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건희 통신조회로 '22대 총선 공천 개입' 정황 확인

뉴스타파 보도, 11회 통화와 문자 주고받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11월 10일 결재된 검찰 수사보고서 1쪽(사진=뉴스타파)
작년 11월 10일 결재된 검찰 수사보고서 1쪽(사진=뉴스타파)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검찰이 작년 4월 22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최소 11차례 이상 연락한 사실을 통신 내역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 19일 뉴스타파 보도로 알려졌다. 이는 2022년 재보궐선거 뿐 아니라 22대 총선 공천에도 김 여사가 개입했다고 보도한 뉴스토마토의 보도가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또 검찰은 김영선 전 의원이 컷오프를 미리 알고 지역구를 기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서 경남 김해시 갑으로 바꾸는 과정에도 김 여사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검찰은 이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김 여사를 상대로 단 한 번의 소환조사는커녕 서면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스타파는 작년 11월 10일 검찰이 이 같은 내용을 총 12쪽 분량의 <피의자 명태균의 제22대 총선 공천 개입 정황 확인>이란 제목의 수사보고서로 정리했고 제목에는 '명태균'이라 써놨지만, 보고서 내용은 '김건희'의 총선 개입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수사보고서는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업로드 돼 있어 누구나 열람, 다운로드할 수 있다.

명태균 게이트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작년 9월 5일 뉴스토마토가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처음 보도하면서였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실은 "공천을 받지 못했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냐"며 의혹을 부인했고 당사자인 김영선 전 의원도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와 연락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검찰 수사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은 대통령실과 김 전 의원의 해명은 모두 거짓이었다고 전했다. 창원지검이 작년 11월 10일 작성한 <피의자 명태균의 제22대 총선 공천 개입 정황 확인>이란 제목의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22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2024년 2월에 명태균과 김건희, 두 사람이 김영선 공천과 관련해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담겨 있다. 

지난 2024년 2월 18일 오후 3시 30분경 텔레그램에서 명태균은 김 여사에게 김영선 단수 공천을 부탁했다. 하지만 김 여사는 김영선 의원이 경선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아무런 권한이 없는 김 여사가 "경선에 나가라"고 말한 것 자체가 불법이다. 또한 김영선 의원이 컷오프 대상자란 사실도 김 여사가 미리 알려준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10일 결재된 검찰 수사보고서 6쪽(사진=뉴스타파)
작년 11월 10일 결재된 검찰 수사보고서 6쪽(사진=뉴스타파)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보면 명태균은 "여사님 말씀대로 김해갑 경선도 참여하겠다고 기사를 내지만, 경선 룰에 당원 50% 시민 50%인데 김해에는 당원을 한 명도 가입시키지 못해서 김영선 의원이 이길 방법이 없다"며 "이 부분이 정리가 안 되면 김해갑에 출마하면 조롱거리 밖에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에게 이 부분을 해결해줄 것을 요청했다.

실제 경남 김해 갑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이 속해 있는 진영읍을 끼고 있는 지역구여서 영남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 중 하나로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19대 총선 때 당선된 이래 지금까지 내리 4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김영선 전 의원이 그곳에 출마한다고 해서 민홍철 의원을 꺾고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명태균의 요청에 김 여사는 "단수를 주면 나역시 좋음. 기본전략은 경선이 되어야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부터 만나서 포섭해나가자는게 답"이라고 했다. 명태균은 김 여사에게 "지난 대선 때 제가 몸이 부서져라 대통령님을 도왔다. 김영선 의원에게 제가 경선하란 말은 못 하겠다. 대신 말씀해주시면 고맙겠다"고 했다.

2024년 2월 18일 뉴스경남을 통해 나온 김영선 의원 김해갑 출마 선언 속보 기사.(출처=뉴스타파)
2024년 2월 18일 뉴스경남을 통해 나온 김영선 의원 김해갑 출마 선언 속보 기사.(출처=뉴스타파)

실제 명태균이 말한 그대로 2024년 2월 18일 창원 지역 신문인 뉴스경남에서 김영선 전 의원의 김해시 갑 경선 참여 기사가 나왔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큰 은혜를 입은 인물인 김영선 의원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김해갑 출마를 선언했다'는 게 기사의 골자다. 검찰도 이 기사를 찾아 보고서에 첨부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명태균이 빨리 기사를 내면 좋겠다고 말해서 명 씨 음성 통화 내용을 기반으로 썼다"면서 청탁 기사였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실상은 명태균이 기사 내용까지 직접 적어서 준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와 텔레그램으로 대화한 뒤, 명태균은 김 전 의원의 회계담당자였던 강혜경 씨와 통화했다. 이때 명태균은 김영선 전 의원이 창원 의창구에서 컷오프된다는 사실을 김건희 여사가 미리 알려줬고, 출마지를 바꾼다는 언론 보도까지 김 여사가 뒤에서 코치한 사실을 강 씨에게 말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2024년 2월 18일부터 3월 1일까지 12일 동안, 김건희-김영선 두 사람이 전화로 4번, 문자로 7번 등 총 11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사실이 담겨 있다. 이 중 통화 4번은 모두 김 여사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데, 발신 기지국 위치정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 빌딩, 통신사는 SK텔레콤으로 확인된다. 

