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정치 브로커 명태균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7월 국민의힘 당내 갈등을 놓고 김건희 여사를 언급한 카카오톡 대화가 21일 밤 JTBC 단독 보도로 공개됐다. 당시 명태균은 이른바 '성 상납' 의혹으로 퇴출 위기에 몰렸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김 여사를 문제 해결의 창구로 추천하며 자신이 자리를 주선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은 '성 상납'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에 넘겨졌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으나 이른바 '체리따봉 사건'으로 인해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2022년 7월 2일 이준석 전 대표가 명태균과 이 문제를 놓고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명태균은 "대표님이 걱정하는 일은 추호도 없으니 평정심을 유지하라"며 "여사님 스케줄 보고 대표님과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어차피 대통령이랑 여사가 컨트롤 안 하는 영역에서 자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고 명태균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과 윤리위원장"이라며 "천천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명태균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이 의원의 윤리위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JTBC는 이보다 앞서 2022년 4월에도 명태균은 이 의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사모님께 연락해야 한다"며 "당선인은 정치적 기반이나 정무감각이 없어서 윤핵관들이 얘기하면 그대로 믿는다"고 말하며 김 여사를 문제 해결의 창구로 추천했다. 그러면서 "당선인을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김건희 사모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 여사를 통해 윤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보다 권력 서열이 더 높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런 행태는 당연히 불법이다. 김 여사는 국민의힘의 당직자가 아니기에 당무에 개입할 권한이 전혀 없다. 그런데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아울러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작년 11월 7일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취임하고 하면 그 전하고는 소통 방식이나 이런 게 좀 달라야 된다고 얘기를 하니까 본인(김 여사)도 많이 줄인 것 같고…"라며 김 여사가 본인의 취임 이후엔 명태균과 거리를 뒀다고 했으나 전혀 그렇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명태균과 김건희 여사 간 부적절한 관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뒷받침해 주는 물증 중 하나가 바로 명태균이 김건희 여사로부터 받았다는 '금일봉'인데 JTBC는 이 돈봉투 사진도 입수해 공개했다. JTBC가 공개한 명태균의 휴대전화 속 돈봉투 사진을 보면 봉투의 앞면, 그리고 뒷면에도 'covana'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바로 김 여사가 운영한 회사 코바나컨텐츠의 로고다.
명태균은 검찰에 이 봉투를 지난 2021년 추석 쯤에 김 여사를 만나 받았다고 진술했다. 앞서 2021년 7월에는 평범한 흰 봉투를 받았고 그 뒤인 추석 무렵에는 코바나컨텐츠 봉투였다는 것이다. 받은 장소는 둘 다 김 여사가 운영하던 회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이었다.
명태균은 검찰에 "김 여사가 '아이에게 과자나 사 주라'고 했다"거나 "'차비도 못 드렸는데, 추석인데 아이 맛있는 거 사 주라'며 봉투를 줬다"고 진술했다.
명태균은 당시 김 여사로부터 받은 금일봉 액수에 대해선 "2021년 7월은 현금 10만원 정도로 기억하고 추석경에는 액수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겐 큰 돈이고, 김 여사에겐 작은 돈 같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은 이유를 놓곤 "기념으로 촬영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 이유로 "대통령 부부로부터 받은 '금일봉'이기 때문에 기념으로 가지고 있었다"며 "봉투를 뜯어 사용하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명태균은 이 돈을 자녀의 학원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가 코바나컨텐츠에 간 이유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선거 캠프가 꾸려지지 않아 김 여사 사무실에서 출마 관련 일을 했는데, 본인도 대선 논의를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고 진술했다. JTBC는 검찰이 윤 대통령이 대선을 준비할 당시 명태균이 김 여사를 만난 핵심 물증으로 보고 돈 봉투 사진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어 JTBC는 명태균의 불법 자금 수수 보도를 했던 작년 9월 20일 명태균이 주변에 대통령 부부를 뜻하는 "'V1, V2와 관련된 일"이라거나 "V1, V2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 사실도 확인해 단독 보도로 전했다. 사실상 자신을 구명해줄 것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 20일 JTBC는 창원지검이 김영선 전 의원이 회계책임자를 통해 명태균에게 6300여만 원을 건넨 단서를 잡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보도 직후 명태균이 윤 대통령 부부의 이웃사촌이자 측근인 함성득 경기대학교 교수와 연락을 취한 것이 확인됐다. JTBC는 해당 보도 직후 두 사람이 주고 받은 메시지를 입수해 보도했다.
대화는 함성득 교수가 JTBC 기사를 명태균에게 보내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명태균은 "주호영 부의장에게 말했던 걸 꼭 해달라고 전해달라"며 "그러면 다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함 교수는 "그런 말을 어떻게 하겠냐"며 "다들 너로부터 연락받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명태균은 "죽으란 말"이라며 "해결 안 되면 다 죽는다", "책임질 수가 없다"며 끝까지 뭔가를 부탁하는 모습을 보였다. JTBC는 명태균이 당시 함 교수에게 무엇을 부탁한 건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건 해결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명태균은 윤 대통령 부부도 언급했다.
명태균은 함 교수에게 다시 "V1, V2 일"이라며 "부탁드린다"고 말했고 함 교수는 "너 일이 아니고 V1, V2 일이라면 더욱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미 너나 나는 기피 대상이 됐다"고도 말했다. 이에 명태균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못 막을 것 같다", "최선을 다해 V1, V2를 위해 일했다", "V1, V2에게 말씀 올리고 끝내겠다"고 답했다.
이로 볼 때 명태균이 윤 대통령 부부로 사건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면서 사실상 구명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검찰 수사망은 점점 그에게로 좁혀왔고 결국 10월 14일 그는 "대선 때 내가 했던 일들이 있어. 나오면 다 자빠질 건데… 내가 들어가면 한 달 만에 이 정권이 무너지겠지"라며 윤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는 발언을 했다.
이 때를 기점으로 뉴스토마토 외에는 관망세로 일관하던 여러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보도하기 시작했다. 물론 윤 대통령은 11월 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고 급기야 명태균의 기소가 이뤄진 날 밤 비상계엄 선포라는 극단적인 수를 썼다.
이상으로 볼 때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의 관계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으며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은 파헤쳐야 할 부분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것같다. 그러나 검찰은 이상하게도 17일 중간 수사 발표에서 김 여사에 대한 부분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명태균 특검법 관철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