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오는 6월 3일 열리게 될 조기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동의 1위를 고수하는 것에 조선일보가 많이 두려운 것으로 보인다. 15일 조선일보의 입인 김대중 주필이 <반탄의 열기를 반이의 대열로>라는 제목의 오피니언을 통해 상식 밖의 주장을 늘어놓으며 여론 선동에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은 해당 칼럼에서 "2020년 이후 한국의 정치판에서 보수·우파는 번번이 좌파에 패했다. 윤석열이라는 번외의 인물을 내세워 간신히 좌파로부터 정권을 되찾은 우파는 그 이후 연전연패하고 있다"는 말로 운을 떼며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우파는 정치 동면(冬眠) 상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세상은 앞으로 5년 ‘이재명 좌파’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선동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이어 김 주필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던 지난 3개월여 보수·우파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이대로 밀릴 수만은 없다는 절박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보수 대통령을 구한다는 명분보다 이 세상이 5개의 재판이 걸려 있는 형사 피고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그런 절박감이었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집회를 마치 '구국의 결단'이라도 된 양 감싸고 돌았다.
이 전 대표가 '5개의 재판이 걸려 있는 형사 피고인'이라 할지라도 그건 후보자 개인의 흠결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신만의 독재정권 수립을 위해 비상계엄을 빙자한 내란을 일으킨 내란 사범이다. 이 전 대표의 집권을 막기 위해 내란 수괴를 옹호하는 집회가 어떻게 '구국의 결단'이 될 수 있는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김대중 주필은 "나는 이번 대선을 민주당의 이재명 대(對) 국민의힘 어느 누구의 대결로 보기보다 좌파 대 우파의 대결로 보고 있다. 이재명과 민주당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의 진로와 정체성을 가르는 요소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며 이번 대선의 의미를 '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어 그는 "이재명씨가 당선되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5년 또는 그 이상 좌파의 길로 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재명씨가 출마하면서 내건 ‘진짜 대한민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가 말하는 진짜 대한민국이란 양극화, 즉 분배의 불균형을 없애는 것이고 그것은 곧 공산주의의 또 다른 이론적 배경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이제껏 가짜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며 온갖 부정적 단어를 갖다 붙여 선동했다.
성장보다 분배를 주장하면 '공산주의'라는 건 전형적인 '색깔론'에 불과한 궤변이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층들로 하여금 또 다시 '레드 콤플렉스'를 발동시켜 여론을 선동하는 질 낮은 행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주필의 여론 선동 행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보수·우파는 두 가지 요소가 겸비돼야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며 첫 번째로 ‘탄핵 반대 물결’의 부활 여부를 꼽았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전국을 누볐던 ‘보수·우파+중도 보수’의 물결과 기운이 되살아나면 이재명 좌파를 저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둘째로 "단일화가 극적으로 이뤄지고 승자와 패자가 하나가 되어 전국을 누비는 살신성인의 드라마"가 연출되는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 "것은 좌파 정권이 대한민국에 몰고 올 변화의 본질이 무엇이며, 그것이 지난 80년간 우리가 고군분투하며 쌓아 올린 공든 탑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상기하는 작업에서부터 비롯해야 한다"고 또 다시 대중들을 선동했다.
이상의 칼럼은 전형적인 '색깔론'에 기반한 대중 선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은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었고 헌법 수호와 헌법 파괴 간 싸움이었지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었다. 윤 전 대통령은 명백히 비상계엄을 빙자한 내란을 일으켜 헌법을 파괴한 인물이었고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는 그런 내란 수괴를 옹호한 비상식적인 작태였다.
그런데 이런 '비상식의 물결'을 토대로 이재명 대표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궤변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내내 갈수록 우경화되어 이미 극우 집단으로 변질됐고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전국을 누볐던" 세력도 김 주필이 언급한 ‘보수·우파+중도 보수’ 세력이 아닌 극우 집단에 불과했다.
조선일보가 이런 칼럼을 써가면서 선동하는 이유는 한편으로는 그들 역시도 대위기에 직면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금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선 후보들이 마구잡이로 난립하며 구심점을 잃은 상태이고 그 난립한 대선 후보들 태반이 진짜 대통령 당선에 목적이 있기보다는 차기 지선과 총선에서 체급을 올리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도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매주 토요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열었던 이른바 '여의도파'는 지난 4일 탄핵심판 인용 이후 집회를 중단했고 전광훈 중심의 '광화문파'만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역시도 세력이 많이 약화됐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재명 전 대표의 집권을 막기 위해 자칭 보수 세력들이 오월동주(吳越同舟)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그러나 경력이 오래된 언론인이 내놓은 칼럼치고는 상당히 그 수준과 내용이 조악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치 검찰이 억지로 덧씌워 놓은 혐의를 두고 '5개의 재판이 걸려 있는 형사 피고인' 운운하는 것도 문제지만 백 번 양보해서 그를 모두 인정해도 후보자 개인의 흠결에 불과할 뿐이다. 이 전 대표에게 걸린 문제가 과연 나라를 절단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문제보다 더 심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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