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2일 오전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그야말로 '대국민담화를 빙자한 대국민고문'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날 담화는 그나마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던 사람들마저도 모두 손을 젓고 떠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국민담화는 이름은 '대국민담화'였지만 윤 대통령 본인이 설정한 담화의 청자(聽者)는 전국민이 아닌 지금까지도 자신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소위 '윤석열교' 광신도들인 것 같다. 이 윤석열교 광신도들의 결집을 이끌어내는 것 외에는 그 어떠한 목적도 찾아보기 힘든 메시지라는 생각이다.
그의 메시지를 사실 관계 없이 기계적으로 들으면 윤석열 본인은 대한민국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애국자'이며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을 수호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그 이데올로기를 공격하는 적대 세력들과 맞서 싸우는 그야말로 '전사'나 다름 없다. 또한 야당은 호시탐탐 '정권 찬탈'의 야욕을 품고 정부를 전복시키려 하고 있으며 북한과도 내통하고 있는 당장이라도 없애버려야 할 '반국가세력'이다.
적어도 윤석열이란 인물은 자기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고 야당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며 윤석열교 광신도들 역시 교주 윤석열의 가르침대로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은 윤석열 본인이야말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점거하고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내란 행위를 저질렀고 나라의 체제와 법치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대국민담화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거대 야당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끌어내리기 위해 퇴진과 탄핵 선동을 멈추지 않았다.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은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2년 반 사이에 국민들은 지난 4월 총선에서 다시 야당에 힘을 실어주며 정부를 견제하도록 했다. 야당이 대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는다면서 왜 총선 결과는 승복하지 않는 것인가?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 우선 지금까지 2년 7개월 동안 재임하면서 무려 25회의 거부권을 쓴 것이 첫 번째 증거다. 이 중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7개월이 채 못 된 기간에 행사한 거부권 횟수만 11회나 된다. 과연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했다면 윤 대통령이 이렇게 국회의 입법권을 우습게 봤을까?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수구 유튜버들이 퍼뜨린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해 지난 3일 군대를 동원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하려 시도했다는 것이다. 정말 총선 결과를 승복했다면 이따위 짓거리는 절대 저지를 수 없다. 야당더러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은 왜 총선 결과에는 승복하지 않는지 답해야 할 것이다.
이번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은 윤석열이란 인물은 아직도 자신이 내란사범이란 사실을 정말 모르거나 알면서도 애써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욕은 넘쳐나서 편집증적 망상에 찌든 광기(狂氣)를 보이며 그 광기를 주체하지 못한 채 국민들을 향해 지속적으로 발산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윤 대통령은 아무래도 진정한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한 채 위장된 자아를 보고 자신만의 가상 현실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그가 이런 편집증적 사고를 갖게 된 배경에는 바로 수구 유튜브 채널이 있다고 본다. 수구 성향 네티즌들 듣기 좋은 말만 자극적으로 내뱉으며 슈퍼챗을 빨아먹으며 연명하고 있는 그들의 말을 마치 성서처럼 떠받들다 보니 위장된 자아를 보고 가상 현실 속에 사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대국민담화 역시 진정한 자아와 진짜 현실을 보지 못한 채 여전히 왜곡된 거울에 비춰진 위장된 자아와 VR 안경 속 가상 현실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가상 현실 속에서 야당의 존재는 지금 당장이라도 때려잡아야 할 '반국가세력'이고 자신은 그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영웅이자 전사이기 때문이다.
이제 윤 대통령의 운명은 속담 그대로 '청명(淸明)에 죽으나 한식(寒食)에 죽으나'인 처지다. 즉, 탄핵은 시간 문제일 뿐 5년 임기를 무사히 마칠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는 것이다. 그 운명은 대통령 본인 스스로가 만들었다. 어차피 대통령 자리에서 불명예 퇴진하는 것은 매한가지이지만 떠나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진짜 현실이 무엇인지를 좀 봤으면 좋겠다.
2000년에 KBS1에서 절찬리에 방영됐던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자신의 나라 태봉국의 국력과 현실이 어떤지도 모른 채 간신 아지태(故 김인태 분)의 요설에 넘어가 북벌(北伐)의 망상에 빠져 있었던 궁예(김영철 분)가 끝내 아지태를 처단하게 된 계기는 잠행을 통해 아지태가 덧씌운 가상 현실이 아닌 실제 태봉국의 현실을 봤기 때문이었다.
최소한 윤 대통령 본인도 임기 중 한 순간이라도 측근들과 간신들, 수구 유튜버들이 덧씌운 가상 현실이 아닌 실제 대한민국의 현실을 봐야 하지 않겠나? 80%에 육박하는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길 바라고 있다. 이것이 실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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