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집] 신라의 '가배'가 '추석'으로 진화

추석의 역사와 다른 나라에서의 추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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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에서 마중 나온 어르신들이 아들 부부와 손주를 반기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에서 마중 나온 어르신들이 아들 부부와 손주를 반기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이제 곧 있으면 민족대명절인 추석(秋夕)이 찾아온다. 올해 추석은 10월 3일부터 9일까지 무려 일주일 동안의 황금연휴가 주어지기에 사실상 '가을휴가'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본지는 추석을 맞아 추석의 역사와 다른 나라에선 추석을 어떤 방식으로 쇠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추석의 기원은 신라의 가배

추석의 유래는 신라의 가배(嘉俳)에서 왔다. 『삼국사기』《신라본기》유리이사금 9년 조(서기 32년)에 6부의 이름을 고치고 각 부에 성씨를 하사한 기록과 함께 등장한다. 기록을 보면 유리이사금이 신라 6부를 각각 3부씩 두 편으로 나누고 두 공주들에게 각 팀의 여자들을 거느리고 음력 7월 16일부터 한 달 동안 매일 새벽부터 밤 10시까지 큰 부의 뜰에 모여 길쌈 대결을 시켰다고 한다.

한 달이 지난 음력 8월 15일에 그 길쌈 대결의 결과를 판정하는데 길쌈을 많이 한 쪽이 승리하며 진 팀이 이긴 팀에 술과 음식을 사례하도록 했고 노래와 춤, 여러 가지 놀이를 했는데 이 행사를 가배라고 불렀다.

또 기록을 보면 이 때 진 팀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회소, 회소!”라고 했는데 그 소리가 슬프고도 우아해 후대인들이 이 곡에 노랫말을 붙여 회소곡(會蘇曲)이라고 했다고 한다. 다만 회소곡의 전체 가사는 오늘날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일본의 승려 엔닌이 쓴 『입당구법순례행기』엔 중국 산동반도 일대에 있었던 신라방에 체류하던 신라인들도 추석을 쇠었으며 "이 명절은 여러 다른 나라에는 없고 오직 신라국에만 유독 이 명절이 있다"고 했다. 이 기록대로라면 추석이란 우리나라의 고유 명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입당구법순례행기』는 『삼국사기』와는 달리 신라가 발해와 음력 8월 15일에 전투를 치러 승리한 것을 기념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기술해 그 기원에 대해 다소 차이가 있다. 엔닌이 살았던 시대는 신라 말기에 해당했다 보니 시대가 흐르면서 기원 전승이 많이 뒤섞인 것으로 보인다.

이 신라의 가배는 고려, 조선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져 추석으로 남아 있다. 고려시대엔 추석이 왕실에서나 민간에서나 중요하게 취급되는 명절이었는데 『고려사』엔 추석에 왕이 신하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거나 시 경연대회를 열었다는 기사가 여럿 적혀있다. 경령전에서 선대 왕들의 진전을 참배하고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도 추석은 임금이 직접 제사를 지내는 국가 행사 중 하나였다. 1438년에는 추석 날에 사형 집행이 금지되었으며, 1531년에는 병을 핑계로 추석제에 나오지 않은 벼슬아치들이 파직되기도 했을 정도로 상당히 귀중하게 여겨졌던 것으로 보인다. 1497년에는 추석 제사 도중 발을 헛디뎌 독을 깨뜨린 관리가 의금부에 하옥되어 죄를 신문받기도 했다.

