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5일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과징금 폭탄을 먹인 것이 류희림 방심위원장 일가 및 친인척, 지인들로 이뤄진 청부민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하루 뒤인 26일에 류 위원장이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오히려 더욱 분노를 일으키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침묵을 고수했던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26일 낮 12시 쯤에 본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류 위원장은 "민원인들의 개인정보 유출은 범죄행위로, 공익신고로 포장할 수 없다"면서 "특별감사는 물론, 수사도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셈이다. 거기에 사건의 본질을 ‘청부민원’이 아닌 ‘개인정보 유출’로 교묘하게 프레임 전환을 하려 하고 있다.
또 류 위원장은 자신의 친인척과 지인이 방심위의 심의를 촉구하는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민원인 정보는 확인 대상이 아니'고, '특정인과의 관계 등을 언급할 대상도 아니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 보도를 긴급심의 안건에 상정한 건 당시 위원장 직무대행이 적법한 권한을 행사한 것일 뿐, 민원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 인터뷰 인용보도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 MBC 등이 관련 의혹을 보도한 건 이해충돌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불법 유출된 정보에 의거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사화하거나, 확인 없이 인용보도할 경우 제2의 뉴스타파 인용보도에 다름 아닐 것"이라며, 인용보도만으로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즉, 사건의 본질을 ‘불법 유출’로 희석시킴과 동시에 심기를 거스를 경우 또 탄압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야권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 3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공익제보자 탄압과 언론에 대한 겁박을 멈추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의혹의 중심인 류 위원장의 사퇴와 더불어, 진상규명을 위한 긴급 전체회의 개최를 공식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강민정, 정필모 의원 등도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청부민원’의 배후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MBC 보도에 따르면 방심위 내부 게시판에도 ‘위원장의 사과가 먼저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해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 참 화가 나고 슬프다’, ‘'동원심의'를 인정하고 자진 사퇴하라’는 등의 직원들의 글이 쏟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류희림 위원장의 입장문에 대한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입장문에서 민원 내용이 유출되어 고통을 겪었다는 이유로 민원인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날 뉴스타파에서 알렸듯이 이들은 류희림 위원장의 친족 및 지인들이었다. 핵심은 이들이 어떻게 민원을 무더기로 넣게 됐느냐인데 정작 이 문제에 대해서 류 위원장은 답변을 회피했다.

특히 의혹의 핵심은 역시 민원 ‘청부’ 여부이다. 류희림 위원장이 자신의 친족과 지인들에게 뉴스타파 인용 보도 방송사 심의를 요구하는 민원을 넣도록 청부, 사주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점인데 이에 대한 답변이 전혀 없는 상태다. 25일 뉴스타파에서도 알렸듯이 지난 9월 4일부터 18일까지 뉴스타파 인용 보도 방송사 심의 요청 민원은 총 270여 건이었다. 그런데 이 중 127건이 류희림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70건), 연관 의심 단체(57건)가 제기한 것이었다.
그나마도 그 127건은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만 그렇다는 것이니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이들 상당수가 마치 초안이 있기라도 했는지 소위 ‘복붙’을 한 것과 오탈자까지 똑같은 경우가 허다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류 위원장은 사실상 본인이 낸 민원을 본인이 심의한 셈이 된다.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 또한 이번 사건을 정상적 민원을 가장한 '청부 민원', '셀프 심의', '심의 사주'라고 규정했다. 설령 친인척들의 민원이 접수될 때는 몰랐더라도 심의 전에는 알지 않았을지 여부를 MBC 취재진이 물어보려 했지만 역시 류 위원장은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창현 국민대학교 미디어전공 교수는 MBC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방심위원장이 가족에게 특정 민원을 제기하도록 해서 심의를 했다면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지적 내용을 의식한 듯 당시 긴급 심의는 민원이 아니라, 위원장이 안건을 올리는 단독 부의권으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알려졌듯이 9월 5일 열린 방송심의소위 정기회의 회의록을 보면 여당 측 추천위원인 허연회 위원이 기타 의견으로 “뉴스타파 보도를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자”는 말을 꺼냈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는 류 위원장 친인척과 주변인들이 이미 민원을 쏟아내기 시작한 다음날이었다.
황성욱 위원장 직무대행은 민원이 들어왔는지 직원에게 확인했고, 곧바로 긴급 안건으로 올리자고 결정했다고 한다. 절차상 위원장이 직권으로 부의하는 형식이었지만, 쏟아졌던 민원이 긴급 심의 안건으로 지정하는 근거가 됐던 것이다. 그 밖에 류 위원장은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보도한 MBC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 이해 당사자라는 점도 지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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