낮고, 입원 병동 운영에 따른 인건비와 유지비 부담이 크다. 수익 구조와 무관하게 병원은 계속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병원 설계 단계부터 예견된 것이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운영은 지자체 소관”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예산 반영에는 소극적이다.

대전시는 시비를 투입해 병원 운영을 감내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병원 내부에서는 그 폭과 방식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해 시가 남긴 순세계잉여금은 1000억 원이 넘지만, 병원 정상화를 위한 추가 예산은 확보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는 “전체 시 예산 결산 항목으로 병원 운영 예산과는 별개”라는 설명이다. 노조가 요구한 정근수당 등 처우개선 요구에 대해서는 “신생 병원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교섭 주체는 위탁 운영기관인 충남대병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병원은 지난 25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재활 외래 진료는 모두 중단됐고, 7월 28일 기준 입원 환아 8명에 대한 치료는 비조합원 일부가 유지하고 있다. 병원 내 진료시설은 대부분 멈췄다. 특히 이 병원은 법적으로 필수유지업무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파업에 따른 외래 진료 중단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단도 없다.

장애아동 환자 가족과 인근 시민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 운동을 주도했던 김동석 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은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이번 사태의 본질은 노조의 파업이 아니라 치료의 중단”이라며 “장애 어린이의 치료 기회는 단순한 지연이 아니라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병원은 소아재활을 꺼리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대전시는 책임 공방보다 당장의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대전시는 구조의 틀 안에 갇혔다. 병원은 멈췄고, 환자와 의료진이 그 여파를 온몸으로 버티고 있다. 공공이라는 말의 무게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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