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신성재 기자] “계몽령? 말 장난을 넘어 히틀러·무솔리니와 같은 파시즘 전조까지 보입니다.”
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측의 계몽령 발언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윤 대통령 대리인은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4차 변론에 출석해 12.3 내란 사건을 두고 “국민은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계몽령은 극우집회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다.
그러나 양 교수는 28일 <굿모닝충청>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의 이러한 언행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말장난에 불과”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굉장히 위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근대 철학자 칸트(1724~1804)는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1784)라는 에세이를 통해 계몽의 개념을 ‘미성숙한 상태에서 성숙한 상태로 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즉 스스로 생각하라는 뜻을 담고 있는 개념이다.
양 교수는 나치 독일을 분석한 비판이론가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의 이론을 인용해 계몽의 또 다른 개념과 어두운 측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양 교수는 “아도르노는 자신의 저서인 계몽의 변증법(1944)에서 계몽의 또 다른 측면을 설명했는데, 이는 이성을 가장한 계몽인 만큼 되레 반이성이자 (사회를) 아주 원시적인 신화상태로 만든다”며 “윤석열씨의 계몽령을 굳이 이 개념을 빌려 설명하자면 이성을 가장한 맹신을 낳는 계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엄을 계몽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웃긴데, 이성과 계몽을 빙자하는 모습에서 파시즘의 전조까지 보이고 있다”며 “나아가 주변에 그런 행위를 강요하거나 방조해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법비(法匪)와 법추(法鰍)로 대표되는 법 기술자들이 난무하는 지금 시대의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기회를 통해 사회 대개혁을 이뤄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돈이 중심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객관적인 진리가 도외시 된 채 수익을 중심으로 하는 극우 유튜버들과 법조인들이 나타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윤석열씨에 대한 조기퇴진과 더불어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시작으로 제대로된 적폐청산과 함께 젠더 갈등 해소 방안 모색, 인구 문제 등 사회 대개혁을 위해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 철학과에서 ‘빌헬름 딜타이의 사회철학: 개인과 사회의 관계’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양 교수는 수십 편의 논문과 30여 권의 저서를 내는 등 해석학의 권위자로서 사회·정치·문화 등 다방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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