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천태산(天台山, 714.3m)은 충북 영동군과 충남 금산군 경계에 자리 잡은 산으로, 산림청과 블랙야크가 꼽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 가운데 하나다. 산세가 빼어나 ‘충북의 설악산’이라 불리며, 기암괴석과 깊은 숲이 어우러져 사계절 많은 이들을 불러 모은다.
지난 주말, 애초 금산 서대산을 찾으려 했으나 오전 비로 입장이 여의치 않아 발길을 돌려 천태산으로 향했다. 서대산에서 천태산까지는 1시간 가까이 걸렸고, 결국 오후 3시 무렵에야 영국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비가 갠 직후라 땅은 여전히 젖어 있었고, 미끄러운 바위길은 곳곳에서 긴장을 더했다.
산행은 A코스(미륵길)로 올라 D코스(남고갯길)로 하산하는 3시간 30분 여정이었다. 특히 A코스는 천태산을 대표하는 대슬랩 암벽구간이 이어지는데, 낙상 사고가 잦아 영동군에서도 우회를 권고하고 있다. 실제 안내판에도 ‘가파른 암벽은 우회로를 택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C코스 역시 경사가 심해, 산을 오를 때는 가급적 D코스로 하산하는 편이 안전하다.




슬랩을 오를 때마다 발밑으로 시야가 열렸고, 등 뒤로는 영동 들녘과 금강 줄기가 점점 더 멀리 드러났다. 암벽을 붙잡고 오르는 긴장감과 조망의 시원함이 번갈아 가슴을 뛰게 했다. 정상에 오르자 서대산과 성주산, 멀리 계룡산과 속리산까지 이어진 충청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천태산은 자연의 빼어남과 더불어 깊은 역사를 품고 있다. 산 중턱에 자리한 영국사(寧國寺)는 고려 대각국사 의천이 창건한 절로,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며 국태민안을 기원했던 곳이다. 절 안에는 천년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223호), 삼층석탑과 원각국사비, 망탑봉 삼층석탑 등 수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어 천년 세월의 무게를 더한다.
하산길 D코스에서는 공룡등바위, 너럭바위 같은 기암괴석이 줄지어 나타나며 눈길을 붙잡았다. 망탑봉에서는 보물 제535호 삼층석탑과 상어바위를 만나며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천태산의 매력은 단순히 정상에만 있지 않았다. 길마다 바위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짧지 않은 3시간 산행은 땀과 긴장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충청의 역사와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여정이었다. 천태산은 도전과 위안, 스릴과 고요가 공존하는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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