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성과로 포장된 충남도의 실패
[노트북을 열며] 성과로 포장된 충남도의 실패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대선공약 사실상 파기에도 양승조 지사는 '환영'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4.25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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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대선공약인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충청산업문화철도가 ‘추가 검토 사업’으로 사실상 누락됐는데도 양승조 충남지사는 서해선~경부고속철도(KTX) 직결(화성~평택, 6km)만을 내세웠다.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대선공약인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충청산업문화철도가 ‘추가 검토 사업’으로 사실상 누락됐는데도 양승조 충남지사는 서해선~경부고속철도(KTX) 직결(화성~평택, 6km)만을 내세웠다.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지난해 가을의 일이다. 충남도 고위 간부공무원에게 전화상으로 언성을 높인 일이 있다.

내용인 즉 <굿모닝충청>이 문재인 대통령의 충남지역 대선공약 12개 모두를 기획기사를 통해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도 연구기관과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자 했는데 이에 태클을 걸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해당 간부공무원은 연구기관에 “이걸 왜 하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양승조 지사와 당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점검해서 정치적으로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였다.

이에 기자는 당사자에게 “도 지휘부의 일원인 것은 맞지만 지휘부 전체를 대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 게다가 충남도 소속이지 청와대 소속이 아니지 않느냐?”고 면박을 준 사실이 있다.

결국 상급자의 중재로 마무리됐지만 씁쓸한 입맛은 여전히 남아 있다. 충남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그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자들이 오히려 이를 주저하고 심지어는 방해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충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자들이 오히려 방해

이와 유사한 일이 지난 22일 발생했다. 정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대선공약인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충청산업문화철도가 ‘추가 검토 사업’으로 사실상 누락됐는데도 양 지사는 서해선~경부고속철도(KTX) 직결(화성~평택)만을 내세운 것이다.

양 지사는 기자회견문에서 “충남의 저력으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했다”거나 “충남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강조하는 등 해당 노선이 신규 사업으로 반영된 것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서해선 직결의 경우 엄밀히 따지고 보면 원상복구 차원이 크다. 2015년 5월 서해선 착공 당시 정부가 “홍성~여의도 간 57분” 운행 계획을 발표했던 것을 2019년 7월에는 돌연 환승 쪽으로 입장을 바꿨고, 결과적으로 이번에 바로잡힌 셈이기 때문이다.

서해선 자체가 새로운 사업인것처럼 비쳐지는 측면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물론 그 효과는 크겠지만 신규 반영 노선은 6.7km에 불과하다.

서해선 직결의 경우 엄밀히 따지고 보면 원상복구 차원이 크다. 2015년 5월 서해선 착공 당시 정부가 “홍성~여의도 간 57분” 운행 계획을 발표했던 것을 2019년 7월에는 돌연 환승 쪽으로 입장을 바꿨고, 결과적으로 이번에 바로잡힌 셈이기 때문이다. (충남도 제공)
서해선 직결의 경우 엄밀히 따지고 보면 원상복구 차원이 크다. 2015년 5월 서해선 착공 당시 정부가 “홍성~여의도 간 57분” 운행 계획을 발표했던 것을 2019년 7월에는 돌연 환승 쪽으로 입장을 바꿨고, 결과적으로 이번에 바로잡힌 셈이기 때문이다. (충남도 제공)

반면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와 충청산업문화철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었다.

“신규 사업으로 신청한 14개 사업 중 국가사업으로 포함되지 못한 사업들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추가로 선정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정도의 발언만 있었다.

“대선공약이 누락됐다”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서도 양 지사는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경제성(B/C)이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 등 오히려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양 지사가 과연 야당 소속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주지하다시피 중부권 동서횡단철도는 서산에서 출발해 경북 울진까지 연결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충남지역 산업·경제의 중심인 서북부벨트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충남지역 대선공약 사실상 파기에도 양승조 지사는 서해선 직결 환영

충청산업문화철(보령~세종) 역시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남부권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 사업으로 신청하는 등 충남도가 총력을 기울여왔던 사업이다.

그렇다면 서해선 직결이라는 성과를 내세우기 전해 이들 사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초등학생 자녀가 “A 과목 100점 맞았어요!”라며 나머지 시험을 망친 사실을 숨기는 것과 뭐가 다른가?

보도에 따르면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용섭 광주시장은 23일 청와대를 찾아 대선공약인 대구~광주 달빛내륙철도 건설 사업의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포함을 촉구했다고 한다.

이들 지역 역시 신규 사업으로 반영된 것이 없지 않을텐데도, 성과를 내세우기보다는 정당을 떠나 지역의 이익을 위해 무산된 사업에 대한 관철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호남지역 언론들은 “광주 광역철도망 구축 사업 ‘적신호’”, “달빛내륙철도 국가철도망서 빠져…‘재검토해야’” 등의 기사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호남지역 언론들은 “광주 광역철도망 구축 사업 ‘적신호’”, “달빛내륙철도 국가철도망서 빠져…‘재검토해야’” 등의 기사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호남지역 언론들은 “광주 광역철도망 구축 사업 ‘적신호’”, “달빛내륙철도 국가철도망서 빠져…‘재검토해야’” 등의 기사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해당 언론사 기사 스크랩)

천안시를 비롯한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12개 시·군 협력체(회장 박상돈 천안시장)도 23일 천안시청에서 제6차 회의를 갖고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충청산업문화철도 반영을 위해 앞장서 온 박정현 부여군수는 “이번 사태를 놓고 ‘충청홀대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이번 정부 계획은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시장·광주시장은 청와대 행…호남 언론 반발에도 충남은 환영 기조

그러나 양 지사가 이처럼 서해선 직결에 집중해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충남은 마치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이래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자는 앞서 51대 49의 심정으로 양 지사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참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양 지사를 향해 “충청권 주요 현안을 오롯이 짊어지고 나설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양 지사 역시 “충청권에서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며 출마의 당위성을 설파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양 지사의 모습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가뜩이나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 이후 이와 대조적인 서산민항 문제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충남도민이 적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뭔가 단호한 입장을 밝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양 지사는 오는 5월 10일 경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라고 한다. 충남의 이익이 침해받거나 과소 대변되는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침묵한다면 과연 양 지사의 행보에 힘을 실어줄 도민이 얼마나 있을지 염려스럽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조만간 청와대를 찾아가 대선공약 파기에 대한 단호하면서도 엄중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할 것을 주문한다. 그것은 민선7기 도정 4년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220만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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