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다들 의아한 분위기였다. 단순히 민족적인 감정이 아니었다.
중국 IT 기업 텐센트(Tencent Holdings Limited)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모두 인수했다. 하이브는 SM 지분 9.66%(221만 주)를 텐센트뮤직(텐센트 산하 온라인 음악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 주당 11만 원에 넘겨 총액은 약 2433억 원어치였다.
SM은 1대 주주로 카카오그룹(41.5%), 2대 주주로 중국 텐센트뮤직을 받아들이는 셈이다. 그런데 하이브가 왜 이 가격에 넘겨야 했는지 의문이었다.
하이브의 SM엔터 투자금은 총 5550억 원이고, 회수 금액은 고작 약 50억 원 많은 5600억 원 수준이다. 단지 50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SM엔터는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주가가 매우 많이 오른 상황이고 아직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하이브는 비핵심 자산을 매각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과연 비핵심 자산인지 알 수가 없다.
그 배경을 추정하는 관점은 여럿이다. 우선 불편 해소가 꼽힌다. 하이브가 지난 2023년 당시 SM엔터 최대 주주인 이수만 총괄로부터 약 15%의 구주를 인수했을 때, 적절하지 않은 선택이라는 비판도 비등했다.
하이브의 주요 경쟁 업체인 데다가 서로 음악적 정체성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SM 팬들의 반대 의사도 분명했다. 정체성 유지도 그렇거니와 후발주자인 하이브에게 구주를 넘기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사실 카카오가 SM 지분 인수전에 나서면서 상황은 복잡해졌고 절반 이상을 카카오에 매각해야 했다. 카카오는 주가조작 혐의로 김범수 창업자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이 법정에 서야 했다.
방시혁 의장도 이에 관해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 어쨌든 하이브 처지에서는 SM 주식 때문에 좋을 게 하나도 없는 셈이었다. 그런 면에서 털어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한령 해제가 본격화하면 SM의 활동도 본격화할 텐데 이때 애써 주식을 매각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며 그렇게 경영을 해서도 곤란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하이브가 자금 유동성 문제가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2024년 하이브는 전년 대비 22.6% 증가율로 연간 매출 2조 2000억 원을 기록,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연결 기준 당기순손실 34억 원을 기록했다. 그 이유로 일단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군 복무 중인 데다 미국 자회사의 외형적 성장에 따른 출현을 꼽을 수 있다.
하이브 아메리카는 수년간 적자를 기록해 왔다. 2021년 80억 원, 2022년 748억 원, 2023년 142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하이브 아메리카가 보이그룹을 제작하기로 했다. 하이브 아메리카와 유니버설 산하 레이블 게펜 레코드가 공동 제작한 걸그룹 캣츠아이가 성과를 보이기 시작한 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캣츠아이의 실적은 물론이고 새로운 보이그룹이 성과를 내기에는 올 한 해 시간은 짧을 것이다. 만약 만기가 도래한 자금 유동성 때문에 카카오 주식을 매각했다면 경영상의 흠결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선택과 집중이라는 점에서 커버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하이브 주식의 인수는 텐센트뮤직이 국내 엔터테인먼트에 영향을 확대하는 신호로 읽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국내 여론에서 부정적인 한편을 차지한다.
텐센트뮤직은 중국 내 음원 유통 플랫폼을 통합 확장해 왔다. 국내 주요 기획사들과 음원 유통에 관한 계약을 맺기도 했다.
국내 주요 기획사들의 관점에서 텐센트뮤직과 거래하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저작권 보호와 정산이 투명하지 않고 확립되지 않은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좋은 기회로 보였다.
텐센트는 IT기업으로 시작해 인터넷 복합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는데 모바일 앱 위챗으로 유명하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게임회사로 성장했다.
모바일 SNS에 강하기 때문에 음악이 사회관계망 서비스로 유통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텐센트를 외면할 수 없어 보인다.
텐센트는 사실상 디지털 사업이라면 무엇이든지 진출한 전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디지털 음원 유통 플랫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화 콘텐츠나 음악의 창작과 육성에 특화되어 있는 기업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SM 1대 주주 카카오와 닮은 면이 있다. 플랫폼 기업이 SM엔터테인먼트를 완벽하게 통제하게 된 셈이다.
애초에 카카오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얼마나 진심일지 의구심이 일었던 것이 사실이고, 그것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매각설이 불거지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영입이나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주가를 견인하는 방식은 기업 자체의 절대가치를 올려줄 수 없다. 이런 점은 텐센트에도 같이 적용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텐센트의 이번 SM 주식 인수를 통해 다양한 행사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형 콘서트는 성사되기 힘들다. 중국 공산당의 기조에 따라 통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문화 교류가 아니라 K팝과 같은 상업적인 대중문화를 대규모로 허용할 힘이 텐센트라는 기업 자체에는 존재할 수 없다.
만약 하이브가 중국 내 음악 유통과 소비를 위해 다른 계약 거래 조건을 전제로 SM 주식을 매각 해주었다면, 애초에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
우리나라 K팝이 이 정도 반열에 오른 것은 뮤지션 출신 경영자가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 음악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고 애정이 충만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뮤지션 출신들이 경영을 꼭 잘하는 것은 아닐뿐더러 조직 체계화, 경영 효율화를 이루지 못한 면은 있을 것이다. 그것의 보완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이 과연 K팝 특수성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민희진 사태 때 하이브에서 보여준 게임사 출신 경영진의 방식이 대표적이었다.
더구나 다른 세계관의 플랫폼 경영진이라면 불리한 상황이 될 때 K팝은 언제든지 정리할 수 있는 대상이 될 것이다. 더구나 텐센트는 글로벌 문어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얼마나 K팝에 애정이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지금 K팝은 중대한 기로에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효과는 사라지는 와중에 세계적으로 음반 판매가 줄고 세계 주요 음악 차트에서 K 아티스트 이름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5세대 그룹의 활약이 덜 보인다, 피프티피프티처럼 도발적인 신예나 뉴진스같이 판을 새롭게 여는 혜성의 역할이 언제나 필요하다.
한국 영화의 위기가 물량 공세에 의존한 데다가 세대 잇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임을 다시 한번 환기해야 한다.
2025년에는 경영의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텐센트 지분 인수는 중요한 티핑 포인트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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