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호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변호사] 법치주의의 초석은 책임이다. 법을 집행하는 자가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을 때, 법치는 붕괴하고 정의는 조롱거리로 전락한다. 지금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대한민국 법치의 심장부에서 그 근간이 어떻게 썩어 들어가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비극이다.
사건의 시작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건진법사’ 사건의 자금 출처를 밝힐 유일한 DNA, 바로 ‘관봉권 띠지’를 훼손한 것은 수사기관 스스로 진실의 눈을 가린 행위이다. 검찰수사관 김정민과 남경민은 압수물 관리라는 가장 기본적인 직무를 유기했다. 이는 단순 과실이 아니라,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을 마비시킨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이들의 후안무치한 대응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사전에 입을 맞춘 위증을 저질렀다. 진실을 밝혀야 할 자리에서 거짓으로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이는 무너진 직업윤리를 넘어, 국가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오만함의 극치이다.
이 모든 과정을 지휘하고 감독해야 할 최재현 검사의 행태는 절망의 정점을 찍는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외부적으로는 마지못해 책임을 시인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국회를 향해 마이크를 들어 올리는 조롱에 가까운 행위로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는 검찰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기관이라는 시대착오적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증거인멸, 직무유기, 위증, 그리고 감독자의 책임 회피와 국회 모독. 이 모든 것은 개별적 비위가 아닌, ‘책임 원칙’이라는 법치주의의 대들보가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서울남부지검은 지금 당장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말단 수사관부터 주임검사, 그리고 지휘 라인 전체에 걸쳐 지위고하를 막론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스스로 존재의 자격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그 자격을 박탈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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