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컬처 픽] '오징어 게임 3'이 놓친 '케이팝 데몬 헌터스' 비결

팬들 기대감 부응이 문화콘텐츠 민주주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철저하게 팬 중심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아티스트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있다. 아티스트의 생각과 행보, 퍼포먼스는 팬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 이러한 점은 ‘오징어 게임 3’이 간과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이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은 점을 스스로 시즌 2, 시즌 3에서 걷어차 버렸다. (사진: 넷플릭스/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K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철저하게 팬 중심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아티스트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있다. 아티스트의 생각과 행보, 퍼포먼스는 팬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 이러한 점은 ‘오징어 게임 3’이 간과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이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은 점을 스스로 시즌 2, 시즌 3에서 걷어차 버렸다. (사진: 넷플릭스/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혹평은 없다. 모두 호평 일색이다. 팬들이 원하는 점을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시즌이 제작될 때 주인공 루미가 죽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그런 결말은 팬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속편이 계속 나와도 그 결말은 긍정적으로 맺어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것은 팬들이 원하는 결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불행한 결말이 나온다면 K팝의 정체성을 잘 모르는 것이며 K팝을 사랑하지도 않은 것이다.

K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철저하게 팬 중심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아티스트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있다. 아티스트의 생각과 행보, 퍼포먼스는 팬의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

이러한 점은 ‘오징어 게임 3’이 간과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이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은 점을 스스로 시즌 2, 시즌 3에서 걷어차 버렸다.

비록 시즌 2가 새로운 인물과 서사, 게임으로 시즌 3에서 압축적이고 긴장감 있게 구성된 점이 있어도 말이다. 테크니컬한 전개 방식이 여운을 만들어 내는 것은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생존 게임 장르를 좋아하는 이용자와 오징어 게임 팬의 기대는 다르다. 시즌 1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한 것은 성기훈(이정재)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다 같이 살아야 한다는 가치관 나아가 세계관을 가진 주인공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긍정적인 여운이 있었다. 현실은 비록 그렇지 못해도 성기훈 같은 인물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소망이 있다.

그래서 성기훈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었던 것이고, 시즌 1 결말이 그래서 좋았다. 이렇게 현실을 벗어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문화콘텐츠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다.

시즌 3의 결말에 대해 황동혁 감독이 고민이 없던 것은 물론 아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황 감독은 애초의 생각을 말한 바 있다. 처음의 생각은 달랐다.

“(처음엔) 막연하게 기훈(이정재)이 다시 게임에 뛰어들고 몇 명이라도 데리고 살아서 나오고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는 결말을 생각했어요.”

흔히 해피엔딩이라 부르는 긍정적인 결말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것이 성기훈을 응원하는 팬들의 소망이었다.

그러나 시즌 3의 엔딩은 황 감독은 초기 생각한 결말을 바꾼 셈이고 그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지만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잖아요. 서민의 삶은 어려워지고 경제적 불평등은 심해지고 전쟁은 확산하고 기후 위기는 심각해지고 있죠. 이대로 가면 더 암울한 미래가 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야겠더라고요.”

미래가 살기 어려워지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애초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을 통해서 오징어 게임의 팬들을 생각하지 않은 황 감독의 가치관, 세계관을 알 수 있었다.

가치관은 아티스트 중심주의이고, 세계관은 거대 담론을 지향하는 태도이다.

팬 중심으로 가치를 두고, 그들을 중심으로 사람 사이의 내적인 완결성을 지어야 했는데 말이다. 특히, 갑자기 아기를 등장시킨 이유가 미래세대를 위하는 길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세상을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은 상태로 다음 세대에게 전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기를 등장시켰고 기훈의 희생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물론 아기가 미래세대를 상징하고, 그 아기를 지키기 위해 여러 사람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시즌 3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돈만 주고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이 세상이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일까? 그러한 방식이 정말 미래세대를 위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은 오히려 돈의 프레임에 갇혀 버린 결말이기 때문이며, 그것이 ‘오징어 게임’ 팬들이 기대하는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돈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게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시즌 2에 들어서 성기훈은 적극적으로 오징어 게임을 중단시키거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런데 시즌 2의 결말은 실패였다.

지난한 구조 속에서 성기훈의 노력마저 프런트맨 손바닥 속에서 무력화되는 것은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시즌 3에서는 성기훈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프런트맨을 선택한 황인호(이병헌)가 승리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개인주의적 생존주의자인 황인호의 프레임은 끝까지 깨지지 않았다.

성기훈의 마지막 선택에 황인호가 약간의 연민의 정을 느낀 정도가 전부이며, 더구나 오징어 게임판을 만들고 움직이는 VIP들은 손끝 아니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

돈을 미끼로 집단 살인을 마다하지 않는 금력자들이 만든 판은 여전했다. (미국판 스핀오프의 케이트 블란쳇에게 열광만 할 수 없는 이유다) 그것을 선택한 황인호가 승리했다.

황인호가 성기훈의 딸에게 전해준 유산, 오징어 게임에서 받은 돈으로 과연 성기훈의 딸은 온전히 잘 살 수 있을까. 미래세대에 돈을 많이 물려주면 살 수 있을까.

성기훈의 딸에게 필요한 것은 아버지였다. 딸이 오기만을 그리던 성기훈 대신 돈이 온 것은 오히려 더 나빠진 미래였다. 마찬가지로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갓난아이에게 필요한 건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그러나 그 둘은 모두 사라졌다. 성기훈은 그들과 같이 나왔어야 한다. 최소한 한 사람만이라도 가능해야 했다.

그런데 황 감독은 갓난아이를 자기 동생에게 456억과 함께 맡긴다. 이러한 세계관은 성기훈과 완전히 배치된다. 돈이면 다 해결이 된다는 황금만능주의의 황인호가 완승을 거둔 엔딩이었고, 이는 황동혁의 결론이었다.

팬들이 바라는 것은 어떻게든 잔혹한 게임판에서 살아남는 희망이다. 그것이 미래 세대에게 전해줘야 할 것이다.

자녀에게 돈은 아무리 많아도 언제든 사라진다. 과거보다 현대인들에게 돈이 없어서 정말 불행한 것일지 의구심이 든다. 게임판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미래가 암울한 것이다.

요컨대, 팬들이 보고 싶은 것에 부응하지 않고 황동혁은 아티스트가 되고자 했다. 그렇다면 황 감독은 대중적 드라마가 아니라 독립 예술영화를 제작했어야 한다.

팬이 아니라 담론에 복무하는 자기의 작품 세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치명상을 입은 성기훈을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 몸을 가눌 수 없는 육체의 훼손이 있어도 생명은 붙어 있게 해야 했다.

왜 삶을 죽음과 생, 이분법으로 나누는가. 성기훈을 어떻게든 살린 황인호의 총구는 VIP로 향했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희생은 황인호가 해야 했으며, 그것이 성기훈의 팬이 원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프런트맨의 팬은 없으니 말이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는 루미를 위해 악령 저승사자 진우가 희생한다. 물론 팬들은 진우가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그것이 다음 시즌의 소망이다. 그것에 부응할수록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생명력도 길어질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시즌 4가 없다고 했다. 아티스트가 되기 힘들어서다. 창작의 고통을 서둘러 끝내고 싶은 것이다.

만약 팬들의 마음에 부응하려 했다면 창작의 고통보다는 희열이 더 클 것이다. 다음 시즌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며 오징어 게임 시즌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팬들도 살리고 황동혁도 사는 상호 구원 서사라는 점을 K 콘텐츠 창작 업계가 되돌아보면 좋겠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창간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5 굿모닝충청. R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