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대구 지역의 유명 언론사인 매일신문이 20일 조간 1면에 '韓 권한대행, 野 겁박에 무릎꿇지 않았다'란 제목의 기사를 내어 전 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찬양하고 나서 논란을 일으켰다. 지나친 거부권 행사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해 삼권분립을 붕괴시키는 태도임에도 이를 부추기고 있는 격이다.
전 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과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한 권한대행은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그러나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며 자신의 거부권 행사를 정당화했다. 이로서 윤석열 정부는 총 31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문제는 매일신문이 조간 1면을 통해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추켜세우는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또 매일신문은 <한덕수 대행의 문제 있는 법률 거부권 행사, 당연한 결정>이란 사설을 내어 정부를 추켜세우고 국회가 문제 있는 법안을 발의한 것처럼 의도적으로 몰아갔다.
이러한 행태는 언론이 정부와 국회의 대결 구도를 고착화시키며 기싸움을 부추기는 보도이기에 당연히 비판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저널리즘의 기본을 망각한 태도라 볼 수밖에 없다. 삼권분립이 법으로 정해져 있는 국가에서 지나친 법률안 거부권 행사는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 무시하는 행태이기에 당연히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신문은 단지 '거대 야당'이 자리잡고 있는 국회의 법안이란 이유만으로 저런 편파 보도를 한 것이다. 문제는 이 매일신문이란 언론사가 영남일보와 함께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적인 언론사란 점이다. 이렇게 지역 언론사부터 정파적 시각을 강하게 띄고 있으니 대구·경북에서 줄곧 보수 정당 후보만 당선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밖에 없다.
일찍이 헌법학자인 권영성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인 <헌법학원론>에서 "대통령이 법률안을 거부할 수 있는 객관적 타당성이 있는 정당한 경우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는 경우,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 국가적 이익에 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 집행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를 내용으로 하는 경우 등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정당한 이유가 없는 법률안 거부권의 남용은 탄핵소추의 사유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덕수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한 6개 법안이 과연 저 사유에 해당하는지 또 그 이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25개 법안이 과연 저 사유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신문은 사설에서 "양곡법, 농안법, 재해법 등 농정 관련 4법은 반시장적이며 위헌적 요소까지 있다. 이런 법들이 시행된다면 쌀을 비롯한 특정 농산물 품목의 공급 과잉(過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과적으로 농산물 가격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자금을 투입해야 해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게 된다"고 야권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무엇이 어떻게 위헌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매일신문은 "국회법과 증언감정법의 개정안들은 입법 폭거(暴擧)나 다름없다. 국회가 요구하면 기업의 기밀적인 내부 자료까지 제출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정보전이 치열한 세상에서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고 역시 비난을 쏟아냈다.
구체적으로 왜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이유는 전혀 없다. 그저 '입법 폭거'라는 말뿐이다. 그리고 그저 "지금처럼 정보전이 치열한 세상에서 한국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는 알량한 핑계 외에는 합리적인 근거라고는 전혀 없다.
애초에 입법 폭거라는 말 자체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멋대로 창작해낸 정체불명의 신조어에 불과한데 그것을 언론사가 여과 없이 쓴다는 것 자체가 이 신문사가 제대로 된 언론이 아닌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 <매일신보>처럼 정부의 기관지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대구·경북 정치 지형의 가장 큰 문제점이 지역과 정당을 일체화한다는 것인데 여기에 언론사까지도 자신들과 정당을 일체화하고 있으니 대구·경북은 "보수 정당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오명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게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백년하청(百年河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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