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정부를 사실상 파멸로 몰아넣은 원인이 된 명태균 게이트가 다 해결되지도 않은 판에 이젠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중심으로 한 건진 게이트가 터져 나오고 있다. 건진법사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김건희 씨 선물이라며 60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수수했고 은신처에서 5000만 원 상당의 한국은행 관봉권 뭉칫돈이 발견된 사실이 알려졌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건진법사의 인사청탁 정황도 포착됐다. 그는 검찰 수사에서 대통령실 행정관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처남 몫으로 대통령실에 들어가 처남이 관리하고 있고 마치 부하처럼 부린다는 듯, 언제든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선 직후 '친윤' 의원들에게 인사청탁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거기에 더해 통일교가 건진법사를 통해 캄보디아 개발 사업을 청탁하려 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
25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7월 5일에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화장품 사업을 하는 딸과 연락을 했는데 당시 딸은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실로 공문 발송했다고 한다", "어제 통화된 행정관이랑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이에 전 씨는 "직접 소통해서 결정하면 된다"며 신 모 행정관의 이름을 꺼내더니, "신 행정관은 '찰리' 몫으로 들어가 '찰리'가 관리하는데 언제든지 쓸 수 있다"는 답장을 보냈다. 대화 속 '찰리'라는 인물은 전 씨의 처남 김 모 씨였다. 전성배 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네트워크본부에서 활동했고, 처남은 부본부장, 딸은 사진촬영을 맡았다.
MBC는 전 씨가 '찰리 몫'이라고 한 행정관이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실 소속으로, 윤 전 대통령 취임 직후 들어가 지금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또 전 씨는 검찰 조사에서 "신 행정관과 '찰리'가 대선 때 같이 일을 해 잘 통하니까 언제든지 삼촌한테 부탁해도 된다는 뜻"이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건진법사'가 신 행정관 채용을 대통령실에 청탁하고 이후 신 씨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닌지 수사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건진법사' 전 씨가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인 3월 22일,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린 윤한홍 의원에게 인사 불만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전 씨는 "권성동·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나름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 부탁했다"며, "3명 부탁했는데 지금 1명 들어갔고 2명은 아직도 확정을 못 하고 있다, 내가 이 정도도 안 되나 싶네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대해 윤한홍 의원은 "저도 답답하다"며 "아무런 도움이 못되고 있어 죄송할 따름"이라고 사과했다.
즉, '건진법사'가 실제 대통령실 인사에 개입했고, '친윤' 의원들에게 청탁을 한 정황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아울러 검찰 조사가 시작된 뒤엔 줄줄이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전 씨의 처남은 올해 1월 1일 '속초에서 해돋이를 촬영하다 휴대전화를 바다에 빠뜨렸다'고 진술했는데, 검찰 조사 결과 하루 전 '아이폰'으로 바꾸고 기존 휴대전화를 숨긴 걸로 파악됐다.
검찰은 '건진법사' 전 씨와 전 씨의 아내도 비슷한 시기 휴대전화를 바꾼 걸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MBC에 "'건진법사'가 추천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며, "신 행정관이 최근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MBC는 신 행정관과 '찰리' 김 모 씨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건진 게이트의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22년 캄보디아 순방 당시 영부인 김건희 씨가 뜬금없이 오드리 헵번과 비슷한 포즈로 사진을 찍은 사실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서울 동대문을)이 '빈곤 포르노'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역시도 건진법사 전 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진법사를 통해 통일교 2인자가 캄보디아 개발 사업을 청탁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통일교는 캄보디아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정부는 캄보디아 협력기금을 크게 늘렸고, 윤 전 대통령이 순방을 가고 김건희 씨가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당시 캄보디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22일 당시 '통일교 2인자'로 불렸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은 "윤석열 당선인과 만나 암묵적 동의를 구했다"고 했다. MBC는 윤영호 전 본부장이 이후 통일교 내부 행사에서 '암묵적 동의'의 결과로 "재정 확보가 중요한데 그 방식이 ODA"라며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통일교 측에서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김건희 씨 선물이라며 6000만 원가량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넨 것도 이 즈음이다. 검찰은 통일교 측이 '건진법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청탁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당시 통일교는 캄보디아 메콩강 주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 건립을 추진했는데, 공교롭게도 정부는 2022년 6월 캄보디아에 대한 대외경제협력기금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대폭 늘렸다. 정부 지원이 늘어나면 ODA 사업 규모가 커지고 그만큼 통일교가 재정 지원을 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리고 그 해 11월에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동남아 순방을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했는데 김건희 씨가 뜬금없이 당시 영부인 공식 일정이 아닌 현지 병원과 가정을 잇따라 방문했다. 또 김 씨는 그 자리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이와 사진을 찍으며 배우 오드리 헵번을 떠올리게 연출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MBC는 검찰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순방을 포함해 통일교가 실제로 캄보디아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순방 직후인 2022년 12월 17일 윤영호 전 본부장은 '건진법사'에게 "큰 그림 함께 만들어보자"며 "부동산 개발 대출을 두고 산업은행 등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자와 "'희림' 대표도 같이 보자"는 문자를 보냈다.
통일교 관계자는 MBC에 "개발 사업을 위해 산업은행에서 돈을 끌어오고 김건희 여사와 가깝다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에게 일을 맡기려 했다는 말이 내부에서 돌았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듬해인 2023년 5월에 공적개발원조를 활용한 통일교의 개발 계획은 구체화됐다.
검찰은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윤영호 전 본부장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접근하기 위해 전 씨를 만나고 고문료를 지급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전 씨는 모두 부인했다. 이에 대해 통일교 측은 "개발 계획은 있었지만 2023년 윤 전 본부장이 물러난 뒤 사업은 실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영호 전 본부장과 희림건축사사무소는 MBC의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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