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5월 말에 발생했던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으로 인해 중대장 강 모 대위와 부중대장 A중위가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21일 구속된 바 있다. 두 사람은 점호 불량을 이유로 훈련병들에게 얼차려를 부여했는데 그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하여 사실상 ‘가혹행위’나 진배 없는 행태를 저질렀기에 크게 여론의 공분을 샀다.
거기에 중대장 강 대위가 여군이란 사실도 알려져 최근 뜨거운 감자인 젠더 논쟁과 결부되어 여군 비하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국군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에서 하나회 출신 장성이 중대장 강 대위를 엄호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성우회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 책임자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진나 21일 국군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 성우회 홈페이지엔 예비역 중장 출신의 문모씨가 작성한 〈중대장을 구속하지 말라! 구속하면 군대훈련 없어지고 국군은 패망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중대장 강 대위를 엄호하고 나섰다.
그는 "평생을 국군 간부생활로 몸 바쳐 온 재향군인으로서, 이 순직 사망사고에 유관된 제반사항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군 훈련 특성이 고려된 원칙과 상식대로 해결되리라 믿어 왔다"면서 "그러나 끝내, 주어진 임무완수를 위해 노력을 다한 훈련 간부들을 군검찰이나 군사법체계가 아닌 민 사법체계가 전례 없이 훈련 중의 순직을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한 것에 대하여 크게 실망함과 동시에 크게 유감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중대장을 구속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3가지를 꼽았는데 첫 번째로 얼차려를 시킨 중대장, 부중대장에겐 형법상의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내 사건을 민간법원으로 넘기고 민간 경찰과 검사가 사건을 담당하도록 한 것은 "종북좌익 정권시절에 군을 (결과적으로) 약화시키기 위해 취해진 조치"라며 터무니없는 색깔론을 들이밀기도 했다.
또 문씨는 "중대장은 6명에게 제한적인 완전군장 훈련을 시켰고, 한 명이 실신하자 위급함을 즉감하고 적절한 조치를 다했다"며 "자기 조치를 다한 중대장에게 무고한 책임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하며 중대장 강 대위를 적극적으로 엄호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그는 군 훈련 사고에 대한 조치는 제반 조건을 고려해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면서 "군대 훈련은 궁극적으로 조직과 단체 전투력 향상 및 보존을 위한 훈련이라 개인은 모든 면에서 단체의 일원으로 힘이 되어야 하고 때로는 단체 속에서 희생되기도 한다는 각오로 훈련하여야 하고 훈련되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훈련 중 그 모든 사고예방 조치를 다하였으나 불가항력으로 순직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는 고귀한 희생 즉 위국헌신의 순직으로 예우하고 국가적 조치를 다하게 되어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폭로가 나왔듯이 이번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은 사고예방 조치는 전혀 없었고 불가항력으로 순직한 것도 아니었다.
문씨는 세 번째로 군인권센터의 적대적 국군관을 들먹이며 군인권센터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군인권센터라는 이상한 조직이, 마치 문재인 정권시절 청와대 어느 경제관이 '재벌을 손볼 것이다'라고 한 것처럼, '우리는 군대를 손보고 통제할 것이다'라고 선언하며 출발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그동안 국군 내부를 휘저음으로서 개선 발전보다 국군 위상을 저해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금번 사건의 경우에도, 국군을 적대시하며 이 사건에 개입하여 어느 시정 사이비 반군단체보다 앞서 폭로성 보도자료를 남발하면서 위국헌신하는 중대장(과)의 위신 즉 국군 간부의 위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군은 더러운 평화를 추구하려는 종북좌익세력과 당파이익이라면 국익과 군전투력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정치세력에 의하여 국민과 괴리되는 참담한 실정에 놓여있다"며 "이렇게 약화된 국군의 제도와 사기, 정신교육과 훈련에 대한 심기일전의 대개혁과 국군 중흥의 혁신 없이는 앞으로 닥칠 위기상황에서 패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 밖에 문씨는 "희생자의 가족들은 우선 혈육지정으로 하늘과 땅이 무너지는 고통을 당하면서 난감하기 그지없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운명이라 생각하라"면서 "국군과 국가가 위로해 드림을 받으셔서 한동안의 실망을 극복하라"는 글을 유가족에게 남겼다.
이상의 글을 보면 그는 전형적인 구세대적 군인의 마인드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 군 사건사고의 수사와 재판을 민간법원으로 넘기고 민간 경찰과 검사가 사건을 담당하도록 한 것은 그간 군 사건사고가 숱하게 은폐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군대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라도 된 것처럼 떠들고 있는 셈이다.
또한 강 대위와 A중위가 구속된 이유는 얼차려 규정을 위반한 가혹행위를 저질렀고 그것도 모자라 훈련병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 의무대에 실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엄살’을 피운다고 여겨 이송을 하지 않아 골든 타임을 놓쳐 죽음에 이르게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질스러운 색깔론을 펼치며 중대장을 감싸는 그의 태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누리꾼들 또한 "유가족에게 운명이라 생각하라는 말이 마치 사이코 패스 같다", "훈련병 죽이는 게 위국헌신이냐", "지난 세월 국군의 인권의식이 비정상이었고,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려고 하는 것", "이런 사람이 장군이었으니 병사들이 죽는 것"이라는 등의 댓글을 달고 문씨의 글을 성토했다.
이런 사실이 각종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성우회는 부랴부랴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문씨는 육사 출신으로 12.12 사태를 일으킨 반란 세력인 하나회 명단에 들어가 있는 사람이었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