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의 컬처 픽] 케이팝 위기의 코어는?

중소돌의 기적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다른 기사 보기
  • 입력 2025.07.17 11:16
  • 수정 2025.07.1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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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세대 걸그룹으로 획기적인 전환을 이뤄낸 뉴진스가 더 이상 활발한 행보를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사진: 뉴진스 홈/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5세대 걸그룹으로 획기적인 전환을 이뤄낸 뉴진스가 더 이상 활발한 행보를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사진: 뉴진스 홈/굿모닝충청=노준희 기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중소돌'은 중소기획사에서 기획 제작한 아이돌을 말한다. 중소돌은 불리한 상황에서 출발해 경쟁을 해야 한다.

열세인 자본과 조직, 적은 경험과 부족한 노하우 때문에 홍보조차 쉽지 않고 이에 부진한 결과에 몰리게 되는, 이른바 언더독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대형기획사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본과 인력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지원과 홍보마케팅이 가능하고, 해외 진출의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 일단 대형기획사 소속이라면 ‘떼놓은 당상’으로 생각되었다.

반대로 중소 기획사 소속이라면 데뷔해도 항상 앞날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우울한 현실에서도 2013년 중소돌의 기적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방탄소년단이었다.

당시 중소 기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이었던 방탄소년단은 단순히 신인상에 머문 게 아니라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다른 대형 기획사들의 쟁쟁한 그룹을 모두 물리친 결과였다.

아이튠즈와 애플 뮤직은 물론이고 일본 오리콘 나아가 영국의 오피셜, 미국 빌보드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MTV 뮤직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어워즈에서 연거푸 수상하는가 하면 그래미어워즈에서도 3차례 후보에 올랐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이 잘해서만은 아니었다.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중소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어 빛을 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팬심이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사이에 이러한 결과를 가리켜 중소돌의 기적이라는 말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코스피로 직상장했고, 그 뒤 여러 레이블과 기획사를 거느린 시총 11조 대기업이 되었다.

더구나 미국에 하이브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중국과 인도에도 법인을 모색하는 글로벌기업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방탄소년단은 방탄소년단의 군 복무기간이 리스크로 작동할 수 있었지만, 멤버의 개별 활동과 세븐틴 등이 잘 견뎌 주면서 하이브 입지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것도 역시 찐팬들의 변함없는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적어도 위기는 케이 팝 뮤지션과 팬에게 있지 않았다.

그런데 2023년 11월, 방시혁 의장은 갑자기 케이팝 위기론을 언급했다. 성장률이 근거였다.

“당장 망할 것처럼 말할 순 없고, 실제로 그렇지도 않다. 다만 주요 시장의 지표하락이 눈에 보인다.”

이런 발언에 이어서 라이트 팬덤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는데, 외연의 확장성에 대한 지적으로 보였다. 즉 팬덤이 더 크게 늘지 않는 현상을 말한 것이다.

실제로 2024년 음반과 음원 판매량이 줄었다. 케이팝 콘텐츠의 위기로 보였다. 일견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한 소진 현상이 일어난 점이 있을 수 있었다. 더구나 방탄소년단에 의존성이 크다는 점에서 5세대 아이들로 세대 승계와 계승이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코어 팬덤 즉 찐팬들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팬들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하니 좀 분위기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정작 위기는 케이팝 자체에 있지 않았고 경영의 위기였다. 라이트 팬덤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 자체도 경영의 한계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지게 된다. 케이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음에도 이를 맞는 경영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채 구태를 반복했던 것이다.

경영의 위기 징조는 2023년 또 다른 중소돌의 기적, 피프티피프티의 파탄이었다. 음악 유통과 소비, 향유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진 점을 보여준 걸그룹이었다.

특히 틱톡을 중심으로 스페드업((Sped Up) 방식은 또 하나의 혁신이었다. 이에 단 4개월 만에 빌보드 핫100에 진입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고, 중소돌의 기적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았다.

걸그룹으로서 중소돌의 기적 사례가 나오나 싶어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경영의 위기가 치명적으로 강타했다.

