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15일 시민언론 민들레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오는 11월 열릴 미국 대선까지 한국 정부에 북한을 상대로 벌이는 '과도한 대응'에 자제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무래도 남북관계 악화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무인기 평양 침투'를 놓고 남북 당국이 강 대 강 대치를 하면서 무력 충돌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미국 고위 외교‧군사 인사들이 잇따라 방한하고 있다. 또 북한은 15일 정오께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일부 구간을 폭파했고, 우리 군도 MDL 이남 지역에 대응 사격을 하면서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13일 나온 미 국무부의 보도자료를 인용해 국무부 2인자이자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부장관이 일본에 이어 16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무부는 "서울에서 캠벨 부장관은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한반도에서 북한의 도발 관련 우려를 공유하는 것을 포함해 공동의 지역 및 글로벌 도전들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강화하기 위한 양자 협력도 논의할 것이다"라고 소개했다.
뒤이은 '미‧한‧일 3자 외교차관 회의'에선 북한의 위협과 남중국해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앞서 사무엘 파파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지난 8일부터 나흘간 방한했다 파파로 사령관은 방한 기간인 9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만나 한반도 및 역내 안보 정세와 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만찬을 겸한 면담에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데이비드 아이버슨 주한 미 7공군사령관, 김명수 합참의장, 조창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등 한미 고위급 인사들이 동석했다.
방한 기간에 파파로 사령관은 또한 DMZ(비무장지대) 내 공동경비구역(JSA)과 용산 전쟁기념관 등도 찾았다. 3년간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역임하고 지난 5월 3일 현직에 취임한 파파로 사령관은 같은 달 30일 신임 인사차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그가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 또다시 일본에 이어 한국을 직접 방문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 양국의 공식 발표로만 보면 그냥 평범한 방한 일정일 뿐이다.
그러나 2024 미국 대선을 불과 20일 남긴 예민한 시점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외교 책임자와 주한미군을 통제하는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왜 굳이 직접 방한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시민언론 민들레는 "대선 승리를 위해 분초가 아까운 시점임을 고려하면, 바이든이 이들을 파견해야만 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게 논리적이다"고 분석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지금의 남북 대치와 긴장 고조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평가하고 남북 간 무력 충돌 같은 '돌발적인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현재 승부를 가를 경합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오차범이 내에서 혼전을 벌이는 상황이란 점에 주목했다.
미국 대선은 한국과 달리 간선제로 치러지는데 전국 50개 주의 선거인단 538명 중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한 쪽이 이긴다. 이 선거인단은 주별 인구 순으로 배분이 되는데 각 주에서 단 1표라도 더 많이 득표한 쪽이 그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다 가져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상위 11개 주(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뉴저지)의 선거인단 숫자가 270이므로 이론 상으론 11개 주만 이기고 나머지 39개 주에선 모두 패배해도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

물론 각자의 텃밭이 있기에 상위 11개 주를 다 쓸어가는 것은 한국에서 영남과 호남을 전부 석권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대체로 저 11개 주 중 캘리포니아와 뉴욕, 일리노이, 뉴저지는 민주당의 아성이고 텍사스와 조지아는 공화당이 우세하다. 그 밖에 오하이오와 플로리다는 본래는 경합주였으나 최근 들어 보수화되어 2번 연속 트럼프가 승리해 공화당의 텃밭으로 굳어지고 있다.
그 때문에 미국 대선의 유세 역시 저 11개 주 중 경합주 위주로 진행이 되는 편이다. 단 1표만 적게 득표해도 경합주의 모든 선거인단을 다 상대 후보에게 내주게 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만일 남북 무력 충돌 같은 돌발 변수가 터진다면 '판'이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방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시민언론 민들레의 분석이다.
특히 14일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의 11~13일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 주 전체 적극 투표층 대상 조사에서 49%의 지지를 얻어, 해리스(47%)에 2%p 더 앞섰다. 또한 트럼프는 경합 주의 조기 투표 의향자 조사에서도 48%의 지지를 얻어 해리스(47%)에게 1%p 앞섰다. 그러나 전국적으로는 해리스가 49.2%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47.4%)에게 1.8%p 앞섰다.
즉, 현재 미국 대선의 판세는 민주당에 불리한 상황인 셈이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캠벨과 파파로의 방한은 공식 발표대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양국이 공동 대응책을 협의한다는 목적이 당연히 있지만, 그것만이라곤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무엇보다 대선까지 남은 20일간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큰일'이 터지지 않도록 막는 게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통제 가능성이다.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킬 북한의 도발 여부는 미국의 통제 능력을 벗어나 있어 사후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통제 가능한 윤석열 정부에게 북한에 대한 과도한 자극이나 대응을 자제하도록 당부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정부 핵심 관계자는 "우리 정부에 대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신뢰는 확고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최근 미국 측에서는 우리 측에 대선 전까지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은 하되 '과도한 대응'을 삼가라는, 한마디로 '근신'하라는 당부인 셈이다.
이 와중에도 남북은 서로 비방을 주고받고 있다. 특히 북한 외무성이 '중대 성명'을 통해 남한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와 전단 살포 주장을 편 이후 남북 간 비방전은 날로 공격성을 더해가고 있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사실 확인'을 거부하자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여동생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여정이 다시 맞받아치고 나섰다.
그는 "한국 군부는 주범 또는 공범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무인기 도발 주체가 누구이든 관심이 없다. 우리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 무인기가 다시 한 번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국방부가 13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북한 김여정 담화 관련 입장' 메시지를 보면 "김여정의 담화는 끊임없이 도발을 자행하고 최근에는 저급하고 치졸한 오물 쓰레기 풍선 부양을 해온 북한이 반성은커녕 우리 국민까지 겁박하려는 적반하장의 행태"라면서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여정은 14일 담화를 통해 "우리는 평양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 대한민국 군부 쓰레기들이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다"면서 "핵보유국의 주권이 미국놈들이 길들인 잡종개들에 의하여 침해당하였다면 똥개들을 길러낸 주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리고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국방‧안전 분야 협의회를 소집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대응 방안을 논하고 "당면한 군사 활동 방향"을 제시하고, "나라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전쟁억제력의 가동과 자위권행사에서 견지할 중대한 과업"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렇게 남과 북이 극언에 극언을 이어가며 긴장을 한껏 고조시키며 '충돌'을 향해 가고 있다. 이런 배경에 대해 시민언론 민들레는 "김정은은 김정은대로 내부 통제를 위해 긴장 고조가 필요하고, 윤석열은 윤석열대로 민생 파탄에 각종 부정 비리 의혹 등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비판 여론을 북쪽으로 돌리기 위한 정치적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적대적 공존'의 성격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인기 평양 침투' 논란과 관련해 황석영 작가는 14일 전국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민주화 운동 원로 108인의 외신 기자회견에서 "준 전쟁 행위가 이미 시작됐다. (미국) 선거 중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 염려한다"면서 "현재 윤석열 정부가 대단히 모험주의적 길을 걷고 있어 우려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유지하는 데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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