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인물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연일 자폭 개그를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개최 등 절차를 지켰는지 여부, 계엄포고령 관련 질의 등에서 두 사람 모두 사실상 '셀프 자백'에 가까운 발언들을 쏟아냈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 출석했던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은 A4 한 장짜리 계엄 선포문을 국무위원들에게 나눠줬다며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계엄 선포문은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척결하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며 지역은 전국, 일시는 12월 3일 22시부터 계엄사령관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으로 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 측도 맞장구를 쳤는데 윤 대통령 측 변호인 송진호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을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문은 참가했던 국무위원들에게 모두 배포되고 심의한 것 맞느냐?"고 질의했고 김 전 장관은 자신이 직접 했다고 대답했다. 이것만 보면 별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8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을 봤다는 국무위원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MBC는 검찰이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어떤 안건이나 자료를 받은 적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또 최 권한대행이 "누군가 유인물을 나눠주는 것도 못 봤다"고 여러 차례 답했다고도 덧붙였다.
최 권한대행 이후 송미령, 조규홍, 오영주 장관 순으로 대통령실에 도착했는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역시 MBC와의 통화에서 "계엄 선포문을 본 적 없다"고 했고 비상계엄 선포문에 국무위원들이 부서, 즉 행정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재확인됐다.
실제 지난 23일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김용현 전 장관에게 비상계엄 선포문에 장관들이 부서를 했는지 여부를 묻자 김 전 장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12.3 내란 사태 당시 계엄령 선포가 '내란 행위'인지 '통치행위'인지를 판단할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계엄법 2조 5항에 분명히 계엄령 선포 때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헌법 82조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써 하며, 이 문서에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다. 군사에 관한 것도 또한 같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따르면 국무회의에 의안도 없었고 국무위원의 부서도 없었으며 회의록도 없이 단 5분 만에 요식 행위로 끝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한덕수 국무총리 등 다른 국무위원들도 "실체적,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12.3 내란 사태 당시 계엄령 선포는 명백히 '통치행위'가 아닌 '내란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만 국무회의가 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자폭 개그는 김 전 장관만 한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국회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비상계엄 포고령 1호는 계엄의 위헌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물증이다. 지난 23일 윤 대통령은 포고령 초안 작성을 했다는 김 전 장관에게 "집행 가능성은 없지만 상위 법규에도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집행 가능성도 없는 것이지만,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씀드리고 놔뒀는데 기억이 혹시 나느냐?"고 물었다.
아마도 집행할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윤 대통령이 포고령을 보고받아 직접 검토하고, 법규에 위배되는 걸 아는데도 승인했다고 자백한 셈이다. 또한 윤 대통령이 야간 통행금지 문구는 빼라고 했다면서도 위헌성이 명백한 국회 정치 활동 금지는 그대로 뒀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재판부도 포고령의 목적이 국회 기능 무력화에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23일 김형두 헌법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에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준 내용하고 포고령 1항을 종합해서 보면 결국은 가장 주된 목표가 입법기구인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키겠다하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윤 대통령은 "장교들이 다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어떤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일을 지시한다고 할 때 그거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거는 저희들도 다 알고 있고 그런 전제 하에서 이런 비상계엄 조치를 하고..."라고도 발언했는데 이 역시 사실상 자백이나 다름 없는 것이 부당한 지시에는 군이 따르지 않을 거라는 걸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국회 측이 군인들의 소극적 임무 수행으로 계엄이 실패했다고 지적하자 이렇게 답한 것인데, 윤 대통령 자신도 국회로 무장 군인을 보낸 건 부당한 지시로 인식했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병력 이동 지시는 합법적인 것이기 때문에 군인들이 거기에 따른 것"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을 늘어놓는 이유는 우선 윤 대통령 스스로가 자신이 내란 수괴임을 인정하지 않고 회피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학자 임지봉 교수가 지적한대로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형사재판처럼 임하고 있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탄핵심판은 공직자가 해당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일종의 징계 절차이지 유, 무죄를 따지는 것이 아닌데 윤 대통령은 일평생 검사로 살면서 형사재판에만 특화되어 있어 형사재판처럼 임하고 있다. 때문에 법조계 은어인 '1도2부3백(첫 번째는 도망가고 두 번째는 부인하고 세 번째는 '백'을 쓴다는 전략)'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8년 전 박근혜 씨가 탄핵심판에서 썼던 전략을 윤 대통령이 거의 그대로 써먹고 있는 셈인데 한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았던 사람이 지극히 하지하(下之下)의 전략을 쓰며 제 손으로 제 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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