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을 권리, 멈춘 시간들>은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전면 파업 사태를 계기로 기획한 3부작 연속 보도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 소아재활 전문병원이 개원 2년여 만에 치료 중단 상황에 직면했다.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은 장애 아동과 가족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으나, 정부와 지자체, 병원, 노동자 누구도 온전히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나 재정 분쟁이 아닌, 공공의료 정책의 구조적 한계와 장애 아동의 건강권 문제로 바라보고자 한다.
3편에 걸친 연재를 통해 병원의 설립 배경과 운영 구조, 현장의 목소리, 그리고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차례로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편 공공이란 이름의 책임 실종
2편 병원을 떠날 수 없었던 사람들
3편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기다릴 수 없는 아이들이, 지금도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장애아동에게 재활치료는 선택이 아니라 일상이다. 중증일수록 치료는 더 자주, 더 깊게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외래진료는 중단됐고, 일부 입원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사실상 치료에서 배제된 상태다.
의료공백이 지속되며,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건 아이들의 몸과 시간이다. 병원을 이용하던 가족들은 치료일정을 취소하거나, 다른 병원을 찾아 나섰지만 대부분은 대체가 어려웠다. 치료 특성상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고, 특히 집중재활이 필요한 중증장애아동은 사실상 전원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중증장애아동을 둔 부모로서,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운동을 주도한 시민사회 활동가인 김동석 사단법인 토닥토닥 이사장은 “중증장애아동에게 치료 중단은 건강 악화를 넘어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중증장애아동 가족이자, 병원 설립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10년 전 아들 건우의 치료를 위해 전국을 떠돌았고, 그 과정에서 같은 처지의 가족들과 함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운동’을 벌였다.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시민들의 오랜 요구로 만들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병원은 지금 멈춰 있다. 운영 주체인 대전시는 “적자가 누적되고 있으며,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병원은 지난 2023년 34억 원, 올해는 40억 원가량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병원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지속 가능한 운영이 어렵다”며 중앙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병원 설립 당시부터 수익성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그럼에도 운영은 지자체에 맡기고 책임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예산 논리로 치료를 멈춘 것”이라며 “이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어느 누구도 아이들에게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원용철 벧엘의집 목사는 공공의료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 목사는 “공공병원이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며 “출발부터 국립병원으로 계획했어야 했고, 지금이라도 운영 책임을 중앙정부가 함께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병원의 적자는 ‘착한 적자’로, 경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 설립에 참여했던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병원이 공공의 역할을 상실하고, 재정 논리로 축소 운영되며 치료 기회를 빼앗고 있다”며 대전시와 정부에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의료진의 처우 개선과 병원 정원 확충, 운영비 지원” 등이 단기적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더 나은 치료 환경과 지속가능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이 병원 노동자들의 입장이다. 아이들 곁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협상을 시도했지만, 책임 있는 응답이 없었고 결국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일부 환아 가족들 역시 “치료 중단은 치명적”이라고 우려를 표하면서도,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병원을 떠나지 않았던 의료진의 고충에 공감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장우 대전시장,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 허태정 전 대전시장 등 정치권 인사들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노사 갈등과 예산 문제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논평보다 환아와 가족을 위한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석 이사장은 말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숫자가 아닌 사람을 위한 병원이다. 공공이란 이름의 책임이, 아이들의 시간 앞에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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