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이종호의 이른바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와 이종호가 오래 전에 이미 연락이 끊긴 사이라고 해명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거짓말이었음이 23일 밤 JTBC 단독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JTBC는 자체 취재를 통해 통신내역을 입수한 결과 4년 전 9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김건희 여사가 먼저 이종호에게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두 사람은 일주일 사이 총 36차례 연락을 했고 첫 고발인 조사날에만 9차례나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대통령실의 해명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JTBC는 2020년 9월 23일부터 10월 20일까지 한 달 치 통신내역을 입수했는데 여기에 김건희 여사와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종호가 주고받은 통신 내역이 담겨 있었다. 이종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받았고 해병대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도 '키맨'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두 사람이 첫 연락을 주고 받은 9월 23일은 검찰이 주가조작 사건 고발인으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을 이틀 뒤 소환 조사한다는게 언론에 알려진 바로 다음 날이었다. 그 날 오후 5시 13분에 김 여사가 먼저 전화를 걸었고 전화 3번, 문자 1번을 주고 받았다.
다음 날인 24일에는 전화 7번, 문자는 3번 오갔으며 황 전 국장을 고발인으로 조사한 25일에는 9번이나 통화 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9월 23일부터 9월 30일까지 일주일 사이에 36번 전화와 문자로 연락했다. 검찰은 2020년 4월 고발장을 접수하고도 5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고발인 조사를 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이 그렇게 뭉개고 시간을 끌었던 것은 당연히 당시 검찰의 수장이 윤석열 대통령이었기에 눈치보기를 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렇게 검찰이 시간을 끌고 뭉개는 사이에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 이종호와 집중적으로 소통한 것이다. 그 뒤에도 두 사람 간 통화는 계속됐다.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 무렵인 10월 5일과 6일에 3번,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지휘권을 박탈한 다음날인 10월 20일에도 통화했다. 한 달 간 40번 가운데 김 여사가 먼저 연락한 건 25번이고 이씨가 한 건 15번이었다.
통신내역에는 통화가 지속된 시간은 나와 있지 않았고, 상대방이 통화중이거나 부재중이어서 통화가 연결되지 않은 경우도 포함됐을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슨 대화가 이뤄졌느냐인데 이종호가 검찰 조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와 관련한 통화였다"고 진술한 걸로 확인됐다.
그 동안 이종호는 김 여사와 연락할 방법도 없다고 주장했고 임성근 구명로비설이 대두된 지난 7월에도 자신은 김건희 여사와 연락할 방법도 없고 연락처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김 여사와 이씨는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전 연락이 끊겼다"며 "이종호 씨의 통화기록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었다.
JTBC 측에서 2020년 9월 김 여사와 직접 연락한 것을 묻자 이씨는 "김 여사의 직원들이 전화 와서 자료에 대해 물었을 뿐, 김 여사 본인과 통화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JTBC 측에서 확인한 이 씨 검찰 진술은 전혀 달랐다. 이종호는 "권오수 전 회장이 '김건희 여사가 계속 전화해서 물어보는데 당신이 좀 알려주라'고 했었다"며 "그 뒤 모르는 번호로 김건희입니다 하면서 전화가 왔었다"고 진술했다.
즉, 통화 대상이 김 여사였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이종호는 김건희 여사와의 통화 내용이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와 관련된 내용이었다"고도 진술했다. 문제의 2020년 9월의 두 사람의 휴대전화 통신내역은 대통령실과 이종호의 해명과 차이가 있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핵심 인물인 이종호와 수십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것도 모자라 김 여사가 먼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기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실 측 해명과 이종호 측 해명 모두 거짓말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JTBC는 두 사람 통신내역은 검찰도 확보한 것이며 이 내역을 바탕으로 이종호 씨에게 왜 통화를 한 건지, 내용은 뭔지 등을 조사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중간에 "김 여사한테 전화가 올거다" 이렇게 다리를 놓은 사실을 확인했고 실제 이종호와 통화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종호 또한 검찰에서 "김 여사가 자료를 봐달라면서 보냈고, 직원에게 검토를 지시했다" 이렇게 진술했다. 또 통신 내용을 조금 자세히 뜯어보면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2020년 9월 30일에도 오전과 오후에 걸쳐 5번 통화를 주고받았고 아침 8시 무렵부터 밤 10시 35분, 그리고 밤 11시 44분, 이렇게 늦은밤에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있었다.
또 주목할 부분은 첫 고발인 등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을 때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점이다.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고발한 건 2020년 4월인데 검찰이 5개월 동안 석연찮은 이유로 뭉개자 9월 민주당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가족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수사를 촉구하는 4만여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가 제출되기도 했다. 이때는 당시 윤 총장이 주가조작 사건의 지휘권을 가지고 있을 때였고 언론도 공소시효가 얼마 안 남은 것을 지적하고 있었다. 따라서 검찰 입장에서도 우선 공정한 티를 내야 했기에 더 이상 수사를 미룰 수 없었던 분위기였다.
그리고 첫 고발인 조사 일정을 잡았다는 게 알려지자 김 여사와 이씨와의 통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측은 수시로 주가조작 일당과의 관계에 선을 그으며 부인했다. 특히 2021년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 캠프는 "알지도 못하는 공범과 공모할 리 없고 억지 궤변"이라고 했다.
또 그동안 '주가조작의 공범들과 선을 그으면서 계좌를 맡겼을 뿐이다' 이런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고발 사건의 통상 절차인 고발인 조사를 두고 소통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기록이 나왔다.
이상으로 볼 때 그간의 해명들은 거짓말이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 개입 의혹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혹이 드러났기에 점점 사면초가(四面楚歌)로 몰리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한편 JTBC는 대통령실을 통해 김 여사 측의 입장을 물어봐놓은 상태인데, 아직 답은 오지 않았다고 했다.
저작권자 © 굿모닝충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굿모닝충청T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