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월 JTBC 단독 보도로 처음 알려진 국민의힘 장제원 전 의원의 여비서 성폭력 의혹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장 전 의원은 지금까지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3월 31일 밤 JTBC 단독 보도로 피해자가 '호텔방 영상'을 증거로 남긴 것은 물론 사건 당시 곧바로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해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성폭력 증거를 확보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 2월 JTBC 단독 보도로 처음 장제원 전 의원의 성폭행 의혹이 보도됐을 당시 그는 호텔이 아니라 집에서 잤다며 성폭행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JTBC는 3월 31일 밤 사건 당시, 피해자가 증거로 남기기 위해서 촬영한 영상을 확보해 장 전 의원의 해명에 반박했다.
JT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는 눈을 뜬 순간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이며 왜 여기 있는지 생각나지 않았고 놀라 돌아보니 옷이 벗겨져 있었다고 전했다. 그 후 휴대전화와 옷을 찾아 들고 화장실로 급히 숨었고 옷을 입고 나와 증거를 남기기 위해 주변을 촬영했다고 했다.
JTBC가 입수한 그 영상을 보면 서랍장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열어보니 장제원 전 의원 아들 사진이 배경 화면으로 있었고 날짜는 11월 18일, 시각은 오전 8시 13분으로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진술한 바로 그 날짜였다. 또한 사진첩엔 하루 전 촬영한 장 전 의원 프로필 사진들이 나왔다.
그 프로필 사진 촬영이 끝난 후 뒤풀이 자리가 이어졌고 피해자는 강남 한 호텔 와인 바에서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하지만 장 전 의원은 JTBC에 이 호텔 간 사실 자체가 없고 외박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상을 보면 피해자가 영상을 촬영하던 중 장 전 의원이 피해자를 불렀고 피해자는 무서웠고 바로 다가가지 못했다.
피해자가 "잠시만요"라며 주저하자 장 전 의원은 "이리 와 봐"라며 재차 불렀다. 결국 피해자가 가까이 다가가자 장 전 의원이 "왜 그 코트를 입고 난리야?"라고 물으며 "이리 와 봐"라고 붙잡고 끌어당겼다.
이 때문에 주머니에 꽂은 핸드폰 카메라 렌즈는 가려졌고 밀고 당기는 소리만 담겼다. 피해자는 어떻게든 자리를 피하려고 화장실을 가겠다는 둥 핑계를 댔다. 장 전 의원은 "왜 화장실을 자꾸 가?"라고 물으며 피해자를 놓아주지 않으려 했고 피해자는 "자꾸 배 아파서. 아까부터 자꾸 왔다 갔다 했는데. 배 아파서"라며 배변 신호가 와서 그런다고 빠져 나가려 했다.
계속해서 영상을 찾아보면 장 전 의원이 피해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찾아오라고 말하는 소리도 고스란히 담겼다. 그런 다음 또 다시 피해자에게 곁에 오라고 지시했고 피해자는 "화장실만 갔다 오겠다"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장 전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을 부인했다.
지난 2월 17일 그는 "(그날 밤 제가) 집으로 왔다는 확증을 할 수 있는 단서가 있는 것 같다"며 집에서 잤다고 했다. 그러나 이 영상 속 목소리와 말투는 분명히 장 전 의원의 것이었다. JTBC는 피해자가 이 직후 바로 방을 나서 호텔을 빠져나와 친구에게 상황을 알렸고 함께 해바라기 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이 때 장 전 의원은 "이렇게 가면 어떡하느냐"고 반복해서 문자를 보냈다.
JTBC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곧바로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해 피해 사실을 털어놓고 성폭력 증거를 확보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사건 직후 해바라기 센터 상담 일지와 지금 피해자의 증언은 정확히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는 당시 20대였던 때라 처음 겪는 일이 무서웠고,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JTBC에 "무서웠어요. 제가 다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부산의 한 마을에 왕자 같은 사람이잖아요. 사상구를 자기 땅처럼 여기는 사람…"이라고 진술했다. 실제 장 전 의원은 선친인 장성만 전 의원이 동서대학교와 경남정보대학교 등을 설립한 인물이었기에 지역 토호로 군림해 왔으며 그 덕에 아들 노엘의 논란 속에도 3선에 성공한 바 있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 역시도 직장과 모든 걸 잃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10년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고 했다. JTBC는 당시 상담 일지에 담긴 피해자의 진술은 구체적이었다고 했다. 일지엔 "직장 상사에 의한 성폭력 피해 호소", "가해자인 대학 부총장의 사진 촬영"이 적혀 있었고 당시 마셨던 술의 양까지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상담 뒤 산부인과 진료를 했고 피해자의 신체 여러 부위에서 남성의 DNA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는 이후 장 전 의원의 말과 행동에 더 상처받았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27일 서울 광화문 한 일식당에서 장 전 의원을 만났고 사과를 기대했지만 돌아온 건 엉뚱한 제안이었다고 한다.
피해자는 "이런 상황이 오면 다 여자친구 되고 싶어 난리인데 너는 그런 게 없냐고 너 내 여자친구 할래, 이렇게 얘기해서 '아니오'라고 대답하고…"라며 상당히 문제가 있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또 2015년 12월 1일엔 부산 자택으로 부르더니 2000만 원을 줬다고 했다.
피해자는 JTBC에 "지금 아빠 병원에 빨리 가봐야 한다, 나도 이 일 때문에 지금 병문안을 못 가고 있었다. 그런데 2000만원 받았을 때 제가 술집 여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왜 나한테 돈을 주지…"라고 했다. 이 때문에 직장 내 다른 교수와 상담했는데 돌아온 대답에 더 비참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내가 (장 전 의원에게) 물어봤을 때 '너를 사랑했었단다', '40살까지만 버티고 있으면 다 잊혀진다'고 그렇게 얘기하셔서…"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고 오랜 시간, 자괴감과 수치심에 시달렸다고 덧붙였다. 왜 하필 이제야 사실을 밝혔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더 버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장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DNA 확인을 위한 채취는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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