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설인호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이 지연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은 물론, 집회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까지 험난한 체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단식 농성에 들어간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윤탄연)' 소속 의원들은 17일 7일차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서영석·김준혁·민형배·위성곤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 등이 그들이다.
"끄떡없다"

윤탄연 의원들은 광화문 천막에서 소금과 물로 버티며 연일 공복의 고통을 감내 중이다. 애초 기대대로 헌재가 지난 주 탄핵 결정을 했다면 진즉 마쳤어야 할 단식이다.
더구나 주말을 넘긴 이날까지 헌재는 선고 기일을 공지하지 않고 있으니 더욱 답답할 노릇이다.
단식농성 천막 옆 시민단체 푸드트럭에서 풍겨나오는 음식 냄새도 곤욕이다. 이들은 이 와중에도 시민단체 집회나 별도의 기자회견에도 참석하면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윤탄연 대표인 박수현 의원은 건강 상태를 묻는 <굿모닝충청> 기자의 질문에 "끄덕없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러다 단식 보름을 넘기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답했다.
항상 '웃는 상'이던 윤종오 의원 얼굴은 며칠 면도를 못한 탓에 흑색이 됐다. "바이탈 체크는 해보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검진 하면서 (단식을) 진행 중이다. 괜찮다"라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발목 풀기에 스트레칭, 보좌관은 물병 챙기고

국회에서 오전 일정을 마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광화문까지의 6일차 도보행진을 진행했다. 국회 본청에서 광화문까지 거리는 약 9km에 달하며 약 2시 20분이 소요된다.
풀 코스로 완주하기에는 부담되는 거리라 의원들은 체력이 감당하는 대로 나름 융통성있게 참여하는 모습이다.
이날은 점심 식사 전 출발이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허겁지겁 간단한 간식으로 요기하거나 발목 풀기와 스트레칭을 하는 의원들이 눈에 띄었다.
도보 중 구호까지 제창하므로 목이 타는 지 대열 사이로 생수병을 '공수' 해주는 보좌관도 있었다.
지난 15일 행진 후 광화문 앞에서 기자를 만난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당연히 힘들지만 지금 초긴장 상황이니만큼 시민 여러분께 어떤 형태로든 의지를 보여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릎아 나 살려라

조국혁신당은 지난 13일부터 진행하던 '삼보일배'에 더해 이번엔 '릴레이 1만배'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는 지난 삼보일배와 마찬가지로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이 '스타트'를 끊었다.
김 대행은 "저희의 절은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간절한 몸짓이자 하늘과 땅에 비는 의식, 또한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는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삼보일배 경험 중 생각보다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는 황운하 원내대표는 연신 무릎을 어루만졌다. 미리 '무릎받이'를 착용했지만 관절에 무리가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황 원내대표는 내일(18일) '릴레이 1만배'에 '도전'한다. 목표는 108배 4번이다. 황 원내대표는 기자에게 "(안 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자꾸 하라고 해서 힘들게 생겼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치지만 지쳐서는 안 되는 이유

시민단체 촛불행동·비상행동이 헌재 인근과 광화문 앞에서 각각 주최하는 매일 집회에도 빠짐없이 '출석 도장'을 찍는 시민들이 있다.
지난 주말 최고치(주최측 추산 전국 110만명)를 기록한 이후, 평일 월요일인 이날 집회 장소에서도 낯익은 얼굴의 시민들이 여지없이 출현했다.
현장의 한 어르신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 걸죽한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파면 시간이 늦어지는데 이 것들이 무슨 잔머리를 굴리는 지 모른다"며 "집에 있다간 속이 터질 것 같아서 나왔다. 내가 이 XX들 망하는 꼴 보기 전에는 못 죽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지친다고 생각하면 (집회에) 못 나온다. 즐긴다고 생각하고 나오면 된다"면서도 "어쨌든 빨리 탄핵되서 집에서 편하게 잠 좀 푹 자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도 사람인데

연일 이어지는 탄핵 찬반 집회로 경찰까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주당 양부남 의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청 소속 기동대 경찰 1인당 월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무려 113.7시간으로 총 근무시간은 273.7시간에 달했다.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월 160시간)이며, 여기에 1주 12시간의 초과근무를 더해도 월 최대 209시간이다. 서울청 경찰 기동대가 일반 직장인보다 무려 월 64.7시간을 더 근무하는 셈이 된다.
지난해 11·12월 기동대의 1인당 초과근무는 각각 80시간, 92시간이었다. 12·3 내란사태 뒤 탄핵 찬반 집회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경찰 기동대원들의 초과근무 시간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매일 집회가 지속되고 주말 포함 평일까지 시민들의 참여가 지속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2·3월 경찰 근로시간은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양 의원은 "경찰 인력 운영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정부와 경찰청은 기동대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과 적절한 인력 배치를 위해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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