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을 권리, 멈춘 시간들>은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전면 파업 사태를 계기로 기획한 3부작 연속 보도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 소아재활 전문병원이 개원 2년여 만에 치료 중단 상황에 직면했다.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은 장애 아동과 가족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으나, 정부와 지자체, 병원, 노동자 누구도 온전히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지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나 재정 분쟁이 아닌, 공공의료 정책의 구조적 한계와 장애 아동의 건강권 문제로 바라보고자 한다.
3편에 걸친 연재를 통해 병원의 설립 배경과 운영 구조, 현장의 목소리, 그리고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차례로 살펴본다.
※ 글 싣는 순서
1편 공공이란 이름의 책임 실종
2편 병원을 떠날 수 없었던 사람들
3편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공공 소아재활 전문병원인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의료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진료는 정상화되지 못한 채 정체돼 있으며, 병원 내부는 침묵에 가까운 정적 속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들은 병원을 떠난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곁을 지키려 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조의 투쟁’으로만 해석하긴 어렵다.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정원 124명 규모로 설계됐지만, 현재는 93명가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원 병동은 인력 부족으로 간호사 교대가 축소된 상태이며, 외래 치료도 빠듯한 인력 안배 속에서 가까스로 돌아가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에 따르면 2023년 5월 개원 이후 지금까지 이직한 의료인력은 34명에 이른다. 대부분 생활 유지가 어려운 저임금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평균 근속 경력은 7.2년이지만, 평균 기본급은 월 257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기숙사도 없는 탓에 월세만 40만~5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현실에서, 의료진이 병원을 떠나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 병원의 가동률은 치료 수요가 몰리는 방학철을 맞아 95%까지 치솟았지만, 이를 감당할 인력은 충분하지 않다. 결국 인력 부족은 환자 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국보건의료노조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지부는 지난 23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이후에도 하루 더 파업을 유보하며 대전시의 응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병원 측은 정근수당 20% 신설안을 최종 제시했고, 노조 측은 이를 ‘축소된 역제안’으로 간주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업 돌입일은 지난 25일이었다.
노조의 최종 요구는 정근수당과 위험수당 신설이었다. 노조는 이 중 정근수당 50% 지급안(예상 소요 약 3200만 원)을 온전히 수용하고, 위험수당은 일정 금액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교섭은 끝내 결렬됐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운영권을 위탁받은 충남대병원이 교섭 주체이며, 시는 예산 지원 범위 내에서 조율할 수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파업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필수유지업무 지정 대상이 아닌 병원의 특성상, 파업이 곧 치료 중단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업 첫날인 25일 외래 진료가 전면 중단됐고, 현재는 입원환자 8명에 대한 치료만 비조합원이 일부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상호 전국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지난해에는 시민사회와 환아 가족단체의 요청에 따라 파업을 접었지만, 올해는 더는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었다”며 “노조는 떠난 게 아니라, 아이들 곁에 남기 위해 끝까지 기다리다 멈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단지 임금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병원, 떠나지 않아도 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파업을 택한 것”이라며 “공공병원이 의료진을 붙잡지 못하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환자를 볼모로 한 파업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 사태를 만든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대전시와 정부”라며, 파업을 끝내기 위한 협상 테이블 복귀를 대전시에 요청한 상태다.
병원은 멈췄지만, 그 안에 남으려 했던 이들의 선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치료가 지속되기 위해선, 일터 역시 지속 가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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