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조태용 국정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날인 작년 12월 2일 김건희 여사와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과 연락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조 원장은 김 여사와의 문자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뺌했고 성일종 의원과는 친분이 있어서 자주 통화했던 사이라고 주장하며 별 일 아닌 것처럼 축소하려 들고 있다.
13일 헌법재판소 윤석열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국회 측 장순욱 변호사가 "통화내역에 따르면 계엄 전날인 12월2일 대통령 영부인으로부터 문자를 두 통 받고, 그 다음날 답장을 보낸다"며 "무슨 내용인지 기억나냐"고 물었다. 이에 조 원장은 "뭔가 남아 있다면 그걸 보시면 판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장 변호사는 이어 "계엄 전날과 당일날 국정원장과 영부인이 문자를 주고받는 게 이상하지 않냐"고 묻자 조 원장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그 밖에 계엄 선포 전 날 조 원장이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과 통화를 한 내역이 있다며 내용을 묻자 "성 의원은 친분이 있어 전화는 가끔 한다. 당장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계엄 당일에도 성 의원과 통화한 내역이 있다는 지적엔 "잘 기억은 안 난다"고 답했다. 일단 국정원장이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의원들과 무슨 이유로 통화를 했는지도 의문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가까운 태도였다.
윤석열 대통령 측 변호인인 김계리 변호사가 “홍장원 전 차장이 4일 오후에 ‘이재명에게 전화해 보세요’라는 말이 어떻게 나왔냐?”고 묻자,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 한 번 하시죠’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다른 정보기관보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 (비상계엄 다음 날인) 4일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평소 연락도 하지 않는 야당 대표에게 연락하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으니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홍장원 전 1차장이 이재명 대표에게 전화 통화를 하라고 말한 것에는 '정치적 중립' 운운 해놓고 국민의힘 의원과는 계엄 당일에도 통화한 것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조 원장은 홍장원 전 1차장이 국회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인천 부평을)과 통화한 것을 트집잡기도 했는데 장순욱 변호사 역시 이 점을 지적했다. 이에 조 원장은 "정보위 간사와 통화해야 한다면 국회 담당인 기조실장과 통화해야 한다"며 "1차장의 전화는 조금 의아스럽다"고 답했다.
하지만 원장인 본인부터가 국민의힘 의원들과 통화한 것은 물론 정치에 개입할 권한도 없는 김건희 여사와 계엄 전 날과 당일에 문자를 주고 받았기에 홍 전 차장의 태도를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도대체 그가 김건희 여사와 계엄 전후로 문자통화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성일종 의원과의 통화는 '개인적 친분'으로 넘기더라도 김 여사는 이해가 안 된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일 뿐이고 국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는 민간인이다. 그런데 조태용 원장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김건희 여사와 계엄 전후로 통화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미 윤석열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가 V2라고 불린다며 '또 다른 대통령'처럼 군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용산 대통령실 안팎으로 들리고 있었다.
또한 김 여사가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백 선물을 받을 당시에도 그는 마치 자신이 대통령인 것처럼 발언하기도 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필이면 계엄 당일에 조태용 원장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닌' 김건희 여사와 문자를 주고 받았다면 김 여사 역시 계엄령 선포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마냥 부정할 수 만은 없게 됐다.
특히 12.3 내란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 중 하나가 명태균 게이트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명태균 게이트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세트로 걸려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 날 조원장은 김 여사, 성 의원 등과 무슨 내용을 주고받은 것인지 궁금증만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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