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5월 23일 발생한 12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 사망사건의 여파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해당 훈련병이 소속된 부대의 중대장이 여군으로 밝혀지며 젠더 갈등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예전 여군 간부 훈련 기사가 공유되며 더욱 여군 혐오 현상이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최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는 기사는 2017년 9월 5일 뉴스웍스라는 언론사의 〈군장도 안메고 행군하는 여군간부…"체력 안되면 전역하라" 비난〉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해당 기사를 보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육군 여간부 행군 이슈”라는 글과 함께 간부로 보이는 여군이 군장 없이 행군하는 모습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이 글의 작성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민원신청까지 올렸는데 그는 해당 민원에서 "여군간부는 벼슬이냐"며 "지휘관이면 지휘관 답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일반적으로 부대 행군 훈련 중에는 모든 간부와 병사들이 완전군장을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 사진에 나온 간부는 군장없이 '단독군장'으로 소총만을 가지고 행군에 임하고 있어 문제가 된 것이다.
해당 기사엔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이 "군인이란 신분으로 여자라고 열외는 없다", "체력이 안되면 전역 신청하라", "전쟁나면 여군들은 군장 안매고 전쟁 나가나", "총알도 포탄도 여군은 피해가나", "같은 군인에다가 간부인대 저게 말이 되나" 등 비난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고 적혀 있다.
이 7년 전에 나온 기사가 다시금 회자된 이유는 숨진 훈련병이 완전군장 규정도 지켜지지 않은 채 사실상 ‘가혹행위’에 가까운 얼차려를 당했기 때문이다. 본지에서도 보도했듯이 당시 사망한 훈련병을 비롯해 얼차려를 받은 훈련병 6명은 완전군장 규정은 20~25kg임에도 불구하고 책 등을 더 집어넣어 40kg를 채우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완전군장 상태에선 구보 대신 걷기만 가능하고, 걷더라도 1회 당 1km 이내만 지시가 가능하다. 팔굽혀펴기의 경우 맨몸인 상태에서 1회 최대 20번까지 시킬 수 있다. 그런데 순직한 훈련병은 완전군장을 하고 구보와 팔굽혀펴기를 하다가 사망했고 보행과 구보를 합친 거리는 1.5㎞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미 44년 전인 1980년 대법원 판례에도 “완전군장 구보(달리기)는 가혹행위”라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었던 사실이 조선비즈 보도로 알려졌다. 당시 사건은 중대장이 부사관에게 완전군장 차림으로 2시간 이상 연병장에서 구보를 하게 해 도중에 졸도하게 만든 것이다. 중대장은 자신이 군용물 횡령을 하는데 부사관이 협조하지 않으려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완전군장 구보를 시켰다고 한다.
1980년은 제5공화국 시절로 군사독재정권 시절이었다. 당연히 병사들에 대한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대법원조차 완전군장 구보는 '가혹행위'로 위법이라 판결했다. 따라서 이번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은 명백히 얼차려 규정을 위반한 ‘가혹행위’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오래된 기사가 다시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사망한 훈련병의 중대장이 여군으로 밝혀지면서였다. 이렇게 여군 간부들이 행군 훈련 때 군장을 메지도 않는 ‘특혜’를 누리고 있으면서 훈련병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해당 중대장에게 군 당국이 멘토를 배정해 심리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분노의 요소다.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명백히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데 이들의 심리 상담 사실이 알려졌으니 반대로 5명의 동료 병사들과 유가족에 대한 멘탈 케어는 잘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이들이야말로 진짜 심리 상담이 절실히 필요한 상태다. 며칠 동안 같이 한솥밥을 먹고 한 이불을 덮고 잔 전우가 내가 보는 앞에서 어이없게 죽었고 믿고 맡긴 군대에서 생때같은 아들이 죽었는데 이들의 심리가 중대장보다 더 불완전하면 불완전하지 완전하진 않을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의 핵심은 지휘관의 성별이 아닌 지휘관의 자질과 인성 문제이므로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은 올바른 대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그간 숱하게 지적됐으나 어물쩡 넘어갔던 남녀 역차별 문제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젠더 갈등이 촉발된 원인이 남녀 역차별 문제에 있었고 이 남녀 역차별 문제의 근원에는 병역 문제가 있다. IMF 금융 위기 이후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국방의 의무는 더 이상 과거처럼 ‘신성한 의무’로 인식되기보다는 ‘시간 낭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군 복무로 인해 남성의 대학 졸업이 여성보다 늦어지고 그 연장선에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시점도 늦어진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군 복무를 ‘신성한 의무’라 해놓고선 마땅한 보상이 없었던 것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여성 징병제’ 논의도 대두됐고 여성 징병을 할 수 없다면 여성에게 국방세를 부과해 간접적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는 방안도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성세대들은 이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했고 헌법재판소마저도 남성에게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두고 ‘합리적 차별’이라며 합헌 결정을 했다.
이렇게 여성이 병사로 군 복무를 하는 것은 면제하면서 간부로 임관하는 것은 허용이 되고 임관해서도 행군 시에 완전군장을 하지 않아도 되는 ‘특혜’, GOP 등 작전부대에 투입되지 않아도 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젠더 갈등으로까지 비화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지휘관의 자질 미달과 인성 미달이었지 남성이냐 여성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더 갈등으로 비화한 이유에 대해서 무조건 옳지 않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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