소속사는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을 답습했고, 멤버들은 이에 반발했고, 전속 계약에 대해 법적 다툼에 돌입했다. 이들 대신 대체 멤버들을 구성해 활동했지만, 이전의 존재감을 되찾을 수 없었다.

2025년 법원은 피프티피프티의 대표곡 ‘큐피드’의 저작권은 소속사가 아니라 대행사에 있다고 판시했다. 소속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중요한 것은 이전 멤버들의 승소 여부와 관계없이 피프티피프티는 파탄 나 버렸다. 중요한 5세대 아이돌이 파탄은 경영에서 왔고, 그 사례는 피프티피프티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중소돌의 기적을 일으켰던 빅히트의 하이브에서 일어난 위기의 징조는 2022년에 감지되었다. 멤버 진도 놀랐던 굿즈 가격 논란이 그것이었다.

경영과 아티스트 그리고 팬의 이반이었다. 빅히트 시절에는 생각할 수 없는 사례였다.

2023년, 이번에는 하이브가 티켓 가격을 수요 상황에 맞게 연동해 올리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제도 도입을 언급해 팬들의 항의를 받았다.

2024년 4월에는 더 큰 위기가 터지고 말았다. 바로 민희진 사태였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노렸다며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대표 자리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했고,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민희진 대표가 강력하게 저항하는 와중에 5세대 대표 걸그룹 뉴진스는 민희진 대표의 재임을 요구했고 아울러 하이브 측에 부당한 사안들에 대해서 해명과 개선을 요구했다.

충분히 소명이 되거나 충족될 만한 움직임이 없다고 판단한 뉴진스는 전속 계약 무효를 선언했다. 물론 이는 영미권이 아닌 한국의 법체계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지만, 그것을 문화적으로 풀었어야 했다.

그것은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수없이 나온 문화적으로 바람직한 가치들에 바탕을 두는 해법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하이브는 경영권의 논리와 법적인 수순에 더 집중했고, 결과적으로 케이팝 본질에 맞는 해결에는 실패한 셈이 되었다.

즉 법·제도적인 승리가 경영의 성공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케이팝은 더욱 그러하다. 아티스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결국 팬덤도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피프티피프티와 같다. 5세대 걸그룹으로 획기적인 전환을 이뤄낸 뉴진스가 더 이상 활발한 행보를 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제2의 방탄소년단이 될 여지가 충분히 있었는데 말이다. 만약, 경영이 리스크 햇징을 잘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사태들이었다.

희비는 갈렸다. 2025년 7월 15일 경찰은 민희진 대표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리하고 불송치했다. 반면, 7월 16일,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임원들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고발의 혐의는 사기죄였다. 하이브의 기존 주주들에게 상장 계획이 없다고 하여 사모 펀드에 매각하게 하고 매각 차익 30%를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2020년 10월 15일 하이브 주가는 폭등해 이른바 따상 뒤 35만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곧 폭락했는데 그 이유는 사모펀드가 기존 주주에서 매입한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방 의장만 1200억 원, 다른 임원들과 합해 1900억 원 넘게 수익을 올렸다.

다시 돌아가 보면, 사실 하이브 주식이 폭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중소돌의 기적과 방탄소년단 팬들의 마음과 기대가 모였기 때문이다.

선한 영향력을 전하며 좋은 세상을 열어가는 방탄소년단의 활동과 전혀 배치되는 행보였다. 이미 경영의 위기는 그때부터 본격화했다. 주객이 전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케이팝을 다룬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미국의 넷플릭스가 투자, 유통하고 제작은 일본의 소니 픽처스가 만들었다. 국내 기획사들이 웹드라마나 쇼츠, 예능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에 말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다시금 재주 넘는 곰이 되어 버렸다. 근본 이유는 팬들이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 지, 간과했기 때문이다.

애써 ESG 경영을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이라도 중소돌의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찐팬들, 코어 팬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성찰하는 것이다.

주가를 견인하기 위한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내실을 통해 탄탄히 다지는 경영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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