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조선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당선을 전제로 ‘진보정권이 나라를 살린 사례’를 수집해 기획기사를 준비 중이란 소식이 31일 오전 미디어오늘 보도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의 이같은 행태를 두고 "대만의 진보정권을 비롯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과거 정책을 제시하면서 이재명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선우정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30일 오후 사내 공지를 통해 “이번 대선은 과거 다른 대선과 달리 판세 예측이 가능한 예외적 선거다. 그 판세를 여기에 쓰는 건 조심스럽지만, 다들 아시리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과거와 달리 경우의 수를 모두 준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미리 대선 이후 기획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 선우 국장은 “현재 <진보 정권은 어떻게 대만을 변화시켰나>가 대선 직후 기획으로 준비돼 있다. 기존 대만 기획을 정세에 맞춰 변용한 것으로, 대만 진보 정권의 실용주의가 오늘의 대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취재한 시리즈다. 이를 참고해 이외에 어떤 기획을 할 수 있을지 제시해달라”고 공지했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이재명 정부를 대비한 기사를 미리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지가 이재명 후보 당선을 의식해 조선일보 편집국이 ‘태세전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지만 조선일보는 다른 진보정권 사례를 통해 향후 이재명 정부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획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선우정 편집국장은 31일 미디어오늘에 “집권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기사를 준비시키는 게 상식”이라며 “그걸 전제로 제가 지시한 건 진보정권이 나라를 살린 사례를 수집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지금 이재명 후보 정책과 반대 케이스가 많다. 국제적으론 대만 민진당 정권, 국내적으론 김대중 노무현 정권 정책”이라면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나라를 위해 우리 나름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리즈를 끝없이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상의 내용을 볼 때 조선일보 또한 이번 대선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대선은 본 투표가 남아 있고 그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이런 시리즈를 기획했다는 것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아직도 조선일보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민의힘 콘크리트 지지층인 70대 이상 노년층들이 투표장에 나갈 동력을 상실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할 경우 민주-진보 진영 시민들이 강력하게 갈구하고 있는 언론개혁이 펼쳐질 때를 대비해 '숙청'을 피하고자 보험을 들어두려는 것이 아닌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여태껏 조선일보는 국내 진보 정권에만 비판을 쏟아냈던 것이 아니라 해외 진보 정권에도 상당히 비판을 쏟아냈고 그 과정에서 국내 상황과 억지로 결부시켜 색깔론 공세를 퍼부은 적이 적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진보정권이 나라를 살린 사례'를 재조명하는 기사를 기획한다는 것은 그간 조선일보가 보여온 논조와 많이 상충된다.
아무리 '계란판'이라고 비난을 받는 언론사이지만 조선일보는 국내의 현존하는 언론사 중 몇 안 되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언론사이고 수많은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거대 언론사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정보력은 군소 언론사들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양이 풍부하고 촉도 그만큼 빠르다. 권투로 치면 라운드 중에 수건을 던진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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