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발단은 尹의 격노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은 끝내 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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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에 의해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사진=연합뉴스)
21일 오전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에 의해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및 은폐 의혹을 수사한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이 2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외압의 정점으로 지목해 기소하면서 142일 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수사 외압의 기점이었음을 밝혀냈고 어떤 경로로 외압이 이뤄졌는지 밝혀냈으나 끝내 마지막 퍼즐인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은 풀지 못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던 지난 2023년 7월 31일부터 국방부 조사본부가 경찰에 사건을 이첩한 8월 20일 사이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긴밀하게 움직이며 조직적인 수사 외압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외압의 주요 단계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가 있었고 그 아래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과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이 실행자로서 역할을 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 수사 외압의 출발점은 국가안보실 회의에서의 尹 격노

특검팀은 수사 외압의 출발점을 지난 2023년 7월 31일 오전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있었던 윤 전 대통령의 격노라고 봤다. 이는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사단장부터 현장 통제 간부까지 총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사건 피혐의자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은 직후였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언성을 높였으며 이후 집무실에 있던 '02-800-7070' 내선전화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군에서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말단 하급자부터 고위 지휘관까지 줄줄이 엮어서 처벌하면 어떻게 되느냐, 내가 누차 여러 번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호통을 들은 이 전 장관은 통화를 끊은 지 14초 만에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의 언론 브리핑 및 국회 설명 취소,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 등을 지시했다. 또 그로부터 1분 43초 후에 다시 김 전 사령관에게 애초 분리파견 조치된 임 전 사단장의 정상 근무를 지시했다고 해다.

■ 尹 격노 하루 만에 뒤집힌 수사 결과

즉,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결재하고 불과 하루 만에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전화 한 통으로 입장을 뒤바꾼 것이다. 아울러 이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임 전 사단장의 분리파견 전자문서가 결재된 지 1시간 40분 만에 취소 공문이 기안됐으며 동시에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수정하려는 시도도 시작됐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당일 오후 1시 30분 경 장관 주재 긴급현안회의를 열어 수사 결과 변경을 지시했다. 그의 지시를 받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은 8월 1일 김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고 노골적으로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달라고 압박했다.

당일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도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에게 전화해 "혐의자, 혐의 내용, 죄명을 다 빼라.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라"고 했다. 이에 박 대령이 "말조심하라. 수사 외압으로 느낀다"며 완강하게 반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박 대령은 8월 2일 법령에 따라 수사 기록의 경찰 이첩을 강행하려 했지만 이 소식이 곧바로 대통령실까지 퍼져나갔고 회수 협초 요청 역시 일사천리에 경북경찰청까지 전달됐다고 한다.

즉, 김 전 사령관→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순으로 이첩 사실이 보고됐고, 이후 조 전 실장→이시원 전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경북청 등을 거쳐 회수에 협조해달라는 요청이 전달됐다. 이 과정은 모두 1시간 30분 만에 이뤄졌다.

■ 곧바로 이어진 박정훈 대령 상대 보복성 수사

박 대령의 이첩 시도가 무산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보복성 수사도 시작됐다. 당일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은 차관회의 도중 윤 전 대통령에게서 "채해병 사망 사건 이첩에 관한 신속한 대응조치를 취하고 결과를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곧바로 유 전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전 검찰단장에게 기록 회수와 박 대령에 대한 선(先)보직해임, 항명수사를 지시했다.

해당 지시가 있은 지 불과 40여분 만에 박 대령은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됐고 그로부터 2시간 뒤 김 전 단장은 박 대령에 대한 본격적인 항명 수사를 개시했다. 검찰단은 8월 14일부터 30일까지 박 대령에 대해 두 차례 체포영장, 한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특검팀은 김 전 단장이 박 대령에게 항명 또는 상관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신병 확보를 시도했다고 봤다. 특검팀은 이러한 판단에 기반해 9월 1일 영장실질심사 후 영장이 기각되기까지 박 대령을 약 6시간 46분간 구금한 것에 직권남용감금 혐의가 있다고 보고 김 전 단장의 공소장에 포함했다.

