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야당의 '명태균 특검법' 발의에 검찰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15일 밤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사를 시도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MBC는 자체 취재를 통해 검찰이 명태균 게이트 주요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1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인물 명태균이 구속기소된지 두 달여 만의 일이다. 의혹의 핵심은 명태균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지난 20대 대선 당시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주고 그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받아냈는지 여부다.
검찰은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10월 명태균이 텔레그램으로 비공표 여론조사를 건네며 "보안 유지 부탁드린다"고 했고 윤 대통령이 "그래요"라고 답한 대화 내용을 일찌감치 확보한 바 있다. 또한 윤 대통령 부부가 이 같은 명 씨의 비공표 여론조사 보고서를 최소 4차례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중 3차례는 조작 정황이 드러난 여론조사로 의심된다.
그러나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나 캠프 자료 어디에도 명태균 측에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한 흔적은 없다.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주고받으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김 전 의원 공천을 언급한 음성파일도 이미 작년 10월 31일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공개된 바 있다.
해당 녹취록을 다시 들어보면 지난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이 명태균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하자 명태균이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정황이 상세히 담긴 보고서를 작년 11월 작성했고 이후 검찰은 당시 공관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의혹의 핵심인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는 시작하지 않아 수사를 뭉개려 했다는 의혹이 남아 있는 상태다.
MBC는 검찰이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내란·외환 외에 불소추 특권을 유지하고 있는 윤 대통령 대신 김 여사 조사를 우선 시도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검찰은 "준비가 되는대로 김 여사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명태균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작년 9월 5일 뉴스토마토의 보도가 시발점이었는데 벌써 5개월도 지난 일이며 명태균이 구속된지도 두 달이 흘렀음에도 검찰은 의도적으로 수사를 뭉개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창원지검장이 '윤석열 라인' 출신인 정유미 검사라는 점 역시 이런 비판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야당이 명태균 특검법 발의 및 통과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12.3 내란 사태의 원인으로 명태균 게이트가 지목되면서 검찰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 부부를 수사하는 '시늉'을 하면서 야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명태균 특검법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미 최 권한대행은 윤석열 내란 특검법에 대해 '수사기관이 수사 중'이란 핑계를 대며 2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때문에 지금 검찰이 부랴부랴 윤 대통령 부부 수사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진상 규명이 목적이라기보다는 명태균 특검법 저지를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의심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14일 뉴스타파에 의해 공개된 검찰의 명태균 게이트 수사보고서다. 수사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2년 5월 보궐선거 공천 발표 하루 전에 윤 대통령 부부와 이준석 의원이 명태균에게 김영선 전 의원 공천 이야기를 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또 명태균이 윤 대통령과 통화한 녹음 파일과, 같은 날 김건희 여사와 통화한 녹음 파일, 그리고 "사모님이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에게 두 번이나 전화했다"고 이준석 의원에게 보낸 명태균의 메시지까지 "확인했다"고 적혀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또 다른 수사보고서에는 검찰이 명태균의 휴대폰을 확보하기 두 달 전에 이미 포렌식 업체의 CCTV를 분석해 명태균과 김 여사 간의 텔레그램 대화 캡처본을 확보한 사실도 담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주요 등장인물들을 소환 조사하기는커녕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부실 수사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애초에 김영선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은 선관위가 2024년 1월에 고발한 것임에도 검찰은 9개월이 지난 10월에야 수사를 시작했고 이른바 깡통 휴대폰을 압수했다 9시간 만에 명태균에게 돌려줘 늑장 압수수색이란 비판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공천 개입과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이어, 창원국가산단 지정 같은 국정 개입 의혹까지 잇따라 터져나오는데도 검찰은 명태균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했다. 김영선 전 의원이 명태균에게 9000만 원을 건넨 것도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이 있었고 그 대가성이라는 강혜경 씨의 진술과 거래내역, 명태균의 육성 녹음에도 검찰은 본부장으로 받은 월급이라면서 혐의 없다고 결론 지었다.
그러나 이는 해당 직책이 없다고 한 김 전 의원의 발언과도 앞뒤가 안 맞다. 명태균의 황금폰까지 입수된 상황임에도 검찰의 수사 속도는 진척을 내기는커녕 아직도 더디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 이제야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겠다고 하니 그 의중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의 이런 행태는 명태균 특검법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 명태균 특검법은 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인데 본회의 통과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또 다시 거부권이다. 검찰의 이런 움직임에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치 짜여진 각본대로 거부권을 쓰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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