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관련해 담당 검사인 최재현 검사가 자신은 죄가 없으며 압수계 소속 수사관들이 지시를 잘못 이해하고 띠지를 훼손했다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설령 말단 수사관들의 소행이었다고 해도 본인이 이 사실을 알고도 왜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쉬쉬한 것인지에 대해선 전혀 해명이 없었다.
18일 K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최재현 검사는 이프로스에 "오는 22일 청문회에서 증언하면서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그 전에 공개하는 것이 관련된 분들의 피해를 줄이고 청문회가 진실에 기초하여 진행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돼 메신저 대화와 쪽지를 게시한다"고 썼다.
이어 "저희 부족했던 업무 처리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계신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이 자료와 당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게시한 자료에 따르면 띠지 분실 사실을 인지한 뒤 수사팀 수사관인 이주연 계장이 올해 1월 9일 당시 사건과 압수계에 근무하던 남경민 수사관에게 "2024압제1991호 관련 현금[5만원권 3,300매/ 일부 띠지 및 비닐포장(한국은행 기재 출력물 포함)]에 대해 오늘 영치 금고 확인 결과, 띠지 및 비닐포장(한국은행 기재 출력물 포함)이 모두 제거되어 고무밴드(100매씩, 33개)로 묶여 있는 상태로 확인되었는데, 띠지 및 비닐포장이 제거된 경위를 확인하고자 한다"고 추궁했다.
이에 남 수사관은 이 계장에게 "원형보존은 현금을 계좌보관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현금을 계수하려면 필수적으로 띠지와 포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답하며 "압수계에는 따로 보관된 띠지와 포장지, 서류 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 검사 본인 역시 같은 날 남경민 수사관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압수물 관련 규정을 근거로 "압수물 수리명령 및 확인을 받을 때에는 검사로부터 원형 보존의 필요 유무에 관한 지휘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원형보존이 필요 없다는 내용의 지휘를 받은 때에는 압수표에 그 뜻을 기재해야 한다"며 업무매뉴얼을 요구했다.
최 검사는 업무 매뉴얼들이 없다고 회신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이후 남 수사관에게 "업무매뉴얼은 없고, 전임자 인수인계에 따라 원형보존 지휘가 있는 경우에도 압수된 현금 형태 그대로 보관하지 않는다는 것이네요"라며 "원형보존은 증거물로서 그 자체로 증거가치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원형이 훼손되면 안되고 형태가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야 한다"고 질책했다.
아울러 "현금에 대한 계수기 사용은 사건과의 편의성에 따른 것일 뿐 필요하다면 수작업으로 세는 등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사건과에서 말씀하신대로 업무를 하고 있다면 잘못된 것이니 사건과장께 보고드려서 올바른 업무절차를 마련하셔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최 검사는 당시 박 모 사건과장에게도 "띠지 분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원형 보존의 방법과 절차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남경민 수사관은 다시 수사팀 이주연 계장에게 "계수 후에 띠지는 다시 묶으시고, 한국은행 바코드가 있는 한국은행 바코드가 있는 사용권도 다시 비닐 포장하셔서 압수계로 인계해주셨을지요?"라고 물었고 이 계장은 "그때 띠지 없는 현금만 계수기를 이용해 계수했고 띠지 있는 현금은 저와 최선영 계장이 손으로 계수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남 수사관은 "수리한 수사관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 여쭤본다"며 "한국은행 바코드와 함께 랩핑되어 있던 현금은 포장 상태 그대로 압수계로 인계해주셨던 것일지요?"라고 질문했는데 이 계장은 "한국은행에서 포장되어서 나온 것이었다"고 답하고, 남 수사관은 "수사에 지장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이같은 최 검사의 주장은 몇 가지 부분에서 석연찮은 점이 있다. 우선 해당 사건이 일어난 직후 그가 한 조치는 다음부터는 원형을 보존하도록 인수인계하라고 전달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증거물인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수사관들에게 책임을 묻지도 않았고 상부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도 않았다.
이 글에서도 사건 인지 후 왜 부장검사와 차장검사 등 지휘 라인에 해당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앞서 박건욱 부장검사는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담당 검사가 1월 8일에 인지하고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최 검사는 무슨 배짱으로 이 사실을 은폐한 것이며 또 4월에야 이 사실이 발각된 후에도 서울남부지검 전체가 쉬쉬한 이유는 아직도 의문이다.
사실상 띠지를 훼손한 장본인들로 보이는 남경민, 김정민 두 수사관은 청문회 참석을 앞두고 두 사람이 사전 위증 모의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적발돼 논란을 일으켰으며 그 와중에 위증 모의 증거물인 '모범답안'에 김정민 수사관이 "남들 다 폐기해 ㅄ들아"라고 욕설 메모한 사실이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서울 중랑갑)이 특유의 사자후 발성으로 "국회의원들이 ㅄ이야?"라고 호통을 치며 저 메모의 의미에 대해 "김정민이 폐기한 거잖아?"라고 호되게 질타를 하기도 했다. 현재 두 사람은 위증죄로 고발돼 경찰 수사 대상인 상태다.
법사위는 오는 22일 전체회의 차원의 입법 청문회를 한 번 더 개최하는데 수사팀과 압수계가 계속 진실게임을 벌이는 양상 속에 추가 증언이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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