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진술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사실상 그의 진술은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이 없었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 또 다시 거짓말이었음을 입증하게 했다.
전날 국회 내란 국조특위에 출석했던 홍 전 차장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전달받고 느꼈던 심정을 소상히 털어놓았다.
그는 "저 (윤석열)대통령 좋아했습니다. 시키는 거 다 하고 싶었습니다"란 말로 운을 떼며 "그런데 그 (체포) 명단을 보니까 그거는 안 되겠더라고요. 예를 들어 (안규백)위원장님이 집에 가셔서 편안하게 가족들과 저녁식사하고 TV 보는데 방첩사 수사관과 국정원 조사관들이 뛰어 들어서 수갑을 채워서 벙커에 갖다 넣는다? 대한민국이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 게 매일매일 일어나는 나라가 하나 있습니다. 어디? 평양. 그런 일을 매일매일 하는 기관이 북한 보위부입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 당시 행태가 북한 김 씨 정권이 하는 짓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에게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이번엔 일단 방첩사를 적극 지원해라. 방첩사에 자금이면 자금, 인원이면 인원을 무조건 지원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통화해 정치인 체포 지시라는 의미를 정확히 알기 전까지 "국내에 장기 암약하던 간첩단 사건을 적발했나 보다, 그래서 긴급하게 (체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예상은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체포대상자 명단을 듣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체포 대상자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방송인 김어준 씨 등 14명이었다.
또 홍 전 차장은 자신이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보고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하지만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해 두 사람의 설명이 엇갈렸다. 뿐만 아니라 홍 전 차장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의결 이후에도 2차 계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은 "정보보고에 근거한 부분은 아니지만 정보 관료로서 오랜 경험상 상황을 판단한 것"이라면서 "'2차 계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2차 군사개입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국회 정보위원장에게 보고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평가했던 근거로 "첫 번째는 대통령의 의지"를 꼽았다.
그는 "비상계엄 이후에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서 움직임을 볼 때, 대통령은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는 걸 여러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김용현 국방부장관이 경질되고 후임 국방부장관 임명 움직임을 들었다.
그는 "깜짝 놀란 것은 김용현 장관이 경질된 다음에 김 장관의 추천에 의해 신임 국방부장관이 추천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김용현 장관이 뒤로 물러났지만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상으로 볼 때 홍 전 차장의 진술은 곧 작년 12월 12일 윤 대통령이 내놓은 대국민담화 내용이 거짓말임을 입증한다. 당시 그는 계엄령 선포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국헌을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망국의 위기 상황을 알려드려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며 정치인 체포 등 지시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히 거짓말이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안귀령 대변인 명의로 '대한민국을 북한 같은 독재 국가로 만들려고 해놓고 언제까지 거짓말로 도망칠 셈입니까?'란 제목의 서면브리핑을 내어 윤 대통령의 상습적인 거짓말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 대변인은 "홍장원 전 차장, 곽종근 전 사령관 등 내란 피의자들 모두 입을 모아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는 윤석열의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 없다는 뻔뻔한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망상으로 나라를 망친 것도 부족해 이렇게 비겁해도 되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홍장원 전 차장의 증언처럼 북한에서나 일어날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 윤석열의 지시대로 정치인들이 체포되고, 비상계엄 해제안이 부결됐다면 어찌 됐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윤석열은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을 북한 같은 독재 국가로 만들려고 해놓고 언제까지 거짓말로 도망칠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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