추석이 공휴일로 처음 지정된 것은 1949년인데 당시엔 당일 하루만 공휴일이었으나 1986년에 추석 다음 날이 공휴일로 포함됐고 1989년부터 현행 법대로 추석 전날까지 포함한 3일 연휴를 하게 됐다. 다만 이것은 법적인 것이고 올해처럼 주말과 다른 공휴일이 붙으면 그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

북한의 추석

북한은 공산화가 된 이후 과거 우리의 풍습들을 '봉건적'이란 이유로 인해 많이 파괴해 추석의 풍습이 대부분 무너졌다. 북한에서 추석은 음력 8월 15일 당일만 공휴일인데 그나마도 본래는 아예 없어졌다가 1988년에야 음력 설과 함께 2대 '민속명절'로 부활시킨 것이다. 북한에서의 대명절은 '국가명절'로 불리는 김일성·김정일 생일(태양절, 광명성절)이다.

추석 당일에 북한 주민들은 차례상을 차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부모와 조상의 산소(山所)를 찾아 성묘를 하고 들고 온 낫으로 산소 주변 벌초를 한다. 성묘를 할 때에는 술과 간단한 음식을 올리는데 절을 하지는 않고 묵념만을 한다. 북한에서는 1960년대 도서정리사업 이후 절을 하는 풍속이 사라졌다.

성묘 후에는 가족·친지들과 음식을 나누고, 윷놀이·제기차기 등 전통놀이를 즐기고 달구경, 달맞이 등 달과 관련된 풍습도 남아 있다고 한다.

다만 북한은 남한과 달리 통행의 자유가 없는데 다른 도시로 가려면 '려행증'이라는 것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는 소련의 국내여권 제도를 모방한 것인데 실상은 김 씨 정권이 암살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려행증 발급이 매우 까다롭고 어려운데다 교통도 낙후돼 있기에 고향 방문이 드물어 남한과 같은 민족대이동 현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의 추석

앞서 『입당구법순례행기』엔 음력 8월 15일 명절이 신라의 고유 명절이라고 했는데 현재 중국에서는 중추절(仲秋節)이란 이름으로 추석을 쇤다. 기록을 존중한다면 중국에서 추석을 쇠는 것은 신라의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에서 추석은 중국의 설날인 춘절(春節)만큼 성대하진 않다.

중국에서 춘절의 경우는 공식적인 공휴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3일이지만 워낙 땅이 넓고 인구가 많기에 비공식적으로 한 달까지 쉴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중추절의 경우엔 2007년까지 휴일이 아니었다가 2008년 민족 정신 계승 및 공휴일 분산 방침에 따라 국가 공휴일로 지정됐다. 그만큼 중국 내에서 중추절의 위상은 춘절에 비해 많이 낮다.

중추절에 중국인들은 밤에 온 가족이 모여 월병(月餠)을 먹으며 보름달을 구경하는 풍습이 있다. 같은 중화권 국가인 대만에서는 추석에 야외에서 고기 바비큐를 하는 전통 아닌 전통이 있는데, 1980년대 타이베이의 한 간장 회사에서 내보낸 '중추절엔 바비큐를'이란 광고가 대히트하면서 이런 관습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일본의 추석

일본의 경우는 추석이란 명절이 사실상 없다. 음력 8월 15일을 중추명월(中秋の名月)이라고 하며 쓰키미(月見) 같은 달맞이 풍습이 있지만 한국의 추석처럼 성대하진 않다. 대부분의 명절이 태양력으로 전환된 일본에서 아직도 음력을 사용하는 드문 사례다.

흔히 양력 8월 15일의 오봉(お盆)이란 명절을 추석과 유사한 명절이라고 소개하나 오봉은 불교의 우란분제(백중)가 기원이기 때문에 그 성격은 많이 다르다. 중국에서는 중원절(中元节)에 해당한다. 오봉은 음력 7월 15일이었다가 명치유신 때 음력을 폐지하면서 양력 7월 15일이었다가, 계절문제로 인해 한 달 후인 양력 8월 15일로 옮겨온 것이다.

일본의 오봉은 공휴일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학교는 여름방학이고, 직장인은 여름 휴가를 이 때즈음에 잡는 식으로 대부분의 사회인이 쉬게 된다. 한편 오키나와에서는 큐봉(旧盆)이라고 해서 아직도 음력 7월 15일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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