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대선에서 참패한 후에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 탄핵의 늪'을 건너지 못한 채 서로 갑론을박(甲論乙駁)을 벌이며 내분을 일으키고 있다. 신임 원내대표 선출에 앞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른바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송언석 의원(경북 김천시)은 이에 어깃장을 놓고 있어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허수아비'가 돼가는 모양새다.
불과 3년 1개월 만에 정권을 완전히 내준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후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진상 규명 등을 골자로 한 당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16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송언석 의원이 이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혁신위에서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혁신안을 포함해서 혁신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하자는 쪽에 의원님들이 좀 더 다수인 것으로…"라며 별도로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김용태 위원장의 개혁안을 논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김 위원장이 직을 걸고 제안한 '개혁안 찬반 당원 조사'에 대해서도 "무리가 있다랄까, 좀 성급하다랄까, 그런 생각이 든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이에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즉시, 바로 개혁안을 실행하면 되는데 이것을 혁신위를 통해서 다시 한번 공전시키겠다라는 것은 잘못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송 원내대표의 혁신위가 시간 끌기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을 시작으로 개혁을 서두르자는 김 위원장과 혁신위를 통하자는 송 원내대표의 입장이 부딪치면서 내분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18일 국민의힘 5선 중진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을)은 "개혁은 마땅히 필요하지만, 개혁의 속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주체이며, 절차다"며 김용태 위원장의 혁신안에 부정적인 의사를 보였다.
나 의원은 "그 개혁의 주체는 반드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권력, 특정 세력이 밀어붙이는 개혁은 또 다른 갈등과 분열만 낳을 뿐이다. 개혁은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국민의힘 개혁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지도부가 당심과 민심을 수렴해 책임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해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신임 지도부로 '공'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은 당연히 필요하다. 특히 계엄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는 국민들께서 그만하라 하실 때까지 부족함 없이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오늘의 국민의힘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끊임없이 들추고 헤집는 것은 해당행위와 다름없다"며 '김용태 혁신안'에 거듭 부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이에 양향자 전 의원이 페이스북에 <나경원 의원께 이의 있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나 의원을 저격하고 나섰다. 그는 "서로 상처 주지 말고 혁신하자. 갈라진 당을 화합하면서 혁신하자. 이런 주장은 '혁신하지 말자'는 말보다 더 악(惡)하다고 생각한다"며 "혁신은 제 살가죽(革)을 벗겨내는 고통이 따른다. 조직의 모든 것을 다시 생각하고, 찢고, 버리는 행위다.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는 것 자체가 반혁신적이다"고 했다.
또 양 전 의원은 "그런 점에서 오늘 나경원 의원의 발언은 다분히 악의적이다"며 "혁신이냐 아니냐 하는 시기에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태생과 정당성을 따지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아울러 그는 "지금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최종 의결의 의사봉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인가? 김용태 위원장이다"며 김용태 위원장을 '허수아비 비대위원장' 취급하는 당 중진 의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더구나 김용태 위원장은 본인의 ‘5대 혁신안’을 강행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당원의 의견을 묻겠다는 것이다. 이런 김 위원장에 대해 “자격 없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반혁신 기득권에게 힘을 싣는 것이고, 변화를 바라는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과 송 원내대표는 18일에도 회동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송 원내대표는 이번 달 끝나는 김 위원장의 임기에 구애받지 않고 조기 전당대회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렇듯 불과 3년 1개월 만에 정권을 내놓는 '치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에 대한 반성과 쇄신 없이 내분을 일으키며 갈등을 빚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같은 국민의힘 내분의 배경엔 '친윤'과 '비윤' 사이 주도권 다툼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은 9회 지방선거 공천권을 두고 헤게모니를 놓기 싫은 친윤계와 헤게모니를 움켜쥐고픈 비윤계들이 볼썽 사나운 다툼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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