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3일 있었던 소위 12.3 내란 사태 당시 동원된 계엄군은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도 점령하려 시도했는데 그 원인에 부정선거 음모론이 있었던 사실이 6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말에서 확인됐다. 당시 그는 “많은 국민들이 부정선거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어,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수구 유튜버들이 퍼뜨린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해 있었던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이 선관위 점령 시도 사건의 배후에 비단 수구 유튜버들 뿐만이 아니라 국정원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시민언론 뉴탐사와 리포액트에 의해 제기됐다.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와 시민언론 뉴탐사 김시몬 기자가 공동으로 쓴 칼럼을 통해 그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볼 수 있다. 두 기자는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탈취를 시도한 행동대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군이 이끈 계엄군임이 분명하지만, 머리역할을 한 배후가 따로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그 배후가 바로 국가정보원 내 '어둠의 세력'들이라고 덧붙였다.
그 주장에는 근거가 있는데 작년 7월 백종욱 당시 국정원 차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뜬금없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사이버 공작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런 백 차장의 주장엔 전혀 근거가 없었다. 그냥 "사회적 혼란을 유도할 가능성"을 근거로 내세웠다. 당연히 이런 주장은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백 3차장은 포기하지 않고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하루 전인 작년 10월 10일 다시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 해킹 가능성이 있고 북한발 해킹으로 자료를 유출한 사례가 있다"고 발표했다. 근거를 더하긴 했는데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가 함께 분석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작년 국정감사 때 밝힌 내용을 보면, 선관위 보안점검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아니라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보안기술연구소란 국정원의 인맥들이 장악하고 있는 곳이란 점이다. 김효진이 센터장을 맡고 있는데 그는 국정원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국장까지 지냈던 인물이다.
백종욱과 김효진은 국정원 선후배 사이를 넘어 경북대 전자공학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또한 허 기자와 김 기자는 백종욱이란 인물이 국정원이 배출한 정치인에 가깝다는 점도 주목했다. 실제 그의 이력을 보면 국정원 퇴직후 가천대 교수로 옮겨갔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직후인 2022년 6월 국정원 3차장에 임명됐다.
또한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사이버 보안 정책 공약을 함께 만들었다는 후문도 있다. 그 후 국정원 3차장을 그만 둔 뒤 올해 초 국민의힘 비례대표를 신청해 공천을 받기도 했다. 그 밖에 백종욱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깊은 신임을 받은 정황은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작년 11월 국정원 수뇌부가 대거 경질 교체됐을 당시 김규현 국정원장과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이 교체되었는데 백종욱만 유일하게 3차장직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국가정보원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주도한 행사(CSK, 사이버 서밋 코리아)에서 축사를 한 흔적도 확인된다.
이 점에 착안해 허 기자와 김 기자는 '북한의 국내 선거개입과 해킹설'은 수구 유튜버들의 '황당한 말잔치'이자 국정원이 그 정보의 근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백종욱 전 3차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이러한 논리를 지속적으로 주입시키고 계엄령의 군불을 지폈을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3일 계엄이 선포된지 5분이 채 안된 시각에 계엄군이 선관위 과천청사와 관악 청사, 그리고 수원에 있는 연수원 세 곳에 진입한 것은 전문가가 자세히 '선관위 북한 해킹 파악' 논리를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정황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인천 부평을)에 따르면,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를 이미 탈취했을 가능성도 있다.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계엄군은 사전투표 명부를 관리하는 통합명부시스템 서버를 촬영했다. 이는 서버 랙의 상단부를 촬영해 네트워크 구성도를 파악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즉, 외부 조력 세력인 방첩사에 서버정보를 제공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 두 기자의 주장이다. 계엄군의 이같은 행동은 IT 업계 근무자들의 작업방식인데, 실제 데이터베이스 접근은 원격지에서 주도됐을 가능성이 높고 약 3시간이면 모든 정보를 탈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 촬영 뒤 무언가를 들고나오는데 그게 무엇인지도 파악돼야 한다.
끝으로 두 기자는 "국정원은 순수한 정보기관이 아니다. 반공수사권을 되찾으려 노력해온 사실상의 정치 이익집단이다. 불과 10여년 전 대통령 선거에 개입한 댓글 사건 일당들이 국정원 요원들이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의 인적청산은 문재인정부에서 어느 정도 이뤄지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뒤집혔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에게 윤 대통령이 "대공 수사권 줄테니 방첩사를 도우라"고 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두 기자는 "육군 방첩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과 동시에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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