2024년 2월 18일부터 3월 1일까지 김건희-김영선 통신내역.(사진=뉴스타파)
2024년 2월 18일부터 3월 1일까지 김건희-김영선 통신내역.(사진=뉴스타파)

검찰 수사보고서로 드러난 사실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명태균이 김 여사에게 “김영선 의원에게 제가 경선하란 말은 못 하겠다”면서 직접 김 의원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텔레그램을 통해 말한 건 작년 2월 18일 오후 3시 30분경이었다.

이 발언이 있고 약 1시간 30분 뒤인 2월 18일 오후 5시 2분경 김건희 여사가 두 번에 걸쳐 총 11분 가량 김영선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날 저녁 8시 24분에도 두 사람은 1분 38초간 통화했다. 뉴스타파는 검찰이 김영선 전 의원의 통신영장을 발부받아서 통화 내역을 살폈고, 김건희 여사 소유의 전화번호가 맞는지 통신조회까지 실시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검찰 수사보고서 제목은 피의자 명태균으로 시작했지만, 정작 보고서 내용은 김건희 여사가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검찰은 수사보고서 마지막에 '김영선 컷오프가 예상되자, 김 여사 조언에 따라 지역구를 김해갑으로 옮겨 급히 언론에 발표하고, 그 발표 기사를 다시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하여 김해갑 공천에도 개입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4년 2월 18일 명태균-김건희-김영선 통신내역.(그래픽=뉴스타파)
2024년 2월 18일 명태균-김건희-김영선 통신내역.(그래픽=뉴스타파)

민간인 명태균은 공천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 공천 개입은 김 여사의 행위였고, 텔레그램 대화와 통화 내역이 증거로 남았다. 물론 김건희 여사의 실제 의중은 김영선 전 의원을 비교적 험지인 낙동강 벨트의 경남 김해시 갑을 탈환하는데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황금 지역구인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자신이 원하는 인물을 심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그 증거가 바로 지난 17일 명태균 측 변호인이 공개한 통화 녹취록이다. 김 여사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수사하는데 참여했고 고발사주 의혹 수사대상자가 됐던 김상민 전 부장검사를 '구제'하기 위해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 후보 공천을 주려 했다. 그 때문에 기존 그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김영선 전 의원을 내쫓아야 했고 그냥 막무가내로 내쫓으면 당연히 나갈 리가 없으니 감언이설로 꼬드겼던 것이다.

다만 이같은 공천 개입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문자에 한동훈 위원장이 답장을 하지 않아, 둘의 갈등이 증폭됐단 건 이후에 알려진 사실이다. 갈등의 기폭제가 '김영선 공천'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11월 10일 결재된 검찰 수사보고서 8쪽(사진=뉴스타파)
작년 11월 10일 결재된 검찰 수사보고서 8쪽(사진=뉴스타파)

창원지검은 17일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개월 동안 창원지검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 여론조사 결과 조작 및 무상 제공 의혹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등을 수사해왔지만, '공천 개입' 관련 수사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명태균과 김영선 전 의원 등은 모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상태다.

이보다 앞서 뉴스타파는 검찰이 김건희와 윤 대통령 부부의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대화 280개를 정리한 수사보고서(11월 4일자)와 2022년 6월 보궐선거 공천 발표 전날인 5월 9일에 명태균이 윤석열, 김건희, 이준석과 대화를 한 사실을 파악한 수사보고서(11월 9일자)를 공개했다. 

따라서 작년 11월에 검찰은 이미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혐의를 입증할 증거 상당수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검찰은 명태균 '황금폰'까지 제출받았지만 수사 방향은 엉뚱한 곳으로 치달았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 강혜경 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한 게 대표적 사례다.    

때문에 검찰이 과연 수사를 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검찰이 보였던 행태는 진상 규명에 있었다기보다는 사건 규모 축소에 가까웠다. 그래서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정된 명태균 특검법 통과를 원하는 여론이 높은 것이다.

뉴스타파는 "특검이 출범할 경우, '공천 개입' 등 본류 의혹에 더해 검찰의 고의적인 부실 수사 여부도 가려져야 할 걸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31일 검찰이 명태균 씨의 처남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황금폰이 담긴 '녹색 상자'를 찾지 못한 사실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창간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굿모닝충청. R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