■ 뒤이어 이어진 2차 수사 외압

하지만 수사 외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찰로부터 회수된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 기록은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에 넘어갔고 이 때부터 2차 수사 외압이 시작됐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과 마찬가지로 임 전 사단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는데, 이러한 중간 결과를 보고하자 박 전 보좌관은 '현재 수사 기록만으로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범죄 혐의를 특정하기 제한된다' 등 문구로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결국 박 전 보좌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는 8월 15∼20일 재조사 기간 5차례에 걸쳐 결과를 수정해야 했다.

이 때문에 해병대 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를 향한 일련의 수사 외압이 이뤄진 결과, 당초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을 혐의자로 적시했던 수사 결과는 최종적으로 혐의자가 대대장 2명으로 축소된 채 경찰에 넘어갔다. 또 특검팀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국방부와 군검찰이 허위 문서를 작성해 배포하거나 거짓된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한 점도 공소장에 적시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방부 내에서 작성된 '국방부 괴문서'라고 한다. '해병대 순직 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관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에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가 미흡했고 윤 전 대통령의 격노나 수사 개입은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박 대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자료도 의도적으로 사건 편철에서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팀은 군검찰이 무리한 신병확보 시도를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서류를 감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끝내 풀지 못한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

하지만 이명현 특검팀은 끝내 이번 사건을 관통할 핵심 의혹인 '임성근 구명 로비 의혹'만은 결국 당사자들의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풀지 못했다.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수근 상병 순직과 관련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분류돼 수사 대상이 되자 여러 경로로 '윗선'에 자신을 혐의자에서 빼달라고 청탁했다는 것을 말한다.

당시 로비 대상이 윤석열 정부 시절 'V0'로 불리며 비선 실세 노릇을 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영부인 김건희 씨였다는 설이 지배적이었으나 특검 수사로 이를 풀어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 구명 로비 의혹의 관련자들이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그간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을 두 갈래로 수사해왔다.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을 통한 로비 의혹과 개신교계 인사들을 통한 로비 의혹 등이다.

우선 개신교계 구명 로비 의혹은 사건 관계자들이 특검의 출석 요청에 불응하면서 수사가 더뎠으나, 지난 10월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을 통한 구명 로비 의혹은 일부 실마리가 드러나 관심을 모았다.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그간 임 전 사단장과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으나 두 사람이 2022년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는 진술을 특검팀이 확보한 것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해당 진술을 한 사람은 바로 배우 박성웅이었다.

이종호 씨와 김건희 씨 간 특수한 관계를 볼 때 특검팀은 이러한 사적 관계를 기반으로 이 씨가 김건희 씨에게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부탁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왔다.

■ 입을 다문 구명 로비 의혹 용의자들

그러나 구명 로비 의혹 수사는 내내 답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호 씨는 임 전 사단장을 모른다며 구명 로비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그가 속한 단톡방인 '멋쟁해병'의 다른 참여자들도 입을 맞춘 것처럼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갈래인 개신교계 수사도 관련자들의 참고인 조사 불응으로 진척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의혹에 연루된 김장환 목사와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은 법원이 특검팀 요청을 받아들여 지정한 공판 전 증인신문마저 거부하며 끝내 수사를 무산시켰다.

결국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등 공소장에 수사외압의 구체적인 동기를 언급하지 않은 채 직권남용 등 혐의와 범죄사실을 구성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계속해오고 있으나 이번 (윤 전 대통령) 공소장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며 "향후 재판에서 증인 신청을 해서라도 의혹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법조계 일각의 전언을 인용해 수사 외압의 동기가 빠지면서 범죄사실 구성이 다소 어색해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특검팀은 향후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 등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즉, 그 동기는 차치하고 대통령으로서 특정 사건에 개입해 수사의 공정성 및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범죄사실 자체는 충분히 입증됐다는 것이다.

한편 이에 대해 정 특검보는 "항명 수사, 기록 회수 지시 등 일련의 과정을 보면 군통수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재량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관계만으로도 충분히 입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르면 오는 26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파악된 구명로비 의혹 전반을 다시 설명할 예정이다. 특검법상 순직해병 특검팀의 활동 시한은 오는 2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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