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스스로 물러났다. 지난달 4일 교육 수장에 임명된 지 34일 만이다.
그가 임명된 것은 그동안 교육 분야에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국민이 원하는 교육 서비스가 전달되지 못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 때문이었다. 이해관계가 동떨어진 인물을 내세워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그는 취임 전부터 교육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 절차 없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지만, 이후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등을 교육현장의 의견수렴 없이 정책 추진을 강행하며 혼란을 부추겼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개편과 외국어고등학교 폐지는 박 장관 리더십과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 과정에서 충남지역 교원단체 3곳(전교조·교총·교사노조)이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내며 정부 정책을 규탄했다.
6.1 지방선거를 통해 3선 연임에 성공한 김지철 충남교육감의 발언 수위도 날로 강해졌다. 특히 지난 8일에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과 관련 작심한 듯 교육부를 향해 쓴소리를 냈다. 교육부의 잇따른 교육청 패싱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교육감은 이날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의견수렴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자꾸 무리수를 두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며 “시·도교육감과 충분한 협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추진하는 민주적인 교육 행정을 펼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육 정책을 다뤄보지 않은 ‘비전문가 출신’ 박 장관, 결국 사퇴했다.
지난 한 달간 불거진 논란들을 되돌아보면 비전문가에 의한 아이디어 차원의 교육 정책 제안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박 장관의 사퇴에는 백년대계이자 국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 정책을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처리하려고 한 탁상행정과 그 바탕에 깔린 독단적 태도가 문제였다.
물론 인사 검증을 부실하게 하고 추천과 임명을 강행한 정부와 대통령도 책임이 있다. ‘스타 장관’이 되고 싶은 욕심에 설익은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인물은 안 된다.
교육 정책은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정책 하나하나에 논리가 탄탄한 찬반 의견이 따라붙는다. 전문가라도 정책을 결정하려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다.
차기 장관은 사회적 공론화 없이 탁상행정으로 아무 생각 없이 정책을 내뱉지 않길 희망한다.
이 과정에서 이념이나 정치적인 판단에 휘둘리지 않길 바란다.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들과 학부모, 교사다. 차기 장관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인물, 교육의 주체가 주인이 되는 행정을 펼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