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추석 연휴 둘째 날, 발길은 관악산으로 향했다. 초입은 비교적 무난했으나 연주암 부근에 이르러서는 기자의 숙명이 발목을 잡았다. 소방청 채용 사이트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불거져 기사를 송고하느라 한동안 걸음을 멈춰야 했던 것이다. 여행 중에도 일을 놓을 수 없는 직업의 무게가 다시금 어깨를 짓눌렀다.
관악산에서 삼성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날파리가 따라붙고 길은 매끄럽지 않아 혹여 길을 잃을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특히 삼성산 방향 표지판을 만났을 때는 수풀이 길을 완전히 가로막아 서 있었다. 결국 무너미고개를 돌아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길은 더디고 험했지만, 대신 관악산 능선의 매서운 산세와 도심을 굽어보는 전망을 오래도록 새겨 넣을 수 있었다.
삼성산 정상석을 찾는 일은 그 자체가 모험이었다. 마치 1990년대 후반 ‘드래곤 퀘스트’의 미션을 수행하는 듯, 빙빙 돌아다니며 결국 KT 기지국 철탑 뒤편에서야 표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착 시각은 이미 오후 5시 30분. 산을 내려올 땐 안전을 고려해 도로 우회로를 택했지만, 버스를 타고 관악산역에 닿은 뒤에도 차를 세워둔 곳까지는 2.2㎞를 더 걸어야 했다. 결국 밤 8시가 넘어서야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관악산(632m)은 서울 관악구와 과천·안양 경계에 자리한 경기 5악 가운데 하나로, 연주대와 연주암이 대표적인 명소다. 봉우리마다 방송 송신소와 기상 레이더가 자리해 ‘서울 남쪽의 산’이라는 상징성을 지니며, 연간 700만 명이 찾는 인기 산행지다. 서쪽으로 이어진 삼성산(481m)은 원효·의상·윤필 세 고승이 수도한 곳으로 불교적 전통이 깊고, 동시에 천주교 순교성지로도 자리매김했다. 무너미고개를 경계로 관악산과 이어져 있어 도심 속 종주 산행지로 많은 이들을 불러 모은다.
이번 산행은 단순한 도심 나들이를 넘어 한 가지 교훈을 남겼다. 자연은 언제나 웅장하지만, 그 안에서의 안전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암릉과 낙상 위험이 많은 구간에서는 등산화와 장갑, 무릎 보호대 같은 기본 장비가 필수적이다. 도심 가까이에 있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산. 관악과 삼성산은 기자에게 ‘산행의 인내’와 ‘안전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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